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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전이나 지금이나 '노년'에 대한 사회의 터부가 존재했다. '늙으면 죽어야지' 부류의 논리. 그런데 '늙어서 죽기'가 쉽지 않다. 19세기 유럽의 평균 수명이 40세 남짓했음을 생각해보면, 현재 우리의 노년은 매우 늦게 찾아오는 셈이니. 그러니 그 '터부'의 강도가 더 세질 수밖에. 특히 세대 간 정치성향이 거칠게 분화한 한국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2. 가끔 노인과 꼰대를 구별하지 못하 그대로 등치시키는 사람을 볼 때면 나는 키케로를 떠올린다. <노년에 대하여>로 알려진 글. 3. 로마 시대, 전설적 말빨의 주인공 키케로의 입을 통해(<인생론>, 키케로) . 키케로가 말하는 '노년에 대한 시대의 인식'은 다음과 같다. 노년이 비참한 것으로 생각되는 이유로 네 가지를 들 수 있네. 첫째로, 노년은 우리를 공적인 활동에서 멀어지게 하고, 두 번째로, 노년은 우리의 육체를 허약하게 하며, 세 번째로, 노년은 거의 모든 쾌락을 빼앗아가고, 네 번째로 노년은 죽음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일세.
요새와 큰 차이 없네. 그럼 여기에 대한 키케로의 생각을 짧게 짚어보자. 4.1 공적인 활동
- 노년의 공적활동에 대한 역사 실례를 한참 제시한 후 - 그러므로 노인은 공적인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제대로 된 논리를 펴지 못하고 있는 것일세. 그것은 바로 배를 움직일 때 어떤 자는 돛대에 올라가고, 어떤 자는 갑판을 누비고, 또 어떤 자는 뱃바닥에 괸 물을 퍼내고 있는데, 고물에서 키를 붙잡고 가만히 앉아 있는 키잡이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지. 물론 젊은 사람이 하는 일은 하지 않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크고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거라네. 위대한 사업은 육체의 힘이나 속도, 기민함이 아니라 사려와 권위와 식견으로 이룩된다네. 노년은 그런 것들을 빼앗아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증진시키는 법이라네.
- 사회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노년 전문가들, 이를테면 법률가, 정치인, 사제, 복점관, 철학자 등의 예를 들고서 -
열의와 근면이 지속되는 한, 노인에게도 지식의 힘은 남아 있다네. 저명한 고관뿐만 아니라 초야에서 조용히 살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일세.
4.2. 체력에 대해 지금 청년의 체력을 갖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바로, 젊었을 때 황소나 코끼리의 힘을 원한 적이 없었던 것과 같다네. 가지고 있는 것을 사용하되, 무슨 일이든 자신의 체력에 맞게 하면 되는 것일세.
나의 체력은 자네들보다 떨어지지만, 자네들도 백인대장 티투스 폰티우스의 체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푸하하). 그렇다고 그 자가 자네들보다 더 훌륭한가? 체력을 적절하게 사용할 줄만 알면, 그리고 각자가 힘닿는 데까지 노력한다면, 체력을
그 이상 바랄 필요는 없는 것일세. 인생의 행로는 정해져 있네. 자연의 길은 하나이고, 게다가 되짚어올 수 없는 길이라네. 그리고 인생의 각 단계에는 각각 그때에 어울리는 성질이 주어져 있네. 소년의 나약함, 젊은이의 패기, 안정기의 든 자의 중후함, 노년기의 원숙함, 모두 제
때에 거둬들여야 하는 자연의 결실과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법이라네.
노년에는 체력이 부족하다고? 아니, 노년에 체력이 요구되는 일은 없다네. 그러니까 내 나이쯤 되면 법률과 제도에 의해 체력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의무에서는 면제가 되고, 할 수 없는 일은 물론이고 할 수 있는 일도 강요받지 않는다네.
직무는 고사하고 일상생활의 의무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허약한 노인도 많다네. 그것은 반드시 노인에게만 있는 결점이 아니라 병약한 사람들에게 공통되는 점이지.
나는 친구를 위해 법정에 서기도 하고, 원로원에도 자주 나가네. 어느 경우에나 신중하게 시간을 들여 생각한 끝에 의견을 말하고, 육체의 힘이 아니라 마음의 힘으로 그것을 끝까지 지킨다네. 이러한 일을 혹시 완수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긴 의자에 드러누워 내가 더 이상 할 수 없는 일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즐거움이 있지 않은가? 그것은 내가 지나온 인생 덕분에 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인생이란 그렇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늙어가는 법이지. 갑자기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두고 사라져가는 거라네.
4.3. 노년에는 쾌락이 없나?
실제로 나는 대화의 즐거움 때문에 긴 향연도 즐긴다네. 뚜렷하게 줄어들어 버린 동년배뿐만 아니라, 자네들과 자네들 또래와도 함께 말이지. 그래서 대화에 대한 욕구를 늘려준 반면, 음식에 대한 욕구는 없애준 노년에 크게 감사하고 있다네. 사람이 원하지 않는 것은 사람을 괴롭힐 수가 없지. 이미 노쇠기의 소포클레스는 아직도 성생활은 즐기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멋지게 대답했다네. "이런 맙소사! 거칠고 포악한 주인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것처럼, 거기서 빠져나오게 된 것을 기뻐하고 있는 중이오." 극장의 맨 앞줄에서 보는 자는 암비비우스 투르피오를 더 잘 즐길 수 있지만, 맨 뒤에 있는 자도 즐길 수 있다네. 마찬가지로, 청년기에는 쾌락을 가까운 곳에서 응시하기 때문에 아마 기쁨도 크겠지만, 노년에는 멀리서 그것을 바라보면서 충분히 즐기는 것이니.
4.4 죽음과 가까운 노년
죽음의 접근. 죽음이 노년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은 사실이네. - 중략- 만일 죽음에 도달해서 영혼이 완전히 소멸된다면 무시해도 무방하고, 영혼이 영원히 살 수 있는 곳으로 이끌려간다면 마당히 손꼽아 기다려야 하는 것이네. 제3의 길은
어디에도 없다네. 그렇다면, 죽은 뒤의 나는 가련하지 않고 오히려 행복할 것인데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젊은 사람이라도 자기가 저녁까지 살아 있을 거라고 확신할 만큼 어리석은 자가 과연 있을까?
죽음은 노년과 젊은이들에게 공통되는 것인데도 왜 그토록 노년을 비난하는 것일까?
나는, 젊은이가 죽는 것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많은 양의 물로 진화되는 것과 같은 것, 한편 노인이 죽는 것은 다 타버린 불이 아무런 힘을 가하지 않아도 저절로 꺼져가는 것고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네. 과일도 덜 익었을 때는 힘껏 비틀어야 나무에서 떨어지지만 잘 익으면 스스로 떨어지는 것처럼, 목숨 또한 청년에게서는 힘으로 빼앗는 것이고, 노인한테는 성숙의 결과로서 제거되는 것이라네. 이 성숙이라는 것이 바로 나에게는 더할 수 없이 기쁜 것이기 때문에,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말하자면 긴 항해의 끝에 육지를 발견하여 마침내 항구에 들어가려는 것과 같다네.
5. 키케로의 <노년에 대하여>를 읽을 때마다 노년에 대한, 무르익음에 대한 환상이 생길랑말랑 했다. 하지만 이 가혹한 말빨의 한 사내는 그런 길랑말랑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의해 두어야 할 것은, 내가 이 이야기 전체를 통해 칭송하는 것은 청년기의 기초 위에 세워진 노년이라는 점이네. 또 이것은 전에도 모든 사람들의 동의를 얻은 적이 있는 것인데, 말로써 자신을 변호해야 하는 노년은 비참하다는 것이네.
백발과 주름살을 내세워 어느 날 갑자기 권위를 차지하려 들 수는 없다네. 인생을 명예롭게 산 결과로서 권위라는 결실을 얻는 법이니까 말이네.
위 글은 '노년'에 대한 도해, 해설이지만 뒤집어 보면 결국 꼰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청년기/노년기로 나누지 않고, 청년기/노년기를 염두에 두지 않고 그냥 읽어 내리면 더 좋은 듯. 청춘이 없는 젊음과 백발로 뒤덮인 청춘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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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