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 슈왈츠제네거,실버스타 스탤론,브루스 윌리스.
80년대 후반과 21세기 초입까지 헐리웃 블록버스터를 주름 잡았던 액션 히어로3인방이다. 그들은 수 많은 히트작과 눈부신 흥행기록을 쏟아내었고 한명은 미국 보수정당의 나름 성공한 정치가로, 둘은 전성기가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그 특유의 노익장을 과시하며 활발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스타들이다.
서두의 세사람이 액션의 양지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면,
지금 보이는 장 끌로드 반담,스티븐 시걸,그리고 돌프 룬드그렌으로 대변되는 음지의 액션스타 3인방 역시, 팔.구십년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동시대의 빚바랜 트로이카들이었다.
언제부턴가 세 사람은 'B급' 액션배우로 통용되왔다. 저예산, 정통 연기력의 부재, 마치 중화권 무협을 방불케하는 1인 중심의 권법액션, 육감미 넘치는 미녀가 반드시 등장하여 자신들을 유혹하지만 끝끝내 절개를 지키는 고독한 캐릭터, 혹시나 동침을 거부당한 여성이 굴욕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때론 멋진 하룻밤을 선사하고야 말았던 호쾌한 사내들. 절대로 지지 않는 태양.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B급영화' 라는 비공식적 장르의 유래는 미국 대공황 사태의 수마를 피할 수 없던 1930년대 헐리웃 극장가에서 출발한다. 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재정파탄이 불거진 영화시장의 극장주들이 고민끝에 꺼내든 아이디어가 바로 그것이었다. 메인 상영작들 사이에 이름없는 졸작들을 끼워넣어 조금이라도 더 관객의 발목을 붙잡으려 한 시도는, 이후 세월을 거슬러 평론가들의 입을 통해 대외적으로 'B급 영화' 라는 단어를 거론케 하였다.
분명 B급이라 표방되던 세 배우의 영화에서 논리적 정교함이나 진중함은 거둘수 없다. 그런 측면을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던 킬링타임의 목적으로 관람해왔으니 얄미운 감정또한 없다. 그러나 이들이 선보여온 구성상의 가장 큰 수확은 천편일률적인 A급 액션 사이를 비집고 주류 영상들에 비해 훨씬 더 폭넓은 소재들을 담아왔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이 작품의 완성도로 귀결되는 사례는 단 한번도 없지만 세 배우가 펼친 초창기 시절의 활약상은 대형 폭파위주의 메이저액션에 오래전부터 식상함을 표하던 세계의 관객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준 단비같은 존재로서 충분히 인정받을만 했다.
물론 정석화된 각본위에 영화다운 영화를 만들어내는 A급의 방식에서 멀리 탈피한 B급영화들의 돌출적인 기질은 '우리는 삼류들이니까' 를 스스로가 인정하고 시작한 부분에서 극대화 된다. 이는 액션뿐만 아니라 B급 문화의 산본인 호러컬트, 퀴어물 등에도 해당하는 B급 전체들이 가진 유일한 유리함이다. 이들이 매번 시도하는 상상범위를 벗어난 가학적이고 비뚤어진 영상들의 허용치도 B급이라는 굴레 덕택에 훨씬 더 광범위해 졌다. 이런 B급 개념의 한계는 영화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라는 메이저의 상징격에 대항하여 신랄한 조롱과 비수를 쏘아대던 나꼼수의 인기도 대다수 서민층 내부에 응축된 주류 반감심리를 잘 활용한 B급 컨텐츠의 대표적 사례다.
이따금씩 마주쳐 본 영화를 좋아한다던 사람들 대부분은 쉽사리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에 대한 욕구가 상당히 강했다. 그 중에서도 B급영화를 좋아한다는 경우엔 섣부른 내 확신이 바로 설 정도로 더더욱 그래 보였다. 나의 경험상 B급과 A급의 가장 큰 차이는 영화를 즐기는 관객 스스로에게 일말의 표현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동기부여가 발생 되 온 점인것 같다. 막대한 자금으로 공개되는 A급 영상은 그 흉내의 엄두도 못내본채 히어로에 대한 자기 자신의 투영정도로 끝을 맺지만 B급은 다르다. B급은 우리 모두에게 저 정도면 언젠가 내 스스로 그려내보일지 모를 자신감을 충만케 해준다. 실상 그 존재들이 번화된 거리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메이저 영화들은 아니었다 한들, 어쩌면 팬들과의 교감에서 가장 친숙한 매력을 가진 장르로서 재평가 될 날도 머지않았다.
무시할 수 없는 B급 구매력에 대한 향수는 미국 본토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 돈으로 무장한 헛씌움에 커다란 한계가 있음을 깨달은 헐리웃은 폭력거장 쿠엔틴 타란티노가 그 중심이되어 웰메이드 풍 B급 영화를 수시로 찍어내고 있다. A급 스타들을 주요배역으로 포진시켜 거친 B급의 영상으로 완성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영화 매니아들에게만 맞춰진 코드가 아니라 소재고갈에 빠져 정신없이 허우적대는 메이저를 향한 관객의 일침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성과물이다. B급영화 못지않은 B급인생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언제고 메이저를 등지는 반전의 선택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돌이켜볼때. 맨몸뚱아리 하나만으로 힘있는 악의 무리와 싸워 이겨내던 '작은 B급 영웅들' 에 대한 열광적 환호는 소시민들의 고단한 삶에서 우러난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주해도 큰 무리는 아닐 듯 싶다. 이제는 찾기도 힘든 동네 비디오 가게와, 그 곳에서 빌려보던 퀘퀘묵은 액션한편이 그리운 나른한 점심무렵이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2-03-26 17:29:47 연예·스포츠-연재기사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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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