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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효과를 통해 배우자.
나는 이미 오래전에 4.27 보궐 선거의 결과와는 상관 없이, 선거 직 후부터 올 해 11월까지 정도는 민주당 포함 야권 전체 정당들의 총체적 신당논의가 있을거라고 예상해 보았다. 역사적 사건들을 토대로 한 유추다. 우리가 무속인, 점쟁이가 아닌 이상에야 아무도 알 수 없는 내년의 일을 예측해 보려면, 역사로부터 현재를 사는 지혜와 미래를 준비하는 혜안을 빌리는 방법외에는 그 어떤 방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87년 6월 항쟁 이전의 선거 역사는 지금 한국의 정치 지형의 현실을 정교하게 반영하지 못한다. 87년 이 후, 5번의 대선, 6번의 총선, 6번의 지방선거, 23년 동안 총 17번의 초대형 선거만 살펴 보아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학습효과는 엄청나다. 이에 대하여 총 두 편의 글로 나누어 싣고, 지금 진보 대통합 신당의 논의가 2012년 다가올 대선과 총선에 어떠한 영향력이 있을 것이며, 역사 속에서 어떠한 의미가 있는 일인지 알아보기로 한다.
1992년 14대 총선과 대선
2012년 총선은 4월, 대선은 12월이다. 이와 거의 같은 시기에 총선과 대선을 우리는 치른 경험이 있다. 바로 20년 전, 1992년 14대 총선과 14대 대선이다.
1992년 3월 24일 14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3당 야합으로 공룡정당을 만들었던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의 '민자당'은 299석 중 221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야당인 DJ의 '평화민주당'은 67석 이었다. 거대 여당과 왜소한 야당의 구도라는 점, 총선과 대선이 같은 해에 실시 된다는 점, 거대 여당의 독선이 민심 이반의 가장 큰 요소였다는 점에서 92년과 지금의 상황은 유사하다.
1991년 총선을 1년 여 앞둔 DJ는 야권통합에 나섰다. 우선 재야인사를 다수 영입하여' 평민당을 신민당으로' 바꿨다(1991.4.9). 그 후 이기택의 '꼬마민주당'과 2단계 통합 협상에 나섰다. DJ는 국회의원 8명에 불과한 이기택의 꼬마 민주당에 지분 40%를 양보해버리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며 연대하지 않고 통합을 선택한다.(1991.9.10). 그리고 DJ와 이기택은 당 공동대표로 취임하여 '민주당'을 창당(75석), '김정길'을 원내총무로, '노무현'을 당 대변인으로 임명하고, 1992.3.24일 14대 총선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어땠는지 먼저 보자. 민자당은 221석에서 149석으로 72석이 줄었고(의석수 33% 감소), 득표율은 38.5%였다. 민주당은 75석에서 97석으로 22석이 늘었고(의석수는 약 29% 증가), 득표율은 29.2%였다. 이 선거가 87년 이 후 역대 '한나라당 최대 폭락, 민주당 최대 약진'을 기록한 선거다.(탄핵선거인 2004년 총선 제외).
만일 2012년 선거에 역대 최고 성적을 대입한다고 해도, 현재 한나라당 의석수가 171석이니 33% 감소하면 약 115석(득표율을 대입해도 115석이다), 민주당은 현재 85석이니 29% 증가한다고 해도 109석이다. 민노당과 기타 진보당 의석을 합해도 버겁다.
결론은, 아무리 '한나라당 폭락 + 민주당 약진'으로 계산해도 한나라당을 못이긴다. 수구세력의 견고함이다. 아무리 역대 최대 폭락을 해도 한나라당을 찍는 고정 지지세력은 위에서 보는 것 처럼 38%~40%는 된다. 민주당 및 야권연대 세력은 아무리 뛰어봐야 30%가 채 안되는 현실이다.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치루어진 2004년 17대를 제외하고, 민주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것은 DJ집권 시절인 2000년 16대 총선이다. 집권 여당의 힘을 바탕으로, 이인제의 충청권, 김중권의 경북권까지 흡수했음에도, 115석에 그쳤다. 물론 115석이 적은 수가 아니다. 한나라당은 133석이 었다. 이정도 115석 정도까지가 진보세력이 현재까지 대한민국에서 지역을 지지기반으로 얻을 수 있는 의석 수의 최대 한계치라고 나는 보고 있다.
아무튼 14대 총선에서 민자당 149석(득표38.5%), 민주당 97석(득표29.2%)의 결과를 두고 언론은 "민자당 참패, 민주당 승리"로 머릿기사를 냈다.
총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그 여세를 몰아 대선에 임했으나, 김영삼 : 김대중 : 정주영이 붙은 1992년 12월 대선 결과는 '김대중의 참패'로 끝났다. 김대중은 "하해와 같은 국민의 은혜를 하나도 갚지 못하고..."라는 고별사를 남기고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1996년 15대 총선과 대선
1996년 15대 총선을 보자. 92년 대선에 실패한 DJ는 정계은퇴 선언 후, 95년 지방선거 압승 기반으로 정계에 복귀, 1992년 이기택과 함께 만들었던 민주당을 깨고, 53면의 국회의원으로 '새청치 국민회의'를 창당했다(1995.8.11). 그리고 정동영, 신기남, 천정배, 추미애 등 '신진기예'를 영입하여 1996년 4월 15대 총선에 임했다. 결과는 78석 획득으로 '약보합'에 그쳤다.
DJ의 새정치 국민회의 신당창당에 반대하여 민주당에 잔류했던 이기택 대표는 43명의 잔류의원을 기반으로 재야 명망가인 민변 회장 '홍성루'를 공동대표로 영입하였다. 그리고 재야 시민운동가, 재야 변호사, 학자 등 당대 최고의 참신하고 화려한 공천으로 15대 총선에 뛰어들었으나, 영남에선 신한국당에 밀리고, 호남에선 새정치국민회의에 밀리고, 충청에선 자민련에 밀리고, 수도권에선 새정치 국민회의에 밀려, 결국 9석에 그치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이기택이 그 선거로 몰락한 자리는 민자당에서 탈당하며 자민련을 창당한 JP가 메꾸었다. '핫바지 발언'으로 충청도 돌풍을 일으키며 50석을 획득, 일약 제3당으로 확고히 올라섰다.
"지역구도 극복, 3김 정치 청산"을 기치로 역대 최고의 공천을 했던 이기택, 홍성우의 민주당 쌍두마차는 3김 지역주의 광풍에 맥없이 쓰러지고, '신한국당'으로 흡수되고 말았다. 그 후 97년 대선에서 IMF라는 국가적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 YS임에도 불구하고 78석의 DJ와 50석의 JP는 DJP연대를 해서야 겨우 정권을 획득했다. 이상의 내용이 fact다.
92년과 96년 선거의 교훈
14대 총선(1992년)에서 97석을 얻어 총선에서 승리한 DJ는 그 해 말 대선에서 실패했다. 15대 총선에서 78석에 불과했던 DJ는 그 다음해 말 대권을 쥐는 데 성공했다. 이는 역사적으로 볼 때, 총선 승리와 대선 승리는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는 의미이다. 물론, 총선에서 이기면 좋겠지만, 그건 거기까지다. 총선 승패와 대선 승패와는 관계가 없다. 왜 그럴까. 대선은 후보의 인물 자체가 가지는 파괴력과 지역구도로 짜여지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에게 대선과 총선과 지방선거는 그 '정치적 진지함'이 다르다. 대선은 모든 정치세력이 전국에서 단 한 명의 후보만 내세워, 단 한 명만을 선출하는 최고의 선거다. 총선, 지방선거도 단 한 명을 선출하지만 전국에서 총선은 245명을 선출하고, 지방선거는 수천 명을 선출한다. 국민들도 그것을 다 감안하고 투표하는 거다. 대선은 총알이 딱 '한 방'뿐이다.
지금 우리 현실의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당 의석수'가 아니라, '인물'과 '지역'과 '구도(이슈)'이다. 우선 '대선 후보깜(인물)'이 있어야, 정책도, 정치공학(구도)도 의미가 있다. 좋든 싫든, 우리 정치는 '인물'이 특정 지역, 특정 정책과 아주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게 현실이고 팩트다. 영남의 지지를 못받는 한나라당 후보가 존재할 수 없으며, 한나라당 후보가 햇볕정책을 지지할 수 없다. 아무리 정책이 좋아도, 내 고장의 이익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인물이 아니면 절대 찍지 않는 유권자가 '최소 50%'는 존재한다. 이게 현실이다. 정치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이 논의의 출발점이다.
지금 야권에서 시급한 것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정치공학(선거연대, 야권연대, 야권단일화, 야권통합 등)이 아니라, 확고한 정체정과 비전을 가진 '정당과 인물'을 만드는 것이며, 그 정당과 인물이 만들어진 다음에야, 정책도, 야권통합도, 정치공학도 가능함을 주장할 것이다. 그 정당과 인물이 만들어 지기 위한 방법으로는 '노선투쟁'이 필요하며, 그 일환으로 신당 창당을 주장할 것이다.
2012년 정권 교체의 길 : '확고한 지지기반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중간층'을 흡수해야
우선 결론부터 말하면, 소수세력 집권의 길은 '자신의 지지기반을 확고히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외연을 확대해 나가는 것(정치공학을 통한 중간층 흡수)이다. 이게 유일하고도 정당한 길이다.
노무현, 유시민, 천신정, 민노당, 진보신당을 포함한 야권 연대 우리 모두가 DJ를 지지하는 95%의 호남인과 15%의 영남인 구도에서, DJ를 지지하는 55%의 호남인과 55%의 영남인지 존재하는 세상을 꿈꾼다. 지역주의의 극복을 꿈꾼다. 나의 꿈이기도 하다.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미래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다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어떤가. 호남 대권 선호도 1위는 박근혜다. 충청도, 강원도 모두 박근혜가 1위다. 이게 현실이다. 우리 지역의 지지기반을 스스로 허문 결과다. 국민은 지역감정 없는 세상도 중요하지만 양극화 없는 세상이 급선무다. 지역감정은 일부러 조장해야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극복할 수도 없는, 어느 나라에서나 존재하는 정치 상수常數에 불과하다. 지역감정의 극복은 오랜 기간을 계속 정권을 유지하면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한나라당을 지속적으로 해체해 나가면서, 긴 호흡을 두고 점점 무력화 시켜나가야할 우리의 이상향일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무리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제안하는 사즉생의 정신으로 지역감정 극복의 승부수를 던져도, 한나라당이라는 실체가 존재하는 한, 당장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내년에 정권을 반드시 다시 가져와 다시는 대한민국 악의축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선? 일단 지금은 지역감정의 존재를 인정하고 출발해야 한다. 현실에 버젓하게 존재하는 지역감정을 정치공학으로 덮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의제하려는 시도는 절대 해서는 안된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실패하게 되어있다. 2012년에 꼭이겨야하지 않겠나.
4.19 혁명으로 집권한 2공화국 민주당을 제외하면, 민주당만이 97년과 2002년 집권에 성공했다. 이 두 차례의 정권 교체는 모두 의석 수가 소수세력인 채로 집권에 성공했다. 나는 내년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야권연대가 성공하여 총선과 대선을 모두 가져가야만 하는 대한민국의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이라고 판단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벼랑 끝까지 내 몰린 형국이다.
두 차례의 소수세력 집권 성공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1) 호남을 확고하게 장악한 후, 서민 대중을 위한 선명한 정책을 통해 수도권, 충청, 강원, 경북, 경남 순으로 민심을 확대하며, 동시에 2) 정치공학적으로 중간파 흡수(외연확대)를 병행하는 방법이 성공했던 것이다. 노사모를 중심으로 저금통 만들고, 선거 막판에 온 갖 인맥 동원해서 전화 돌리고, 외국에 나가있는 국민도 비행기 자비로 내고 한국에 들어와서 선거에 참여해서 찍고, 그래서 우리는 승리한 것이라고, 노사모의 승리라고 우리는 기록하고 싶겠지만, 역사는 이 선거를 '행정수도이전'을 매개로 한 '제 2의 호남 충청 연대'의 승리라고 기록한다. 충청도민들이 노빠들이 뭐가 좋다고 찍어줬겠나. 우리는 지나치게 냉정해질 필요도 있다. 그들은 행정수도 이전을 보고 이익을 쫓아 찍은 것이다. 그리고 DJ집권 5년의 결과가, 국민들이 이제는 진보세력을 찍으면 무슨 큰일 날 것처럼 불안을 조장하던 수구세력들의 날조에서 탈피한 효과도 크다. 역으로 참여정부 때는 수구세력들이 5년 전과는 비교도 안되게 어마어마한 양극화 불안을 조장하여 경제대통령의 가면을 쓴 이명박이라는 사생아를 낳은 결과를 불러왔다. 이런 정치적 날조행위를 '민주주의의 자유'를 근거로 무작정 방치하면 안된다.
집권을 위해선 두가지 요건, 즉 1. 확고한 지지기반과 정체성을 가진 정당을 바탕으로, 2. 중간파를 흡수해야 하는데(외연확대), 지금의 민주당은 확고한 지지기반(호남은 지금 무주공산이다)과 정체성도 없고, 야권연대에 나서고는 있으나 중간층을 흡수하기엔 턱없이 유치한 수준이다. 민노당과 참여당은 민주당에 비해서는 확고한 계급적 지지기반(지역적 지지기반은 없다)과 정체성은 있지만 그 세력이 너무나 미약하고, 역시 중간층을 흡수하기엔 아직 비전이 없다.
그 어떤 나라의 국민도 '계급'을 배반할지언정 '지역'을 배반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는 영호남을 중심으로 동서로 갈라쳐 부와 권력 분배의 지역적 불균형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놓고 싸우는 중, 충청과 강원은 "니들만 못산다고 떠드냐, 우리는 더 못사는데 호남 되게 시끄럽다" 이런 식의 반응이 주를 이루면서 국가 전체 발전의 장애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노무현은 국가 균형 발전을 지상 최대의 목표로 삼은 것이고, 한나라당은 영남이라는 지역적 지지기반이 해체될까봐 겁나서 반대한 것이고 그런거다.
인류는 지역을 기반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지금처럼 교통과 통신이 발달한 시대에는 조금 덜하지만,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이,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과 비교해 차별 받는다고 판단되면 누구나 감정적으로 분노한다. 작게는 살고있는 동네가 옆동네보다 못살면 화가나고, 크게는 대한민국이라는 지역이 미국, 일본, 유럽보다 못살면 화가 나는 거다. 그 어떤 정치적 이념, 정책, 제도도 '지역과 감정' 앞에선 무력하다. 링컨도 남부와 북부의 지역 감정(제조업과 농업)을 통해 대통령이 된 사람이고, 그런 미국은 아직도 남부와 북부, 또는 동과 서의 경제적, 인종적, 종교적, 지역적 불균형 요소가 존재하는 나라이다. 다른 나라도 다 그렇다. 역사가 그렇다.
지역감정은 좋고 나쁘고의 문제를 떠나 움직일 수 없는 '정! 치! 현! 실!'이다. 이걸 한 번에 갈아 엎으려고 하면 집권해서 한나라당 포함해서 반대하는 놈들 다 숙청해버리는 혁명이 필요하다. 한 번에 개혁할 수 없다. 모든 지역이 다 골고루 잘 살면 얼마나 좋겠나. 긴 호흡을 두고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것이다. 어쨋든 집권은 해야 혁명을 하든 개혁을 하든 쉽게 할 것 아닌가. 어느 나라든 정당은 지지기반이 필요하다. 그 지지기반이 '지역'이면 나쁘고, '계급'이면 좋을 것 같은가? 그렇지만은 않다. 진보신당을 보라. 대의원 몇 백명이 모여, 북한 3대 세습을 용인하는 민노당의 집단적 성찰을 요구햇다고 하지 않는가. 결과적으로만 따지자면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여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는 한나라당과 뭐가 다른가.
현실을 외면한 이상은 공상에 불과하다. DJ가 왜 국민보다 반보만 앞서야 한다고 했나. 노무현 대통령이 이제는 나를 버리라고 한 말에는 많은 함축적 의미가 있다. 조봉암이 왜 법살당하고, 소크라테스가 왜 독배를 마셔야 했나. 열린우리당은 왜 3년만에 실패했나. 정치현실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감정 극복이라는 미래의 과제를 잠시 접어두고, 서민생활 안정, 양극화 극복에 올인하자.
중간층 흡수를 통한 외연확대(야권통합)에 대하여
14대 총선(1992년) 한나라당의 149석과 민주당의 97석을 합하면 246석이다. 299석 중 나머지 53석은 어디로 갔는가. 바로 정주영의 국민당이 31석을 가져가고, 무소속이 21석을 가져갔다. 이처럼 87년 이 후 우리 정치사에는, 영남도 아니고 호남도 아닌 중간파 정치 세력이 15~20% 정도 늘 존재해 왔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 92년 총선과 대선의 국민당(정주영), 96년 총선의 자민련(김종필), 97년 대선의 자민련(김종필), 국민신당(이인제), 2002년 대선의 국민통합21(정몽준) 등이다. 이 중간파를 흡수한 97과 2002년 대선은 승리했지만, 중간파를 방치한 92년 대선과 2007년 대선은 무참하게 실패했다.
그것을 97년처럼 지역 등권론에 근거한 DJP연대로 명명하든, 2002년처럼 행정수도 이전을 매개로 한 정책연대로 명명하든, 이름은 갖다 붙이면 된다.(이 외에도 중간층을 흡수하기 위한 정치적 아이디어는 많다).
일단 우리 진영의 사람들이라면 유시민을 필두로, 민주당 친노, 이정희, 조승수, 노회찬, 심상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는 통합하고, 외연을 확대해서 민주당의 비노와 반노, 충청의 심대평, 이인제, 이용희, 이완구, 경남의 강삼재, 경북의 박철언, 강원의 한승수등과는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DJ 국민의 정부 시절 당정의 중책을 맡았던 브레인들인 임동원, 이종찬, 김중권, 김석수, 윤관, 김종인, 정세현, 문정인, 박재규 등은 우리 진보대통합 진영에서 영입하던지, 도저히 그것만은 안되겠으면 앞으로 논의할 분당된 민주당에서 영입하던지 다시 영입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난 이들이 중간파를 흡수할 수 있는 합리적인 '안정희구세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논의되는 야권연대 수준은 내년 2012 총선과 대선의 승리를 위해선 아직 유치한 수준이다. 이를 훨씬 뒤어 넘어 통큰연대를 해야 한다. 그래야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김해에서 김태호같은 놈들이 당선되지 않는다. 이정희, 조승수, 노회찬, 심상정이 중간층인 충청과 강원표를 몇표나 흡수할 것이며, 영남표를 몇 표나 분산시키겠는가.
민주당의 비노와 반노, 심대평, 이인제, 이용의, 이완구, 강삼제, 박철언, 한승수 등과 진보대통합신당의 '보편적 복지, FTA반대, 남북화해'가 어울리겠느냐고 반문할 지 모르나, 정치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예술이다. DJ도 노무현도 JP와 정몽준과 다 손잡고 그러는 것이다. 나는 유시민이 그래서 인물이라고 본다. 이정희와도 친하게 지내고, 동교동계 뒷방 늙은이들에게 가서 머리숙일 줄도 안다. 유시민을 보면 조선 최고의 브레인이자 경세가인 정도전 같은 느낌이 든다. 주댕이로만 정치하는 조선의 조광조, 송시열같은 애들하고는 질적으로 다르다. 현실 정치인이다. 박철언은 이미 25년 전에 공산권과 외교 수립,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던 실용주의자다. 막연하게 독재 세력이라고 외면할 일만은 아니다. 연대할 수 있다. 대구경북에서 그의 정치적 파괴력과 유시민이 가진 30%정도 되는 대구경북의 자산이 만나서 시너지를 일으킨다면 박근혜와 어쩌면 해볼만도 한 가공할만한 힘을 가진다.
현 민주당으로는 '야권통합'은 불가능다.
1991년 DJ의 신민당과 이기택의 꼬마민주당 합당, 1996년 DJP연대 모두 '지지기반과 정체성이 확고한 정당과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은 지지기반도, 정체성, 지도자도 불분명하다. 통합을 위한 전제가 충족되지 않은 상황이다. 텃밭인 호남에서도 지지를 못받고 있다. 민주당에 DJ는 어디가고 '친노, 비노, 반노'만 있다. 도대체 같은 편인지, 다른편인지 피아구별이 안된다. 참여당, 민노당 행사에 민주당 의원들이 몰려다니고, 민주당 행사에 민노당, 진보신당 정치인들이 들락거린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서로 헐뜯는다. 거기에 요즘 조국과 오마이뉴스까지 가세하여 무책임한 정치공학의 향연시대를 열고 있다.
민주당도 신당 창당 해서 호남을 장악해야한다.
민주당의원들은 항변한다. DJ가 '야권통합'을 강조하지 않았느냐고. 참으로 딱하다. 그럼 DJ가, 전직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이, 팔순이 넘은 거물 정객이, 국내외에서 존격받는 나라의 큰 어른이, '당깨고 나가서 창당하라'고 주문하겠는가. 민주당은 DJ를 벤치마킹 하려면 대통령 당선 전의 김대중을 연구해야지, 집권 후의 김대중을 흉내내면 어떡하자는건가. 정말 똥오줌 못가리고 있다.
대통령 당선 전 DJ를 보자. 87년 대선 실패 후, 88년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국의 최대 관심사는 '국회의원 선거법 협상'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4대강 사업쯤 되는 큰 이슈였다. 이 협상에서 DJ는 '소선거구제'를 고집했고, 국민 여론도 '소선거구제'였다. 당시 한 선거구에서 2명을 뽑는 '중선거구제'를 했었는데, 이는 선거의 극적 재미도 없거니와 여야가 동반 당선을 기도한 야합이라는 비판이 대다수 국민 여론이었다.
그러나 노태우의 민정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은 '지역구도 극복'을 이유로 '대선거구제로 변경' 또는 '중선거구제의 유지'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DJ는 "여야가 동반 당선되겠다는 유신시대의 발상"이라면서 일관되게 소선거구제를 고수하여 관철했다. 생각해 보라. 민정당(노태우), 통일민주당(김영삼), 신민주공화당(김종필)이 모두 반대하는데, 김대중(평민당) 혼자, 겨우 67석 가진 정당의 당수가,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관철시킨 것이다. 저게 바로 소수 야당의 갈길인 것이다. 정세균처럼 어설프게 여야는 국정의 동반자가 어쩌고 할게 아니란 것이다.
아마 유진산, 유치송, 정세균, 손학규, 박지원 같았으면 100% '중선거구제'로 타협했을 것이다. 숫자가 모자라서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했을 것이다. 정치는 '타협'이라고 가져다 부친 변명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DJ는 평민당 67석으로 '소선거구제'를 관철했다.
지금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지역구도 극복한답시고, '석패율 제도'인가 뭔가 도입한다는데, 민주당은 정신나간 짓 그만 하길 바란다. 호남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 탄생하면 그게 정치발전인가? 누차 말했지만 지금 현시점에서 대다수의 국민은 지역감정 없는 세상보다 양극화 없는 세상을 원한다. 지역감정 극복을 빙자하여 선거제도 뜯어 고치는 것에 내가 반대하는 이유는 위와 같은 야합의 역사 때문이다.
85년 12대 총선을 겨우 25여일 앞두고 급조된 정당 '신민당'을 창당하여 신민당돌풍을 일으킨 것도 DJ다. 87년 대선을 앞두고 통일민주당을 분당하여 '평민당'을 창당한 것도 DJ다. 95년 97석의 민주당을 쪼개고(이 민주당은 DJ 자신이 만든 정당이다), 겨우 53석의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한 것도 DJ다. 집권 후에도 '새천년민주당'으로 확대 개편한 것도 DJ다.
이 과정에서 성공도 했고, 실패도 했고, 욕도 무수히 얻어먹었다. 유시민이 걷고 있는 길과 비슷하다. 상향식 공천을 한다는 점만 빼고. 특히 92년 대선 실패 후, 95년 정계복귀 당시 대다수 동교동계 의원들도 신당 창당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은퇴 약속을 번복하고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했다. DJ는 자신의 정치은퇴 약속 번복과 민주당 분당에 대해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고 비판을 감수하겠다"면서 신당을 강행했다. 나이 72세에 내린 결단이다.
DJ는 결단이 성공하면 성공하는 대로,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받아들였다. 실패해도 실망하지 않고, 그 실패한 기반 위에서 국민의 현실적인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여 또 선거에 나섰다. 그런데 지금의 민주당은 어떤가. 오히려 유시민이 더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 되지 않나?
민주당은 '친노, 비노, 반노'로 나뉘어 피아구별도 안되는 사람들끼리 같은당에서 총질하지 말고 갈라서라. 친노는 진보대통합신당과 함께 통합하고, '비노와 반노'는 DJ의 정신을 오롯이 계승해 호남 지역을 휘어 잡아라. 노무현과 완전히 이혼 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계급적 지지기반의 '진보대통합신당', 지역적 지지기반의 '호남민주당', 중간층 지지기반 흡수를 위한 '충청,강원,대구경북 인사들'이 훨씬 큰 통큰 연대를 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 없이 박근혜는 그야말로 넘을 수 없는 벽이다. 2012년 다음 대선에서 정권이 박근혜에게로 넘어가면 대한민국은 걷잡을 수 엄는 암흑기로 빠진다.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연대 해도 대선 결과는 5.3 : 4.7의 박빙의 결과다. 수구세력의 벽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만만한게 아니다. 안희정은 끝까지 민주당 깃발 들겠다고 하고, 민주당이 과연 갈라 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11월 까진 기다려 봐야 할 것이다.
38년간의 퍼스트레이디 박근혜
우리가 수첩공주라고 안주삼아 놀려대는 박근혜는 실상 그리 만만한 정치인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가 인정하지 않으면 크게 당할 날이 온다. 결론부터 말하면 박근혜는 현역 정치인 중 권력의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꿰뚫고 있는 '가장 노회한' 정치인이다. 공주로 태어나, 23살에 엄마 육영수를 대신해 퍼스트 레이디에 올라, '공식적인 정치인생'만 38년째다. 박근혜는 자신의 나와바리(대구, 경북)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고, '권력을 스스로 쟁취'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그녀는 지도자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박근혜의 지역구는 '수도권이 아니다. 대구다. 04년 탄핵 총선 당시에도 제일 먼저 달려가 손수건 흔들며 살려달라고 읍소한 곳도 '대구'다. 추미애도 똑같이 읍소했지만 실패했다. 이게 바로 텃밭이 있는 정치인과 없는 정치인의 결정적 차이다. 박근혜는 이처럼 자신의 나와바리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존의 권력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지도자가 됐다. 난 박근혜와는 반대로 놀고 있는, 즉 MB에게 스무스하게 권력을 넘겨받으려는 '이재오'가 한나라당의 차기가 될 가능성은 '제로zero'라고 본다. 그건 권력의 본질에 반한다.
인류 역사에서 정치권력의 본질은 '폭력'이다. '폭력의 정당한 독점'이 권력이다. 그리고 권력은 '자신의 힘'으로 쟁취하지 않으면 자기 권력이 아니다. 한땀한땀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표만이 진정한 지지기반이고, 자기 권력이 되는 것이지, 노무현 대통령의 유산이나 MB가 도박판 개평 나누어 주듯 해서 넘겨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박근혜가 왜 MB와 각을 세우는가. 같은 당이라도, MB의 권력은 자기 권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어떻게든 '스스로' 권력을 쟁취하려고 노력한다. 박근혜는 MB에게 잘보여서 권력을 넘겨받을 생각이 절대 없다. 이회창이 어떻게 지도자가 됐나. 살아있는 권력 YS를 처박아서 지도자가 된것이다.
물론 박근혜도 한 방에 성공한 게 아니다. 2002년 1월, 박근혜는 이회창의 독선에 반발하여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인가 하는 정당을 창당한다. 그리고 그해 지방선거에 후보자를 공천하였지만, 자신의 본거지인 대구경북에서도 한나라당에 개박살나고 만다. 그 후 12월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 정몽준에 급해진 이회창은 박근혜가 절실하게 필요했고, 풍찬노숙의 혹독함을 맛본 박근혜는 한나라당이 필요했다. 박근혜는 2002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복당한다.
그 당시 박근혜는 아무리 박정희의 딸이라고 해도, 나이 50에 불과한 겨우 1.5선짜리 국회의원에 불과한 정치인이 국민에게 어필할 어떤 결정적 계기도 없이 이회창이라는 주류세력의 대변인이자, 영남지역을 장악한 이회창에게 각을 세웠기 때문이다. 타이밍의 실패가 창당의 실패였다. 그러나 당대표까지 지내고 자기 계보의 국회의원 수십 명을 거느린 지금의 박근혜가 MB와 각을 세우는 지금의 타이밍은 박근혜에게 다음 대권을 거의 약속했음과 다름없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박근혜가 지도자로 우뚝 선 것이 바로 2004년 탄핵 총선이다. 2004년 탄핵은 박근혜에게 위기이자 기회였다. 박근혜도 그 때서야 국민 속으로 걸어 들어갈 기회가 온 것이다. 02년 대선 실패로 이회창이라는 지역맹주가 사라졌고, 지도력 공백 사태가 온 것이다. 박근혜는 대구에 가서 손수건을 흔들고 눈물바람을 일으키며 잘못한건 반성하겠다며 천막당사 치고 쇼하더니 한나라당을 위기에서 구원하고 일약 지도자로 우뚝 섰다.지역 맹주로 올라선 것이다. 2006년 지방선거에선 테러까지 당했다. 이 사건으로 충청까지 장악했다. 이명박의 대통령 당선은 그런 박근혜를 누르고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를 등에 업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오롯이 박근혜의 덕을 본거다.박근혜가 날로 지도자가 된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쇼하는데는 천재적으로 국민의 마음을 파고들 줄 안다.
진보대통합신당에 찬성한다.
정치인은 끊임없이 이슈를 생산하고 만들어 내야한다. 정치는 창조력을 요하는 예술이다. DJ도 필요할 때마다 끊임 없이 신당창당의 승부수를 던졌다. 지금은 위기이자 기회다. 민주당의 어중이 떠중이 85명 보단, 작지만 강하고 응집력있는 소수 집단을 기반으로 진보대통합으로 신진기예를 영입하여 '50석'을 목표로 내년 총선을 베팅하는 것이 낫다. 노동자와 비정규직만의 당이 되어서도 안되고, 노무현의 당이 되어서도 안된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공학이 아니라 "인물"이다. 인물이 나와야, '지도자'가 나와야, 대권도 정책도, 정치공학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현상타파 노력 없이 인물이 거저 생기는가? 정책과 정치공학은 아무나 데려다 연구하면 되지만, 인물은 그렇지 않다.
서민대중의 바다에 몸을 던지고, 실패도 하고, 욕도 먹고,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서면서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인물'은 현상타파와 변화 없이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지 않는다. 신당을 창당하든지, 선거에 출마하든지, 판을 흔들어 대면서, 욕도 처먹어 가면서 생기는 것이다. 욕먹으면서 국민들과 정도 생기는 것이다. 왜 그렇게 욕먹는 걸 두려워 하는가. 고매하게, 부처님 가운데 토막같은 말이나 하면서 MB정권 욕하는건 범부인 나도 한다. 지도자가 되야하는 정치인은 열정과 분노와 정국 돌파력을 보여줘야한다. 신당 만들었는데 세력이 안모이면 어떡하나, 내년 총선에서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으로 정치하려면 애초에 접는게 낫다. 신당 창당하고 그래도 안되면 또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돌파하고 그러는 것이다. 내가 그래서 유시민을 좋아한다. 무엇이 두려운가.
85년 2.12 총선에 대비한 급조 정당인 '신민당' 돌풍도, 지나고 보니 결과론적으로 성공한 것이지, 그 때는 '민한당'이라는 확고한 거대 제 1 야당이 존재하고 있던 시절이다. 지금이야 민한당을 사꾸라라고 욕하지만, 당시 민한당은 지금의 민주당보다 의석비중이 더 큰 제 1 야당이었다. DJ로서도 쉽게 내릴 수 있는 결단이 아니었다. 그래도 DJ는, 제 1야당 민한당을 활용하지 않고, 신민당이라는 새 틀을 짰다. Risk Taking을 한 것이다. 국민을 믿고 간 것이다. 그러면서 성공하고, 리더쉽과 정치적 권위를 획득해 나간 것이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듯, 정치적 권위는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중이 떠중이 97석(민주당)의 공동대표 보다는, 확고한 별동대로 모인 53석(새정치 국민회의)의 단독대표가 낫기 때문에 DJ는 그렇게 한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참여당으로는 이 모든것을 가능하게 하지 못한다. 이봉수의 낙마가 무척이나 아쉬운 대목이다. 그렇다면 다시 돌파해야한다. 진보대통합 신당에 적극 지지를 표한다. 내년 총선에서 50석 획득하길 기원한다.
그리 너무 길어졌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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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땡큐..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