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떤 의미에서 서구 문명은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개념이다. 서구 문명의 발달 과정은 우리의 교과서적인 구분에 의한다면 고대(Altertum)와 중세(Mittelaltar), 그리고 근대(Neuzeit)로 구분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고대의 기원은 어둠에 싸여 있고, 희망적인 관측에도 불구하고 근대의 종말 역시 고대의 기원과 마찬가지로 아직은 어둠에 싸여 있다. 그리고 중세는 고대나 근대보다는 그 애매한 중간(Mittel)이라는 개념으로 인하여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으며, 시작과 끝이 가장 명확한 한정된 역사라 할 수 있다.
서구 문명을 낭만적으로 미화하지는 않지만, 서구 문명의 빛과 소금으로 중세의 정신사를 비추었던 기독교(基督敎)와 서구 문명의 그림자로 발전되어왔던 예술(건축, 미술, 음악)사를 조명하고자 한다. 우리는 흔히 이집트, 그리스 그리고 고대 로마제국의 융성기까지를 고대라 구분하며, A.D. 476년 고대 로마제국의 몰락 이후, 1,555년 아우크스부르크(Augsburg) 종교 화의를 계기로 수세기 동안 이어져왔던 그리스도교 세계의 통일성이 종식되었던 시기까지를 중세, 그리고 제 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었던 1945년 까지를 근대로 구분하고 있다. 특히 로마제국 멸망이후, 유럽은 프랑크 왕국(Frankenreich)을 중심으로 수많은 왕국들이 등장하여 경쟁과 화합을 통하여 발전하게 되었으며, A.D. 1,000년을 전후로 약 100년간의 변동기를 거쳐 유럽의 안정화(Konsolidierung)를 이룩하였다. 그때부터 유럽의 국경은 중세의 전 시기를 걸쳐서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았으며, 서유럽과 중부 유럽은 남북으로 확장되어 그때부터 민족 국가들로 구성된 유럽의 기초가 마련되었다. 안정화는 학술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집중화(Intensivierung)로 표현할 수 있으며, 집중화는 필연적으로 팽창(Expansion)과 위기(Krise)가 뒤따른다. 이른바 12세기부터 형성되어왔던 창조적 집중화와 비교할 때, 14~5세기의 창조적 집중화는 수세기 동안 성숙되어왔던 중세의 정치 질서를 일시에 파괴하여 왕조들을 위협하며, 도시 공화주의자들과 제후들 간의 권력 싸움을 부추키어 제후들을 왕 밑의 출세주의자들로 만들었다. 또한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의 종교개혁이후, 개혁을 열망하는 그리스도 교도들에 의하여 교황은 지도력을 상실하게 되었다.유럽 혁명의 첫 단계였다고 할 수 있는 이러한 위기 단계는 종국에는 새로운 목적의식을 가진 군주들이 종교개혁을 이용하면서 통일된 그리스도교 세계를 분열시킨 중앙 집권적인 군주제의 승리로 결말나게 되었다. 이러한 군주제는 중세를 넘어 근대로 이어지는 가교역할을 하였으며, 근대 또한 유럽 각국의 팽창정책과 1,789년 프랑스 시민혁명, 그리고 시민혁명 이후의 식민지 확장정책으로 인하여 위기를 불러와 제 1차 세계대전을 야기 시키며 서서히 종말을 맞이하여 1,945년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동,서 양 냉전 체제로의 전환을 가져오게 되었다.
오늘날 세계는 각국의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한편, 이해와 협력의 길을 모색하고 있으며, 각국의 역사와 문화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하고 있다. 우리 또한 여러 국가와 연관을 맺으며 세계사 속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21세기 현 인류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의 근원이 되고 있는 유럽 문명의 창조적 발달과정 - 기원 후 유럽문명의 기초가 되는 빛과 소금으로서의 기독교와 그림자로서의 기독교문명의 발달사(건축, 미술, 음악) - 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하여 세계사 속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 문화의 장점과 독창성을 개발하여 우리 역사와 문화 발전의 원동력으로 연결시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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