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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새벽, 베이루트 스포츠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FIFA(국제축구연맹)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전을 졸린 눈 비벼가며 관전 했다. 상대는 중동의 약체팀 레바논. 답답한 경기 끝에 후반 막판 김치우 선수의 프리킥 골이 터지며 겨우 1대1로 비겼는데, 경기 내용의 상세한 분석은 기성 언론에서 많이 쓸테니 그것으로 갈음하면 되겠다. 경기 결과론적인 얘기겠지만 최강희 대표팀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로 이동국 선수를 택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프로 리그 감독으로 활동 중인 그가 역시 국내 프로선수로 뛰고 있는 이동국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기에 선수기용 그 자체로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그야말로 감독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축구 광팬이 아닌 내가 보기에도 경기운영에 있어 문제점을 드러낸 이동국을 경기종료 시까지 계속 기용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
최전방 공격수 이동국의 역할은 본인이 직접 찬스를 만들어 골을 터트리거나,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2선 공격수인 이근호, 김보경, 이청용 등에게 골을 기록할 찬스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활동반경을 넓히거나 상대 수비를 적극적으로 제껴내는 움직임 등을 동반해야만 가능한데 이동국은 그런 움직임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물론 상대 수비력이 출중하다면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객관적인 전력 상 우리보다 한 수 아래인 레바논의 수비진이 이동국 정도의 능력을 가진 선수를 꽁꽁 묶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대체 자원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후반 늦게 투입된 손흥민과 그나마 뛰지 못한 지동원 등의 좋은 선수가 대기 중 이었는데 이를 제대로 활용할 기회마저 놓친 점은 더욱 아쉽기만 하다.
이동국의 나이가 만 34세이다. 자기관리가 철저하면 충분히 선수로 뛸 수 있는 나이이기는 하나 아무래도 체력문제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경기 내내 공격진의 움직임이 둔하기 그지없어 찬스를 만들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젊은 선수들을 기용해서 활로를 뚫어야 할 감독이 제 역할을 못한 부분도 역시 지적하고 싶다.
더구나 중동 킬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좌측면 공격수 이근호 마저 느린 움직임을 보이는 상태였는데 이런 경우 이동국은 그 역할이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었던 점도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 동안 월드컵 예선전을 수 차례 치르며 이동국을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해 왔지만 감독의 기대만큼 결과를 내주지 못했다면 젊은 선수도 자주 기용해서 이동국 선수 본인에게도 경쟁력을 이끌어 내고 대표팀의 경기력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선수기용을 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대표팀 모든 선수들, 감독 및 코치진 그리고 새벽에 잠 안 자고 나처럼 눈 벌게서 경기를 본 모든 이들에게 감사와 위로를 보낸다.
대한민국, 힘!!!
P.S. 전반전 1골을 넣기까지의 레바논 선수들은 우리보다 훨씬 강팀으로 보일만큼 훌륭했는데 이 점은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그 이후 풀밭을 침대 삼는 모습은 참 찌질하기 그지 없는 면이었는데 강력한 비추를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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