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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話(신화)와 史話(사화)
神話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신에 대한 이야기다. 사전적 설명을 더하자면 神(신)을 중심으로 전승되는 이야기로 우주 창조와 그 기원(시작), 영웅담, 자연현상의 유래 등을 담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그리스 신화가 있고, 절대적인 신이 존재하는 종교의 시작은 신화로 시작한다.
史話는 신화와 비슷하지만 그 시작이 사실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진짜로 있었던 사실이 전설과 같은 이야기로 승화·윤색된 것이 사화다. 통상적인 전설이나 신화와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야기의 구성이나 전개가 비슷하여 신화와 사화를 구분 없이 사용하고 있고, 때로는 ‘사화’라고 하면 조선시대 일어났던 ‘**士禍“를 떠올리기도 한다. 史話는 있었던 역사적인 사실을 꾸민 것이고, 神話 속에도 역사적 사건이 있으므로 신화는 사화를 포함하는 좀 더 큰 개념이라 봐도 될 것이다.
만약 ‘콕’ 짚어 ‘史話(사화)’라고 한다면 그것은 역사적 사실임을 확신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우리 고대사에 남아있는 건국 이야기는 ‘건국사화’라고 부른다. 앞서 살펴본 삼국유사의 가야 건국이야기도 건국사화인 것이다. 정말 하늘에서 뚝 떨어져 구지봉 꼭대기에 내려온 것은 아닐 것이고, 분명 배를 타고 해안가에 도착하여 선주민을 제압하고 나라를 열었을 것이다. 그런 후에 높은 산에 신화를 심어 자신들이 하늘(天)이 선택한 특별한 사람이므로 선주민들과 후세가 순응하게 했을 것으로 본다.
또한 고조선(단군조선)에서 시작한 우리민족은 단군을 실존하는 우리의 시조로 믿고 살았다. 중국을 신봉하는 유학자들도 자신들이 단군의 후예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단군사화’가 ‘신화’가 된 것은 일제강점 이후에 벌어진 ‘뇌새김’이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단군사화는 아래와 같이 시작한다.
<삼국유사>卷 第一, 紀異 第一
古記云, “昔有桓𡆮 謂帝釋也. 庶子桓雄 數意天下 貪求人世. 父知子意 下視三危太伯 可以弘益人間, 乃授天符印三箇 遣徃理之.
<古記에 이르기를, “옛날에 환인(桓因 : 제석(帝釋)을 말한다.)의 서자(庶子)인 환웅(桓雄)이 天下에 자주 뜻을 두고, 인간세상을 구하고자 했다.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알고 삼위태백(三危太伯)을 내려다보니 인간(人間)을 널리 이롭게 할만 했다. 그래서 천부인(天符印) 3개를 주며 가서 다스리게 하였다.
*庶子(서자) : ‘庶’는 ‘많다, 여럿’을 뜻한다. 첩실의 자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군사화에는 적들을 물리치거나 악귀를 퇴치하는 이야기가 없다. 우리만이 우월하고 다른 것들은 사악하고 비천하다는 선민사상도 없다. 단군 사화는 그렇게 시작한다.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건국사화다. 세상을 다스리는 통치이념은 ‘弘益人間(홍익인간)-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이다. 일본이나 이스라엘의 건국 이야기는 우월한 자신들이, 선택받은 자신들이 세상을 군림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의 건국사화는 고차원적인, 아주 稀貴한(드물고 존귀한) 사상이다.
통치방법은 또 어떤가? 在世理化(재세이화)다. ‘이치(理)가 통하는 세상으로 만들겠다(化).’는 뜻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신이 하등한 인간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납득하는 방법으로, 다스림을 당하는 사람도 수긍할 수 있는, 다툼이 있어도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理가 세상 구석구석에 통하는, ‘상식이 통하는’ 그런 방법으로 세상을 다스리겠다고 한다. 훌륭한 시조를 뒀다고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이런 귀한 생각을 가진 천손의 후예의 피가 흐르는 우리 민족의 핏줄에는 피만 흐른 것이 아니라 자부심도 함께 흘렀다. 지배자만 존귀한 왜군들이 임진년에 조선을 침략할 때, 평민들이 나서서 저항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독재정권의 부당함에 저항하는, 불합리에 저항하는 그 뜨거움과 열정은 DNA에 새겨져 있는 자부심이다. DNA에 새겨져 있는 자부심이 폭발하면 미토콘드리아를 통해 통제 불가능한 열기로 뿜어져 나온다. 그 유전적 특성은 우리 스스로도 제어가 어렵다.
- 이후 사람이 된 웅녀가 단수(壇樹) 아래서 잉태를 기원하자 환웅이 사람으로 변신하여 혼인하고, 그렇게 웅녀에게서 태어난 이가 단군왕검(壇君王儉)이다. 단군왕검이 나라를 여니 그것이 조선(朝鮮)이다. 이후 山神(산신)이 된다. 그때 나이가 1908살이다. 고대사료를 보면 仙人(선인)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仙人(선인)은 바로 신선이 된 왕검을 말한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동천왕 21년 기사에는
“ 二十一年, 春二月, 王以丸都城經亂, 不可復都, 築平壤城, 移民及廟社. 平壤者, 夲仙人王儉之宅也. 或云, “王之都王險.(21년(247년) 왕이 환도성이 전란을 겪어 다시 도읍으로 삼을 수 없다고 하여, 평양성(平壤城)을 쌓고 백성과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을 옮겼다. 평양은 본래 선인(仙人) 왕검(王儉)의 땅이다. 다른 기록에는 ‘왕이 되어 왕험(王險)에 도읍하였다.’라고 하였다.”
라고 나온다. 여기서 ‘평양성’이란 ‘수도’를 말한다.(대동강 옆의 평양이 아니다
<일본서기>에도 그들의 건국이야기가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사냥개처럼 킁킁거리며 추적해본 결과 일본의 건국이야기는 신화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임시로 ‘창작사화’라 이름 붙여본다.
보통의 ‘사화’는 (1)있었던 일을 (2)많은 시간이 지난 후대에 (3)꾸며지고 부풀려져 (4)건국시조가 등장하는 부분에 대해 (5)신화처럼 꾸며져 있다.
그런데 <일본서기>는 (1)있었던 일을 (2)당대에 (3)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게 신화처럼 꾸며 (4)처음부터 끝까지 전부를 (5)역사서의 형태로 꾸며져 있다.
이제부터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을 사람들이 알아보기 힘들게 신화처럼 꾸며진 <일본서기>를 해부해 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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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연륜은... 살아있네. 이 순간에도 잃지 않는 유머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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