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먹는 사람들이라는 고흐의 작품을 소개한다. 별이 빛나는 밤이나 해바라기, 아를의 집, 귀자른 초상등은 대부분 익히 알고 있겠지만 이 작품은 미술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아니고는 그리 많이 알고 있지는 않은 작품이다.
작품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이미 고흐 자신이 완벽한 설명이기에 내 개인적인 사족을 붙이지 않았다. 다만 그림에서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등불아래 어둑한 부엌에서 가족들이 허기진 배를 채우는 무뚝한 분위기, 퍽퍽한 감자에 목이나 막힐까 차를 내는 아낙의 주전자, 서로를 바라보며 감자를 권하는 농부의 얼굴과 각도, 그리고 노동의 역사를 새긴 투박한 손을 감상해보기 바란다. 아주 천/천/히! 노동을 바라보는 고흐의 냉정하고 따스한 감성을 만날 것이다.
"빈센트 반고흐 - 인상주의 서양미술사중 가장 위대한 화가"라고 하지만 사실 이 감자먹는 사람들을 정의 하자면 리얼리즘의 최고봉중 하나라고 해야 할 것이다. 고흐는 19세기 영국의 사회적리얼리즘의 석판화 수집광이었으면 농부 직공 가난한 서민들에 대한 그림들을 많이 그렸다. 이 감자먹는 사람들 또한 이런 영향을 받은 초기의 리얼리즘적 작품이다.
모든 문예사조라는 것들이 얼마나 화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가장 근사치로 표현하기 위한 탐색과정에서 도출되는 것이라면 모든 문예사조는 결국 의도하던 하지 않던 리얼리즘으로 향하고 리얼리즘으로 회귀된다. 리얼리즘으로 멀어질때 혹은 멀어지려고 할 때 그 종착역은 결국 리얼리즘의 울타리일 것이다. 굳이 그의 편지의 설명없이도 그림을 보면 누구나 동일하게 느낄 수 밖에 없는 감흥이 그의 리얼리즘적 천재성을 대변할 뿐.
1885년 4월30일 생일을 맞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중 일부(줄인건데... 짧지 않다) ;
"<감자 먹는 사람들>은 황금색과 잘 어울릴 것이다. 혹은 짙게 그늘진 잘익은 곡물 색의 벽지를 바른 벽 위에 걸어놓아도 잘 어울릴 것이다. 그러나 이런식으로 배치하지 않고 그림을 보여서는 안 된다. 특히 어둡거나 흐린 배경에서는 이 작품의 장점이 잘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그림의 내용이 아주 어두운 회색조의 실내를 들여다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삶 속에서도,램프가 하얀 벽 위로 뿜어내는 열기와 불빛은 관찰자에게 더 가깝기 때문에, 전체 장면을 황금색 불빛 속에서 보게 된다. 물론 관객은 그림 바깥에 있다. 그러나 자연스런 상태에서그림 전체가 뒤쪽으로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그림은 주변에 짙은 황금색이나 구리빛이 칠해진채 놓여야 한다. 그 그림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부디 내 말을 잊지 말아라. 그림을 황금빛 색조와 함께 배치해야 그림이 더 잘 살아난다. 불행하게도 흐리거나 검은 배경에 놓인다면,대리석 같은 질감이 죽어버릴 것이다. 그림자를 푸른색으로 칠했기 때문에 황금색이 이것을 돋보이게 해준다."
"...겨울 내내 이 그림을 위해 머리와 손 그리는 연습을 해왔다. 강한 열의를 갖고 작업에 임했기에, 며칠 동안은 치열한 전투를 치르는 것 같았다. 가끔은 그림이 완성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그림을 그린다는 게 뭐냐.'행동하고 창조하는 것' 아니냐"...
"나는 램프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밀고 있는 손, 자신을 닮은 바로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려고 했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다. 이 그림을 통해 우리의 생활방식, 즉 문명화된 사람들의 생활방식과는 상당히 다른 생활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는 채 그 그림에 감탄하고, 좋다고 인정하는 것이 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일이다. 언젠가는 '감자 먹는 사람들'이 진정한 농촌 그림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감상적이고 나약하게 보이는 농부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대상을 찾겠지. 그러나 길게 봤을 때는 농부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달콤하게 그리는 것보다, 그들 특유의 거친 속성을 살려내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다...
...여기저기 기운 흔적이 있고 먼지로 뒤덮인 푸른색 스커트와 상의를 입은 시골 처녀는 날씨와 바람, 태양이 남긴 기묘한 그늘을 갖고 있을 때 숙녀보다 더 멋지게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숙녀들이 입은 옷을 걸친다면, 그녀의 개성은 사라져버릴 것이다. 또한 농부는 일요일에 교회에 가려고 신사복을 차려입었을 때보다 작업복을 입고 밭에 나가 있을 때가 더 좋아 보인다...
...이와 비슷하게, 농부의 삶을 담은 그림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세련되게 그리는 것은 잘못이다. 농촌 그림이 베이컨, 연기, 찐 감자 냄새를 풍긴다고 해서 비정상적인 게 아니다. 마구간 그림이 거름 때문에 악취를 풍긴다면 훌륭하다고 해야겠지. 바로 그게 마구간이니까. 밭에서 잘 익은 옥수수나 감자냄새, 비료냄새, 거름냄새가 난다면 지극히 건강한 것이지.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들한테는 더욱 그렇다. 그런 그림이 그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있어도 농촌생활을 다룬 그림에서 향수냄새가 나서는 안 된다...
...그가 이 그림을 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대로 내버려두렴. 상관없다. 그러나 그에게 그 그림을 한번 보여주기는 해라. 사람들에게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어야 할 것 아니냐. 분명 "웬 쓰레기 같은 그림이냐!"는 말을 들을 게 뻔하지만. 내가 각오하고 있듯 너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해서 진실하고 정직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
...농촌생활을 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그러나 예술과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진지한 반성을 하게 될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면, 스스로를 용납할 수 없다...
...밀레나 드 그루같은 화가들이 "더럽다, 저속하다, 추악하다, 악취가 난다" 등등의 빈정거림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꾸준히 작업하는 모범을 보였는데, 내가 그런 악평에 흔들린다면 치욕이 될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되지. 농부를 그리려면 자신이 농부인 것처럼 그려야 할 것이고, 농부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똑같이 느끼고 생각하며 그려야 할 것이다....
...실제로 자신이 누구인가는 잊어야 한다. 자주 생각하는 문제인데, 농부는 여러 가지 점에서 문명화된 세계보다 훨씬 더 나은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모든 점에서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도대체 그들이 예술이나 다른 많은 것에 대해 알아야 할 이유가 있겠니?....
이 그림 그리기 직전에 고흐가 탄광촌에서 선교사 생활을 했었거든.
그래서 이 그림이 어둡다는 얘기도 있고
그 즈음에 고흐가 <제르미날>이라는 소설을 읽었어.
동생 테오한테 빌려서, 아주 감명깊게 읽은 내용을 편지로 쓰기도 했고. 그래서라고도 해.
왜 이렇게 그림이 어두운지, 왜 미술사가들은 무슨 시대니 뭐니 말을 만들어내잖아. 이유를 찾고.
내가 보기엔, 저 집이 말이야, 누추한 농가인데, 등불이 그냥 어두운 거야.
이 그림 그린 곳이 네덜란드 시골마을이거든. 해도 많이 안나고 어두워, 흐린 날이 많고.
그 전에 습작을 많이 했지만, 고흐의 첫 대작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림.
선교사를 할까,미술상을 할까,방황하다가,화가가 되어야겠다 마음 먹고 그린,획을 그은.
캔버스에 붓터치들이 그리 보이는 거겠지.
유화든 수채화든 좀 떨어져서 조망을 하면
그것이 다 빛과 그림자고 나무잎이고 구름이고
강물의 물결이고 사람 얼굴의 주름같지만,
가까이서 아주 자세히 보면 그 그림을 그린 화가들의
섬세한 붓터치들만 보이지...
이를테면 유화물감을 되게 붓으로 찍어돌린 터치에
그 작은 고체의 흔적으로 물감이 그림자를 만들어낸 결과
멀리서 본 그 대단한 그림의 뭔가 색다른 느낌이었을 때.
인간사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멀리서 보면 우린 그저 그림 속의 무엇이지만,
가까이서 그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각각 자기들만의 터치,
세상에 조화롭게 그림으로 남겨진 터치가 아닐까 하는.
카모마일/
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497번째 편지를 보면 이 그림은 황금색이나 구리색과 잘 어울릴꺼라면서 이 그림을 어디에 걸어두고 봐야 제대로 볼수 있다고 꽤 자세하게 같이 적어보내거등.
물론 그 그림을 살 사람을 위한 설명이라서...벽지가 있는 곳^^
테오 직업은 그림 중개상.
영어번역본↓
...As regards the potato eaters — it’s a painting that looks well in gold, I’m sure of that. Still — it would do equally well on a wall hung with a paper that had a deep tone of ripe wheat. It simply mustn’t be seen, though, without this enclosure to it.
It does not appear to advantage against a dark background, and particularly not against a dull background. And this is because it’s a glimpse into a very grey interior.
In reality, it’s also in a gilt frame as it were — since the hearth and the light from the fire on the white walls — which now lie outside the painting but in real life throw the whole thing backwards — would be closer to the viewer.
Once more, one must enclose it by placing something in a deep gold or copper colour around it.
Please bear that in mind if you want to see it as it should be seen. This association with a gold tone at the same time brings brightness to areas where you wouldn’t expect it and takes away the marbled look that it gets if one unfortunately places it against a dull or black background. The shadows are painted with blue, and the gold colour works with that...
오리지날 편지중에서↓
(...Wat de aardappeleters betreft – het is een schij dat goed in ’t goud doet, dat weet ik zeker.– Doch – ’t zou even zeer goed doen op een muur die met een papier behangen ware dat een diepen toon van rijp koren hadde. ’t Is echter eenvoudig niet te zien zonder die afsluiting er bij.
Tegen een donker fondsa komt het niet tot zijn regt. en vooral niet tegen een vaal fond. En dat is omdat het een kijkje is in een zeer grijs interieur.
In de werkelijkheid staat het ook in een vergulde lijst als ’t ware – daar meer naar den bekijker toe zich zou bevinden den vuurhaard en den schijnsel van ’t vuur op de witte muren – die nu buiten ’t schij vallen maar in de natuur het heele geval achteruit gooien.
Nog eens, men moet het dus afsluiten door iets van een diepe goud- of koper kleur er om heen te plaatsen.
Als ge ’t zelf wilt zien zoo als ’t gezien moet worden, denk daar dan s.v.p. aan. Dat in verband brengen met een goudtoon geeft tevens helderheid aan plekken waar ge die niet zoudt veronderstellen en neemt weg het gemarmerde aspect dat het krijgt als men ’t ongelukkigerwijs tegen een vaal of zwart fond plaatst. De schaduwen zijn geschilderd met blaauw en de goudkleur werkt daarop...)
카기자/아스라이말이 맞아. 참고로 수정해서 그 '벽지'부분 올렸다(맨 앞에)...
사실 본글 올릴때 분명이 넣은 부분이고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올려진 글에
몇몇 부분이 빠져있더라고 수정으로 들어가면 그대로 있고...한참 씨름하다 원래대로
다 올려지긴 했는데 시스템 오류인가?
암튼 벽지부분도 보이게 했으니 참고하고.그리고 고흐의 시대는 19세기 중후반이야.
벽지는 당연히 존재했다고 봐야겠지?...
밀혼/아..커피구나..처음 알았네? 좀 언밸런스 하긴하다. 감자에 커피보다는
차가 어울릴거 같은데..순 내 취향에 ^^. 나도 커피에 감자 시도 한번 해볼까.
<팩트>
: 고흐의 아버지가 누넨(Nuenen)이라는 마을에서 목사로 지낼 때, 고흐가 머물렀던 기간 동안 그린 그림임.
고흐의 아버지를 비롯, 대대로 '개혁교회' 목사 집안.
네덜란드 개혁교회는 칼빈주의의 엄격한 개신교도.
그러나 저 마을은 네덜란드 남부의 카톨릭 마을.
당시 가톨릭과 개신교는 별로 안 친했음.
배척까지는 아니라도 마을의 '주류' 분위기에 고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음.
(그 전에 또 무신 연애사건이 하나 있었꼬....)
당시 그린 그림 중 저 여인이 가장 많이 등장함.
나중에 프랑스에서 누넨에 있는 가족들에게 쓴 편지에, 저 여인의 안부를 묻기도 함.
<짐작>
저 그림의 배경인, 저 회색집은 마을 '주류'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데,
집안에서 그림을 그린 걸로 보아, 고흐가 저 가족과 꽤 가까웠다.
저 여인도 수시로 이젤 앞에 앉힐 수 있을 만큼 가까웠을 것이다.
(고흐 작업실은 따로 있었음.)
<팩트>
고흐는 이 마을에서 농민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쫓겨나다시피 마을을 떠나 테오에게 감.
마을의 카톨릭 신부가 주민들에게 고흐와 접촉하지 마라고 권고.(또는 금지?)
이 시기 고흐가 그릴 수 있는 인물은 저 가족과 몇몇 베짜는 사람이 다였음. (모델료 문제도 있고)
이 가족은 마을에 몇 안되는 개신교도 가족.
저 여인은 그 시기에 미혼의 몸으로 임신을 했음.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끝내 밝히지 않았음.
<짐작>
그때 낳은 아이의 손자, 그러니까 저 여인의 증손자가 TV에 나온 적 있는데
자기가 고흐의 증손자일 가능성도 있지만, 아닐 가능성이 더 많다고 그러더라.
(가족 중에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없다는^^)
저 작은 마을에...또 그 안에서도 소수였던 개신교 사람들...
<팩트>
그녀의 이름음 Gordina de Groot
고흐는 그녀를 Sien 또는 Dien 이라고 불렀음.
덴하그에서 헤어진 그 옛 연인 이름으로...
아, 그리고 저 커피는, 진짜 커피가 아니고 '치커리 커피'래.
치커리 커피가 뭔가 하고 찾아봤더니, 채소 치커리 있잖아, 거기서 추출한 건데
커피 대용으로 마셨다고 하는군.
<나의 짐작>
여러 정황상- 고흐의 편지와 여러 자료들을 본 결과-
저 여인과 고흐는 썸싱이 있었다.
고흐의 아이를 임신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러나 그 사실을 그 누구도 입밖에 내어서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 엄격한 사회 분위기. 게다가 개신교도 쪽은 굉장히 엄격했음)
그녀 또는 그녀의 가족은 평생 비밀을 간직하며 살았다.
그녀가 접촉할 수 있었던 외간 남정네는 마을 주민,
그것도 개신교도 몇명 밖에 없는 아주 작은 사회였음.
고흐는 젊어서부터 사랑에 많이 빠졌는데, 늘 어려운 연애만 했음.
사촌이라던가, 연상의 여인이라던가, 창녀라던가...
그리고 가정을 꾸리고 싶은 소망이 늘 있었음. 여러 여건 상 다 실패.
그가 나중에 광기 또는 우울에 빠진 배경에...이 사건도 포함될지 모른다...는 그냥 추측임.
구가네 /
덴하그의 시엔은 나중에 어디에선가 자살했어. 강인가 바다에 뛰어들었던가 그렇고...
시엔과 헤어진 일이 고흐에게 아주 큰 슬픔이었거든.
그리고 저 마을에서...부모님 집 바로 옆집에 살던 연상의 여인과 결혼까지 서로 약속할 정도로
깊은 사이였는데, 여자가 아주 연상이야. 12살인가...뭐 그렇고...좀 사는 집.
고흐는 이 여자랑 결혼해서 마을에 정착하려고 했거든.
그런데 이 여자 집에서 반대 심하게 했고, 여자는 자살 시도도 하고 난리도 아니었음.
저 그림 속의 처자와는 그 담에 있었던 일.
고흐가 네덜란드를 영원히 떠나는 데 결정적인 계기.
(한번도 돌아오지 않았음.)
시골 카톨릭 마을에서 신부의 말은 뭐...어느 정도였을지 짐작 가지?
이 신부가 마을 사람들에게, 저 놈을 조심해라, 가까이 하지 마라, 이 정도였는지는 알 수 없는데,
이 신부가 고흐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알려져있음.
마을 주민이 고흐의 모델이 되는 것을 반대했다고 하거든.
->거의 쫓겨난 수준이 아니었을까,,,순전히 내 추측.
자기 마을 처자가 미혼모가 된 거니까...그 작은 동네에서...
아무도 입에 담지 않은 거지...어떤 기록이 남아있는 것도 없고.. 역시 내 추측임.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