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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나이트는 만삭의 몸을 이끌고 산부인과 의사를 찾아갔다.
그 동안은 가난으로 돈이 없어 동네 산파에게 골목길에 서서 자문을 구하는 게 다였다.
하지만 무척이나 바라던 임신이고 이제 출산의 때가 왔기 때문에 일을 그르치지 않기 위해서
정식 산부인과 의사를 찾은 것이다.
메리의 몸을 살핀 의사는 임신 9개월의 몸 답게 불러온 배가 아래로 처진 걸 확인했다.
태아가 아래로 내려왔다는 뜻이다. 메리의 가슴은 부풀었고 젖꼭지는 변색되어 있었다.
그런데 청진기를 갖다댔지만 아기의 심장박동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메리는 월경이 끊겼고, 젖이 나오며, 입덧을 할 뿐만 아니라 태아의 움직임까지 느껴진다고 했다.
그런데 아기가 없다.
산부인과 의사는 메리가 상상임신을 했음을 직감했다.
의사는 메리에게 “이제 출산을 할 때가 됐습니다. 출산을 하는 동안 출산 시에 통상적으로 주는 마취제를 주겠습니다. 그리고 출산이 시작되면 그냥 진행하시면 됩니다.” 라고 말했다.
메리는 고무되었고 마취에 빠졌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산부인과 의사는 메리를 흔들어 깨웠다.
그리고 메리에게 안타까운 사산 소식을 전해주었다.
메리는 한참을 울다가 사산을 받아들였다.
바로 그 순간 메리의 복부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주일 후 메리는 이전 처럼 불룩해진 배를 내밀고 의사를 다시 찾아왔다.
“선생님! 저 다시 왔어요~ 선생님이 쌍둥이를 분만하는 걸 잊었어요! 지금 그 녀석이 발로 차요!”
위의 사례는 1930년대에 보고된 의학논문의 예다.
심지어는 남자도 상상임신을 한다고 한다.
복부의 팽창, 젖의 분비, 뜬금없이 평소에 안 찾던 음식이 먹고 싶어지는 것, 구역질, 심지어 산통까지 일으킨단다.
상상임신은 여성들이 아기를 낳아 대를 이어야 한다는 사회문화적 분위기에서 정신적 압박을 받을 때 주로 발생한다.
상상임신은 1700년대 후반에는 200명에 한 명 꼴로 발생했지만 사회적 압박이 많이 줄어든 현대에 와서는 1만명에 한 명 꼴로 줄어든 것이 사회적 압박이 주요한 원인임을 설명해준다.
그런 심리적 압박이 곧바로 상상임신을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물리생물학적 기전에 따라 압박과 우울증이 어떤 호르몬을 분비 또는 제약하게 되는 여러 과정을 통해 임신과 같은 현상이 몸에 나타나게 만든다.
여기서 영성주의자들은 영혼의 작용이나 정신의 작용으로 몸을 변화시켰다고 주장할 것이다.
다시 말해 정신(영혼)이 먼저 임신을 갈망했기 때문에 몸이 그에 따라 임신한 것 같이 되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화적, 정신적 출산 압박은 엄연히 물리적 조건이자 환경이다.
예를 들면 파블로프 개의 조건반사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다들 잘 알다시피 개에게 먹이를 줄 때 마다 종을 울려 들려주는 걸 반복하면 개는 종소리만 듣고도 침을 흘리게 된다.
종소리가 먹이에 대한 욕망을 만들어내고 침을 흘리게 하는 것이다.
사회적 출산 압박이 배를 불러오게 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종소리는 영혼인가? 정신인가? 아니면 물리현상인가?
좀 더 복잡한 예를 들자면 쥐에게 달달한 사카린과 구역질을 유발하는 시클로포스파미드라는 약을 같이 반복적으로 주는 실험을 했는데 나중에는 쥐가 사카린만 먹어도 구역질을 했단다.
더 나아가서는, 그 시클로포스파미드라는 약은 구역질만 유발하는 게 아니라 면역체계까지 심각하게 약화시키는 물질이다. 이 쥐가 사카린만 먹고도 구역질은 물론 심각한 면역약화로 온갖 감염증세를 보이기까지 했다.
반복노출에 따른 학습효과로 ‘마음’이 만들어져서 실제 시클로포스파미드가 없는 사카린만으로도 면역약화가 오는 것이다.
마음 내지는 영혼을 만들어낸 사건이다.
상상임신이란 말을 금산님께서 하길래 써봤다.
금산님의 글을 대부분 빠뜨리지 않고 읽고 있다.
이해될 때까지 읽어라…. 이러지는 말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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