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사는 것을 제도적으로 인정받는 결혼이라는 절차가 거의 의무적인 것으로 취급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사랑은 결혼이라는 냉혹한 생활의 현실과 연결된 것으로 간주된다. 라서 순간적인 감정에 휘둘려 인생을 망쳐서는 안 된다는, 결혼은 평생의 삶이 걸린 객관적인 문제이기에 구관의 놀음인 사랑은 그저 희생당하곤 한다. 이러한 사랑에 대해 알랭 바디우가 던지는 시사점은 매우 크게 다가온다.
그가 말하는 사랑은 다름 아닌 성애, 즉 남녀 간의 사랑이다. 바디우는 이 남녀 간의 사랑이 진리를 생산하는 절차라고 단언하며 사랑에 대해 지극히 냉정한 성찰을 수행하며, 그것이 성차(性差)에 대한 진리를 생산한다고 설명한다. 진정한 사랑이 실종된 우리 시대에 바디우는 새삼스럽게 이 주제를 심도 있게 이 책에서 논의함으로써 '사랑한다는 것'은 "온갖 고독을 넘어 세계로부터 존재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모든 것과 더불어 포획되는 것"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피력하고 있다.
[YES24 제공 - 네이버 책 소개]
1. 구조에 의해 합리적인 생각만을 하라고 강요받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랑’이라는 절대적 이타성은 경제학자들이 이해하지 못할 가장 난해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합리적’, ‘경제적’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점점 더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현시대의 인간 존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준엄하게 꾸짖는다.
2. 고통스런 현실 속에서 왜곡된 우리 시대 '사랑'의 자화상과 바디우의 '사랑' 철학은 대척점을 이루는 것일까? 현실의 삶 속에서 '사랑'은 존재할까. 사랑에 대해 이상적인 미래상을 그려보며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그것을 실현하고자 하는 꿈을 꾸지만, 현대인의 삶 속에서 그런 '사랑'을 찾기란 무척 힘들 것이다. 사실상 온전한 '사랑'이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2.1. 현대인들에게 사랑은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조건부 만남’,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전사자 제로(0)의 전쟁’과도 같은 허구적 신화일 뿐이라 말한다. 자본주의는 사랑의 위험요소를 제거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위장된 사랑은 진리경험으로서의 사랑의 기회를 박탈한다. 섹스의 성적 쾌락을 서로간의 충만한 감정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사랑의 파트너란 나의 쾌락을 위한 도구일 뿐이며, 나라는 주체가 쾌락을 느낌으로써 타자는 나의 동일성으로 환원되어 버린다.
3. 이쯤에서 바디우의 철학이 레비나스의 철학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서 궤를 달리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둘 다 차이를 인정하는 부분에서는 동일하지만, 바디우는 ‘차이에서 시작된 세계의 구축’을 이야기하며, 레비나스는 ‘차이의 경험’을 통해 인식된 ‘절대적 타자’, ‘전체-타자’라는 지극히 윤리적인 존재를 창출한다. 즉, 바디우는 레비나스의 철학을 ‘둘을 부정하는 하나가 가하는 최후의 보복’이라고 평한다.
4. 인간은 타자가 존재치 않으면 자신 역시 존재하지 못한다. 타자라는 차이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간은 결코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으며, 영원히 타자를 갈구하게 되고야 마는 고독한 존재이다. 또한, 인간은 고독하기에 타자를 갈구하지만, 그로인해 타자들에 대해서 차별적 폭력을 행하는 존재다. 세상에 무수히 존재하는 차이들 사이에서 또한 존재하는 질서를 읽는다. 차이 사이에 존재하는 질서를 읽어낸다는 것은 틀림없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의 기원일 수 밖에 없다.
4.1. 무차별적이고 무수히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는 개체들 사이에서, 단 몇 가지 기준을 통해 그러한 모든 차이를 무시하고 경계선을 지어 질서정연하게 우리와 너희를 구분한다. 그리고 우리와 너희 사이에 있는 차이를 수평적 ‘다름’이란 판단에서, 수직적 ‘우열’이란 판단으로 전환한다. ‘진리’와, ‘선’과,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두고, ‘거짓’과, ‘악’과, ‘추악함’을 저들에게 둔다. 그로서 우리의 저들에 대한 폭력과 배제를 정당화한다.
5. 우연의 산물로서의 사랑만이 개인들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타인과의 공통된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진보의 원심성을 거부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만 하는 구심적 성격의 반동세력에 저항할 수 있는 것 또한 사랑이다. 반동은 언제나 동일성의 이름으로 차이를 의심한다. 따라서 ‘법을 위반하고 법에 이질적인 것들 안에서 사랑을 보호하는 것, 이것이 지금 요구되는 임무’다. 최소한 사랑에서는 차이를 의심하는 대신 차이를 신뢰하고 믿게 되기 때문이다. 법은 언제나 과거에 만들어진 것이며, 진보가 가능하게 하려면 언제나 보수의 저항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6. ‘사랑한다는 것은 온갖 고독을 넘어서 세계로부터 존재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모든 것과 더불어 포획되는 것’이며, ‘사랑하는 일, 그것은 결핍을 끌어안은 그 상태 그대로 삶을 살아나가는 자그마한 경험들, 시련과 위험을 삶의 조건으로 삼아 내 경험과 타자의 경험을 매일 그 길 위에 포개 놓으려는 자그마한 노력’이다. 둘(two)을 견지하고 둘의 지속을 사유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바디우의 철학이 요구하는 사랑에 대한 성찰이다.
7. 우리 모두 사랑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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