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연지기(浩然之氣), 사전을 보면 세상을 뒤흔드는 (어둠의) 기운이라고 뜻풀이가 되어있지.
정치계에서 가카와 철승 할배가 호연지기의 대표라면, 그라운드에서 호연지기를 대표하는 사람은 이영민 타격상으로 유명한 고 이영민 박사, 그리고 OB 베어스의 레전드 '불사조' 박철순이야.
"박철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야빠들한테 물으면 50%가 이렇게 대답하겠지. '불사조', '훈남' 등등…. 하지만 이 형님처럼 60 평생을 파란만장하게, 호연지기를 몸소 보여줬던 분들. 정말 드물다.
철순 형님은 본디 부산 출신으로, 일이 정상적으로 풀렸다면 최동원과 함께 롯데 마운드의 투 톱을 이뤘을 분이었지. 그러나 고딩(부산고) 1학년 때 선배들과의 불화로 자퇴서를 내고, 이듬해 대전 대성고 1학년에 편입하면서부터 호연지기라는 단어와 떼 놓을래야 떼 놓을수 없는 인생을 살게 되셨지.
첫 번째 호연지기는 대성고 2학년 때의 심판 폭력. 그 때가 1972년 황금사자기 예선전이었는데, 대성고는 8회까지 전통의 강호 대전고를 2:0으로 이기고 있었어. 그러나 대전고 출신 심판들이 잇달아 석연치않은 판정을 하는 바람에 역전패당했고, 대성고 선수들은 도망치듯 퇴근하는 주심을 잡아다가 강냉이를 털어버렸지. 이 사건으로 인해 대성고 야구부는 창단 2년만에 공중분해되었고, 철순 형님은 서울 배명고를 거쳐 남들보다 2년 늦게야 대학(연세대)에 진학하게 됐어.
두 번째 호연지기는 대학생 여친의 임신. 철순 형님은 연세대 신입생 시절, 이화여대에 다니는 학생과 교제를 했는데 그 여학생이 자신과 하룻밤을 보낸 뒤 덜컥 임신을 해 버린 거야. 그리고 그 사건은 카더라통신을 통해 연세대 총장의 귀에 들어갔고, 연대 총장은 "너 군대 갈래. 아니면 학교에서 쫓겨날래"하면서 철순 형님에게 군입대를 종용했어. 결국 철순 형님은 그 여친과 혼인신고를 한 뒤 1975년 말, 자의반 타의반으로 공군 야구단에 입대하게 되지.
세 번째 호연지기는 최동원 구타. 공군을 제대하고 연세대에 복학한 1979년 3월, 철순 형님은 동국대와의 경기에서 7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도 동료 최동원의 블론 세이브로 승리투수를 놓치는데, 이에 열이 뻗쳐 최동원의 히프를 피투성이로 만들지. 그리고 철순 형님은 최동원의 부친 최윤식 선생에 의해 고발당해 법정에 섰고, 1심에서 패소한 뒤 연세대 측의 주선(이라기보다는 앓던 사랑니 뽑는 심정으로 쫓아냈다는 표현이 정확할 듯)으로 미쿡 밀워키 브루어스의 입단 테스트를 받으러 마음에 내키지 않는 미쿡행 비행기를 타게 돼.
이 후 철순 형님은 위의 여친과 결혼도 하고, 프로야구 원년 22연승의 영광을 누리면서 개과천선하는 듯 했어. 그러나 호연지기를 개한테 주겠어?? 결국 철순 형님은 채 20년을 버티지 못하고 한 건 크게 터뜨리지. 바로 1994년 OB 항명파동 사건.
이 항명파동 사건은 박철순이 윤동균 감독의 부당한 폭력에 항의해 벌어진 비무장 투쟁인마냥 왜곡되어있는데, 사실은 자유시간마다 술을 마시고 늦게 숙소에 들어오는 철순 형님과 유부남들한테 윤동균 감독이 "니들이 그러고도 프로야? 니들은 아직도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라고 방망이를 들고 호통을 친 거였지. 그러나 형뻘 되는 윤동균 감독을 만만하게 본 선수들이 무단으로 숙소를 이탈한 뒤 "윤동균씨가 우리가 한 경기 잘못했다고 욕설을 하고, 알미늄 빠따로 때리려했다"고 모함한 거였고. 당시 박철순의 모함에 억울하게 옷을 벗었던 윤동균 감독한테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호연지기는 그를 야구계에서 떠나게 만든 선수 구타사건 은폐. 철순 형님은 네 차례의 호연지기 발동과 부상에도 불구하고 43세까지 선수생활을 한 뒤 OB 2군 코치를 맡고 있었는데, 1998년 봄에 OB 2군의 캡틴 소상영이 담배를 사오지 않은 신인 선수의 허리를 병신으로 만든 사건이 있었어. 그러나 2군 코치로써 이 사건을 해결해야하는 철순 형님은 이를 해결하려고 하기는 커녕 은폐하려고 했고, 기자가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X발. 선배가 고문관 후배 버릇 고쳐놓을 수도 있는 거지, 왜 딴족을 거냐?"고 거칠게 발언했지. 그리고 그 폭언은 기사화되었고, 철순 형님은 시즌 중에 OB의 그 남색 유니폼을 벗게 되었지.
가카의 호연지기를 보고서는 예전부터 쓰고 싶었던 글인데, 워낙 참여당과 남한의 처지가 풍전등화여서 언제 올릴까 타이밍을 재다 이제서야 완결한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2-03-26 17:29:47 연예·스포츠-연재기사에서 복사 됨]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2-05-02 04:57:35 월간박봉팔닷컴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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