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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믿고 있는 지...
다 읽고 나서 한번 생각해 보렴..
1. 유사역사학이란 무엇인가?
유사역사학이란 역사학의 방법론을 사용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비과학적, 비논리적, 비역사학적 주장을 하는 비정상적인 믿음을 가리키는 용어로 뒤에 "학學"이라는 말이 붙었다고 이것을 학문이라 인정하지는 않는다. 영어로는 Pseudohistory라고 쓰며, 번역을 하면 "사이비 역사학"이라고 할 수 있다.
2. 유사역사학의 방법론
유사역사학에서는 다양한 기법으로 역사학에 무지한 사람들을 홀리려고 하는데 그 방법들은 다음과 같다. 주의해야 할 점은 유사역사학의 방법들이 상호보완적이지도 않고, 일관성을 유지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유사역사학자들은 자기들에게 유리한 것들만 추려서 자신들의 주장에 사용하는데,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것들에는 결코 적용하지 않는다.
(1) 신화와 전설 속의 이야기, 고대의 소설이나 시 등의 비유적인 것들까지 문자 그대로 사실로 믿는다.
- 이들은 "단군신화"라는 말에 발끈하며, 단군은 역사적 사실로 존재했기 때문에 "신화"라고 부르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신화 속에 나오는 지명들을 발음의 유사성을 통해 엉뚱한 곳에서 찾아낸 뒤에 그곳에 그 나라가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하며 조선 시대 시인들의 시에서 중국 문물을 읊은 것들을 가지고 조선이 중국 땅에 있었던 증거라며 제시하기도 한다.
(2) 고대의 역사가가 적어놓은 것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무조건적으로 맹신한다.
- 이들은 사마천의 사기에 한사군의 이름이 나오지 않으므로 한사군은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사마천이 다른 점령지에 설치된 군현의 이름 역시 적어놓지 않았다는 점은 고려하지도 않는다. 이들은 명백한 오탈자도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면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
(3) 현재의 특정 정치적, 종교적 문제를 지지하기 위해 역사를 이용한다.
- 증산도는 자신들의 종교를 선전하기 위해 [환단고기] 등을 이용하고 있다.
(4) 극단적 회의주의를 내세워 역사의 진실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 이들은 학계의 정설도 자신들의 유사역사학 가설과 마찬가지로 불확실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학계의 권위를 무너뜨리곤 한다.
(5) 사료를 선택적으로 이용해서 자신들 주장에 맞는 것만을 인용하고 맞지 않는 것은 모두 무시한다.
- 이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료는 모두 일본제국주의자와 친일파에 의해서 왜곡되었으며,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할 사료가 부족한 것은 침략했던 중국인들과 그들에게 굽실대던 왕실에서 불태웠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6)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불과한 사실도 자신의 주장에 합치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믿을만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 이들은 ‘백제가 요서를 공략했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하면, 백제가 요서에 분조分朝를 설치한 것으로 인정해버린다.
(7) 자신들의 주장을 억압하는 음모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 이들은 일본제국주의의 사주를 받아온 역사학계가 구습을 버리지 못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8) 역사는 승자가 기록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역사학이란 엄정한 과학이 아니며, 그저 국가의 이익, 또는 도덕에 봉사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 이들은 자국을 미화하는 것이 도대체 왜 나쁘냐고 말하며 반대론자들을 매국노로 몰아붙이다. 또한 민족의 우수성을 주장하는 것이 왜 나쁜 것이 되느냐며 상대방을 비도덕적인 사람처럼 몰아붙이다. 이것은 도덕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것이라는 점을 이들은 알지 못한다.
3. 유사역사학은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되는 현상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유사역사학의 뿌리는 일제강점기의 일본 유사역사학자들에게 있었다. 일본의 유사역사학자들은 자국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역사미화 작업을 행했고, 그것을 배운 유사역사학자들이 해방 후 그 수법들을 도입했던 것이다. 유사역사학에는 고대 이집트를 미화하는 아프리카중심주의(Afrocentrism)도 있고, 성경에 입각한 창조론(Creationism)도 있으며, 홀로코스트는 거짓말이라는 홀로코스트 부정론(Holocaust Denial)과 같은 것도 있다.
4. 왜 사람들은 유사역사학에 빠져드는가?
분명 만나보면 지성인이 분명한 사람들조차, 비록 그가 역사학의 이론에 대해서는 그다지 아는 바가 없다 하여도 분명 논리만 가지고도 말이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유사역사학을 신봉하고 있는 경우를 본다. 여기에는 좌파, 우파와 같은 정치 이념도 아무 관련이 없다. 마이클 셔머는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에서 "믿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믿으면 위로가 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이었다.
어느 [환단고기]를 신봉하는 교수가 맥월드라는 잡지에 올린 글이 있다.
‘어린 시절 미군의 짚차 뒤를 쫓으며 "기브 미 초콜릿"을 외치며 가난과 굶주림 속에서 성장하며,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못 사는 것일까, 자괴감이 들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리고 성인이 된 뒤, 우리 민족이 사실은 동북아시아를 지배한 강대한 민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강한 감동을 받았다. 어린 시절의 상처가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이것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이것이 내게 용기를 주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 자신에게 위안이 되기 때문에 그것을 "믿고" 있는 것이다. 그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많은 유사역사학 신봉자들은 자신의 "믿음"이 반석처럼 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증거들을 보고 싶어한다. 이들은 증거를 보여주기만 하면 열광적으로 믿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런 예는 유사역사학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이었다. 사주팔자, 관상, 풍수, 별자리 운명, 혈액형별 성격 등등이 다 이런 예에 속한다. 이런 것들을 믿는 사람들은 자기에게 맞는 부분을 확대하고, 자신과 맞지 않는 부분은 무시하면서 이 미신들을 믿었다. 또한 대개는 이에 대한 나름대로 "합리적인" 설명이 따라 붙게 마련이다.
이렇게 한번 믿음을 가지면, 인간은 그 믿음을 유지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 분명 잘못된 것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제시되었음에도 여전히 믿음을 변경하려 하지 않는 이런 것을 찰스 윈과 아서 위긴스의 <사이비 사이언스>에서는 "믿음 집착(belief perseverance)"이라 한다. 그리고 신봉자들은 계속 자신의 믿음을 강화할 수 있는 증거를 찾아 헤매게 된다.
유사역사학을 믿는 사람들은 쉽게, "왜 우리 역사를 비하하려고만 하는가?"라고 말한다. 우리 역사를 비하한 적이 없는데, 신봉자들에게는 자신들이 믿고자 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바로 "우리 역사를 비하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것을 믿음으로써 아시아를 지배한 조상의 후손이 되는 달콤함을 누릴 수 있겠지만 상식적인 사람들이 그런 믿음은 갈수록 초라해지는 역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아무리 말한다 해도 이들의 믿음은 그런 말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 역사가 쪼그라진 것은 바로 그런 말을 하는 민족반역자들 때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반역자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의 유사역사학에서는 매우 중요한다.
유사역사학에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상식을 무너뜨려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위에 제시한 여러가지 방법들이 동원되는데, 우리나라에는 한 가지 방법이 더 있고, 그것이 지금까지 매우 치명적으로 작동해 오고 있다. 이것은 유사역사학을 신봉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먹히는 방법이다.
바로 기존 권위를 무시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통성이 없는 정권만큼 취약한 정권은 없다. 학문의 권위가 없는 학설도 일반인들에게 취약하게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 때문에 유사역사가들은 역사학계를 친일파의 후예, 조국을 위해 연구하지 않고 친일파를 위해 연구한다는 음해를 끊임없이 선전선동해왔다.
이렇게 함으로써 역사학계의 반론을 도덕적 우위에서 막아내는 방패를 만들어낸 것이다. 유사역사가들은 대개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 적절하게 훈련받거나 자격을 갖추지 못함 : 역사학과 출신이 아니거나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자격을 가진 사람들로 그들은 앞에 이야기한 것처럼 그것은 학계가 부정하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펴서 빠져나간다.
- 특정 사료를 과장하거나 함부로 추정함 : 사료적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만주원류고>를 금과옥조로 섬기거나 두찬으로 이름난 <요사>, <금사> 등에 의지하고, 당대 기록보다 후대 기록을 중시한다.
- 긍정적 사료만 중시하고 부정적 사료는 무시함 :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것만 제시한다.
- 입증되지 않는 개인적 사례를 강조함 : 내가 경험한 바로는 이런 사료는 말이 안 된다. 따라서 잘못된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전개한다.
- 객관적인 자세를 갖지 못하고 주관적으로 판단함 : 역사에 객관은 없다며 자신들이 마치 적당히 주관적인 것처럼 위장해서 주장을 늘어놓는다.
- 사기성 있는 주장을 함 : 고의적으로 사료를 엉터리로 해석하고 맞다고 우긴다. 또한 반론을 무시하고 도덕적 공격만을 되풀이한다. 그동안 누적된 유사역사학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욕설만 퍼붓는 것이 바로 이들의 모습이다.
5. 왜 역사학자는 유사역사학에 대응하지 못하는가?
이미 1981년에 국회에서 공청회를 통해 유사역사학자들과 역사학자들 사이에 공방전이 펼쳐졌었다. 역사학자들은 이 공청회에서 큰 실수를 하는데 그것은 상대 측을 역사학자라 생각하고 대응한 것이다. 이들은 역사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학계의 사람들 대하듯이 대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선동선전의 달인들이며, 유사역사학으로 뼈가 굵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정체를 알고 이들을 대한다면 전문가인 역사학자들에게 이들은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전문 역사학자가 아닌 많은 아마추어 역사애호가들이 이들의 주장을 지금껏 논파해왔다는 점에서 바로 알 수 있이다.
학자들에게는 우리 같은 사람들과 다른 문제가 있긴 한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사실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는 방법을 잘 찾아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과학에서는 이런 문제를 <케플러의 난제>라고 한다. 케플러가 자신이 발견한 천문학 원리를 대중에게 잘 설명해낼 수 없었다는 사실에서 유래한 이야기이다. 많은 역사학자들에게도 이런 문제가 있다. 유사역사학자들의 선전선동에 의해서 권위가 훼손당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유사역사학 신봉자를 대상으로 자신의 약점까지도 드러내면서 설득력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피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역사학자들이 용감하게 이 문제에 대해 발언해야 유사역사학이 설 자리를 없애는 길이 된다.
더욱 더 어려운 것은 유사역사가들이 아니라, 유사역사가들이 만들어낸 유사역사학을 믿고 있는 일반인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려주는 일이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이들은 증거가 눈앞에 제시되어도 그것을 믿지 않으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의 기층에는 민족주의를 강조하고 옹호함으로써 반사 이익을 챙기려는 세력이 버티고 있다. 그것은 때로는 민족 코드를 팔아서 장사하는 문화장사꾼들일 수도 있고, 민족 코드를 내세워 사회 갈등을 잠재우고 자신의 권력을 연장시키려는 정치인일 수도 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유사역사학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6. 우리나라 유사 역사학 뿌리와 분화
우리나라의 유사 역사학은 [환단고기]라는 위서의 등장 이후 무수한 갈래를 치면서 확장되고 있다. 이 환단고기는 이유립이 지은 필사본 100권이 1979년에 광오이해사라는 출판사에서 간행된 이후에 일본인 녹도승에 일본어판 환단고기와 임승국 교수의 [한단고기]가 나왔으나 이유립은 오류를 수정하여 1983년 [환단고기] 다시 출간하였다.
환단고기에는 ‘삼성기’, ‘단군세기’, ‘북부여기’ 그리고 ‘태백일사’의 4종 역사서를 포함하고 있는데 1만년전부터 우리 역사시대가 시작된다는 역사를 전개하고 있는데 환인-환웅-단군 시대를 국가로 인정하여 7명의 환인과 18명의 환웅 47명의 단군을 등장시키고 그 재위 연대까지도 명시하고 있다.
·환인시대 : B.C 7179년 ~ B.C3897년 - 3301년간 존속
·환웅시대 : B.C 3897년 ~ B.C 2333년 -1565년간 존속
·단군시대 : B.C 2333년 ~ B.C 238년 -2096년간 존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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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단고기 신봉자들의 환국시대 영토>
환단고기 신봉자들은 환인 시대의 영역을 중앙아시아를 넘어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인류최초 문명인 수메르 문명이 12환국 중의 하나인 수밀이환국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환웅시대가 되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영토는 축소되는데 그래도 동북아시아 일대를 지배하는 대제국으로 존재한다.
<환단고기에서 주장하는 환웅 시대 영역>
이 배달국 환웅의 시대의 중심은 연해주 서자촌인데 백두산 부근으로 이동해 와서 신시에 단군조선 시작된다. 그리고 단군 조선도 아무런 이유없이 한반도와 발해만 일대만 지배하는 작은 나라로 축소된다.
환단고기 신봉자들의 역사관은 영토지상주의에 의존한다. 드넓은 대륙을 지배했던 찬란한 고대사가 그들의 이상적 역사다. 환인시대 - 환웅시대의 그 넓은 영토가 단군 시대에 들어와서 축소되는 것에 대한 불만은 중국땅에서 삼국시대의 역사를 전개하는 ‘삼국대륙설’과 ‘대륙고려설’ 심지어는 ‘대륙조선설’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들은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나오는 우리의 지명과 같거나 유사한 중국의 지명을 찾아내어 우리 역사가 한반도가 아닌 중국땅에서 전개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비과학적인 유사역사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거의가 정규 역사학 전공자가 없는데 유사역자학자들은 자신들을 민족주의 재야사학자로 자처하면서 대학의 역사학계를 강단사학- 식민지 사학으로 매도한다.
유사역사학자들의 역사관을 연대표를 통해서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환단고기 신봉자들의 연사 연표>
위의 연표에서 보듯 유사역사학의 시작은 환단고기다. 그들은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커다란 불만을 가지고 살던 사람들로 역사란 모름지기 위대해야만 하며 위대하다는 것은 매우 크거나, 매우 오래된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환단고기를 만들었다.
환단고기는 위대했다. 중국을 가르치고, 만주와 바이칼 호를 넘어 시베리아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도 거대하였고 수밀이국 같은 구절을 넣어서 아시아 전역을 아우를 수 있었으니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한자를 좀 알던 사람들이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 삼국사기를 검토하여 고구려, 백제, 신라가 중국 땅에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 증거는 한반도의 현실은 아예 무시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자연 현상이나 부족한 자연과학적 지식을 무시한 것들로 대표적인 주장은 이런 것이 있다.
㉮ 메뚜기 피해가 적혀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메뚜기 피해가 발생할 수 없다.
㉯ 토함산은 화산인데, 우리나라 토함산은 화산이 아니다.
㉰ 지진 기록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
㉱ 가뭄과 홍수의 기록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
㉲ 그리고 삼국사기에 나오는 지명이 중국 땅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나 증거는 실제로 사실이 아니며 고려사나 조선사에도 제시한 증거들이 모두 나온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메뚜기 피해도, 토함산 문제도, 지진 문제도, 가뭄과 홍수 문제도 모두 후대 기록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삼국시대의 지명도 고려사 지리지나 조선시대의 지리지를 통해 그 계승 관계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삼국시대에 이어 고려, 조선까지 중국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유사역사학설이 난무하게 되면서 유사역사학은 고정적 분파를 하게 된다.
첫번째 부류는 환단고기 정통론자들이다. 이들은 낙랑군 등 한의 동방변군(이른바 한사군)이 한반도 안에 없었다는 정도로 만족하는데 중심 인물은 임승국이다.
두번째 부류는 삼국(고구려, 백제, 신라)만 중국 땅에 있었다고 주장한다는 소수파들이다. 이들은 서울대 박창범 교수가 삼국사기 일식 관측도라는 것을 내놓은 덕분에 그 내용에 맞춰서 삼국이 중국 땅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박창범 교수의 연구를 따르면 통일 신라 이후는 한반도에 정착하고 있으므로 그 주장에 착실히 따르고 있는 것이다..
세번째 부류는 고려 말에 이성계가 무주공산이었던 한반도로 이주해서 현재의 조선 역사가 전개되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율곤학회를 이끌고 있는 이중재가 이 주장의 대표적 인물로 이들은 한반도 안의 조선 이전 유물들은 다 이주하면서 들고왔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경주의 왕릉 같은 경우도 모두 조선 시대에 축조한 것이며 신라의 유물들은 다 옮겨온 것이고 유적은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분화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세번째 주장은 너무 말이 안 되는 지라 두 방향으로 갈라서게 된다.
그중 하나가 네번째 부류다. 이들은 한반도 내의 유적을(유물은 들고 다녀도 유적이야 못 들고 다닌다는 상식은 있었던 듯...) 해결하기 위해 ‘한반도에도 삼국이 있었고, 중국땅에도 삼국이 있었다’는 분국설을 주장한다. 고구려의 영토를 대륙까지 넓게 확장하고, 신라는 서신라, 동신라로 나누고 백제도 반도백제와 대륙백제가 있었던 것으로 만듦으로써 현재 한반도 내의 유적을 당당하게 설명한다.
다섯번째 부류는 더욱 황당한 방향으로 발전한다. 이들은 유적 유물 같은 것은 해결할 생각과 능력이 없다. 한반도의 유적 유물을 만든 이들은 '왜'로 한반도는 왜의 땅이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언제 우리가 한반도에 와서 살게 되었는 가를 놓고 다시 한번 분열한다. 이들은 우리가 이 땅에 살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라고 주장한다. 왜 일제가 한반도를 한민족에게 내주고 자기들은 섬에 가서 살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아직 없다.
<신라대륙설을 주장하는 지도>
그리고 더 극단적인 여섯번째 부류가 있다. 이들의 주장을 따르면 한민족은 지금 중국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이고 우리는 일본인인데 이들의 주장을 따르면 얄타회담 때 한반도의 왜인들에게 너희는 한민족이라고 세뇌를 시켰다고 한다.
삼국재대륙설이든, 고려재대륙설이든, 조선재대륙설이든 이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질문 중 하나는 그럼 중국은 어디 있었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 유방은 로마인이며 항우는 파르티아인이라는 주장.
· 장안은 티벳의 라싸라는 주장.
· 중국은 감숙성에 있었다는 주장 등등.
그런데 이런 주장에는 난점이 하나 있다. 사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분명히 해동海東이라 일컬어지고, 중국의 동쪽에는 바다가 있고, 우리나라의 서쪽에도 바다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우리나라 사이에 있는 바다 - 서해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은 해海는 바다가 아니라는 주장한다.
<대륙백제설을 증명한다는 지도>
중국은 오랜 역사와 넓은 땅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같은 지명이 무수히 많다는 것은 우편번호를 찾다가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들은 중국 역사 5천년 동안 나온 지명을 다 훑어내린 다음 비슷한 이름만 발견하면, 우리땅이라고 깃발을 꼽는다. 그것이 거리도, 방위도, 시대도 맞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한자도 틀리다는 것쯤은 이들에게 아무 문제도 아니다. 일반인들을 속이는데는 그정도면 충분하니까. 어려운 한자가 줄줄 나오고 디립다 긴 글을 써놓고 "봐라! 이러니 대륙설이 진실이니라!"라고 외치면 그것만으로 기가 질린 몇 사람이 고개를 끄덕여 주니까. 그리고 합리적인 반론, 즉 백제 서쪽에 있는 바다는 어디 갔어요와 같은 질문은 무시한다.
그들은 사실에 입각한 질문을 받으면 전가의 보도를 휘두른다. 그것은 "저 사람은 이병도 식민사관에 매몰된 사람이야." 이렇게 말하면 논쟁의 여지가 없다. 식민사학을 공부한 사람은 역시 엉터리 주장을 하네 하면서 거들어주는 사람들이 항상 있다. 역사학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실증 환단고기]나 [신라국가형성사연구]나 똑같이 그저 한권의 역사책일 뿐이다. A는 [실증 환단고기]를 전거로 들고, B는 [신라국가형성사연구]를 전거로 드는데 이런 식으로 서로 수십권의 책을 들이대면서 "내 말이 옳아"라고 외치니까 일반인은 "뭐가 진짜야?"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B는 식민사학과 출신이고, A는 우리민족이 위대했다고 주장하는데 B가 속절없이 자꾸 딴지를 거는 것처럼 보이니까, 까짓거 중국도, 일본도 다 거짓말하는데 우리도 하면 어때!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일단 이런 생각이 들면 A가 드는 전거의 불합리성은 따져볼 필요도 없게 되며 이제부터는 학문이 아니라 그냥 믿음일 뿐이다.
7. 우리나라 유사 역사학의 현실
20년전에 과천에 있는 국사편찬위원회의 어떤 세미나 쉬는 시간에 어떤 초로의 학자가 동신라, 서신라가 있었다는 주장을 펴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저런 황당한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네 하고 끝났지만, 지금은 저들의 주장이 인터넷을 타고 역사학 입문도 거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무비판적으로 전파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 황당한 역사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상업적 이득을 추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역사학 전공자는 소설과 역사서를 넘나들며 10여년간 30여권의 역사관련 책을 저술하여 경제적 이득을 보고 있다.(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이덕일(http://www.hangaramhistory.org/)
가장 규모가 큰 유사역사학 사이트는 우리역사의 비밀(http://www.coo2.net/)이다. 누적 방문회수 597만회를 상회하는 이 사이트는 일명 구이넷이라고 하며 환단고기를 비롯한 유사역사학의 저서 보급과 이론 전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밖에 소설 [단]의 저자인 권태훈의 사상을 숭배하는 봉우사상연구소(소장 정재승 http://bongwooorg.tistory.com) 도 유사역사학의 전파에 앞장서고 있으며 삼국재대륙설을 주창하는 이중재가 운영하는 율곤학회(http://www.yulgon.kr) 와 상고사학회(http://www.sanggosa.or.kr) 가 있는데 이 두 사이트는 이중재의 동양철학 소개와 함께 삼국사기를 독창적(?)으로 해석한 [정역 삼국사기]를 비롯하여 수십권의 허황된 역사관련 서적을 판매하고 있다.
일반인 네티즌들이 운영하는 카페나 블로그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데 한류열풍에 편승하여 만들어진 카페(한류열풍사랑 http://cafe.daum.net/hanryulove) 의 경우 회원수가 25만 명이 넘는데 여기서도 환단고기류의 열혈 신봉자들이 활약을 하고 있으며, 이 밖에도 이성계가 화교라면서 조선의 역사를 부정한 것으로 유명한 한민족참역사(http://cafe.daum.net/khankorea) 도 5만명이 넘는 회원들이 유사역사학 신봉에 매진하고 있다.
유사역사학는 역사학이 아니다. 사료와 근거에 의해서 자신의 가설을 학설로 증명하는 학문의 과정을 밟지 않고 추측과 단정으로 전개되는 역사는 역사 소설에 가까울 뿐이다. 애국심을 자극하는 민족주의를 기치로 배타적인 국수주의 역사관을 받아들이는 국민이 많아진다는 것은 국가적 사회적 병폐가 아닐 수 없다.
참고 사이트
전국역사교사모임 http://chamsil.eduhope.net/
초록불의 잡학다식 http://orumi.egloos.com/
우리역사문화모임 http://cafe.daum.net/alhc
야스페르츠의 묵연루 http://xakyntos.egloos.com/
11th fear http://shaw.eglo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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