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나라, 고천원에서 쫓겨난 스나노오가 시마네현 이즈모에 도착했다.
*시마네島根에 도착
고천원에서 쫓겨난 스사노오는 그 아들인 오십맹신(五十猛神)과 함께 新羅國으로 내려와 曾尸茂梨(소시모리)에 머물렀다. 그리고 “이 땅은 내가 있고 싶은 곳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진흙배를 타고 동쪽으로 가서 출운(出雲)의 파천 상류에 있는 鳥上峯(토리카미.노.타케)에 이르렀다. 素戔嗚尊, 帥其子五十猛神, 降到於新羅國, 居曾尸茂梨之處. 乃興言曰, 此地吾不欲居, 遂以埴土作舟, 乘之東渡, 到出雲國簸川上所在, 鳥上之峯.(일본서기 신대기 상8단 4) ----------------------
*曾尸茂梨 여기서 소시모리에 대해 일단 좀 살펴보자. '曾尸茂梨'를 [소시모리] [ソシモリ]라 읽는다. 한자 1개에 하나의 음이 대응된다. 우리나라의 이두처럼 가차문자다.
일본서기나 고사기에는 낯선 지명, 인명이 등장한다. 물론 기본 문자는 漢字다. 이런 인명, 지명이 등장할 때 때로는 한자의 뜻(의미)으로 파악해야 하고 때로는 그 소리(음가)로 의미를 살펴야 하고 두 가지가 중첩되어 이중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내가 움베르코가 엉엉 울며 형님형님 할꺼라고 한 말이 헛소리가 아니다. 구라를 예술적 경지로 승화한, 구라인듯 아닌듯 알 수 없게 만든 사서가 일본의 고대 사서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깊은 내막을 알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자기 좋을대로 해석하거나 (의도를 앞세워 왜곡) 알기는 알지만 겁탈만 하고 도망가는 경우가 있다. *겉핡기 >겁탈기>겁탈
'겁탈만 하고 도망가는 경우가 있다.'라고 쓰여진 것을 '겉핡기만 하고 대충 넘어갔다.'로 새겨들어야 한다.
일본서기와 고사기, 풍토기, 만엽집, 신찬성씨록 등에는 이런 식의 표현이 굉장히 많다. 이 지점에서 노빠들은 응당 왜? 라고 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소시모리'다.
*증시무리(曾尸茂梨) = 소시모리 [소시모리]로 읽어야 한다고 일본서기에 적혀 있으니 모두들 그렇게 읽는다.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 소시머리를 우두산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소시모리>소의머리>우두(牛頭)>우두산(牛頭山)
일리 있어 보이지만, 여러 고서와 전체 맥락을 살펴보면 빗나간 셈이다. 공항까지 같이 간다고 모두가 로마로 가는 것은 아니다.
강점기시절 일본인들이 여기저기에 우두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앞서 언급한것 처럼 '스사노오가 한반도에 머물렀다'는 구절과 '소시모리'에 매달린 결과다. 춘천의 우두산에 일본 관광객이 몰리고, 김해 가야산에도 우두산이 있다. 우리나라 고서를 찾아보면 분명 그 산들은 다른 이름이었을 것이다. 우리만 이상한 것이 아니라 일본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불교가 일본의 메인 종교로 등장하는 시기에 기존의 신도(神道)와 불교가 이종교배를 하게 되는데, 이를 신불습합神佛習合이라 부른다.
하치만이 하치만대보살로 둔갑/변신하는 것처럼 일본신화의 신들이 불교에 등장하는 인물로 바뀐다. 스사노오는 우두천왕으로 둔갑/변신한다. 로만칼라(카톨릭 신부옷을 입고)에 머리 밀고 목탁을 쥔 모습이다.
일본어로 소(牛)를 우시[うし]라 한다. "소시모리-(우시모리)-(신라에서 왔으니 두 언어를 합친 것이겠지)-그럼 소머리가 맞는 것 같다." 이렇게 일본인들이 해석해서 '소머리'>'우두(牛頭)천왕(天王)'이 된다.
전염병이 창궐하자 우두천왕으로 변신한 스사노오의 진노라 여기고 이를 달래기 위해 생겨난 것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온 마쯔리다. 링크된 기사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 이상으로 잘 쓴 기사처럼 보이지만, 한국인과 일본인의 잘못된 이해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읽어보고 시리즈가 끝날 때쯤 판단해라. 지금은 어떤 판단도 하지마라.
*이번 글 요지 : 가차문자, 한자 1. 한자를 사용한 일본사서이지만, 이두처럼 가차문자인 경우가 많으니 주의하라.
2. 가차문자이니 때로는 발음이 약간 다를 수 있다. 특히 격음(카), 경음(까), 평음(가)은 무시해야 한다. 일본어 좀 하는 사람은 더 주의해야 한다. 발음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알지만, 가차문자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3. 일본에서 '한자 읽기'는 정해진 룰이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쓴 놈이 읽고 싶은대로 읽으면 된다. 일본서기, 고사기에도 그런 경우가 굉장히 많다.
어떤 경우엔 모양이 비슷한 한자를 만들어 쓰기도 한다. 예를 들면 木刕 ≒ 木劦(목협)
맥락을 놓치면 엉뚱한 곳에 가 있다.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