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에서 나남까지는 십리길이다.
그 길을 걷노라면 봄이면 이깔나무 숲이, 가을이면...
겨울에는... 가솔린 냄새에 역겨우면서도 그 길을 걷는다.
커피를 사러 가는 것이다. 빵은 가네보가 제일이요... 책방은 ㅇㅇ이 진짬이다.
겨울, 푸른 빛이 도는 흰 눈 위를, 달빛을 받으며 북국의 밤을 밟는다.
<고요한 동의 밤> 중에서, 기억 나는 것들을 적었다. <동>은 나남에 있었던 까페 이름이다. 뒤에는 까페 <동>에서 노닥이는 탈영병 이야기도 나온다. 눈발이 비치길래 <북국의 밤>을 놀아 본 이효석의 함경도 경성을 필사해 볼 요량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책이 없었다.
책방에서도 못찾고, 마누래 몰래 뒷방에서도 못찾고,
하릴 없이 외로워 누구 흉볼 것도 없이 황동규를 읽는다.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애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 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 다니는
몇 송이 눈.
(조그만 사랑노래, 풍장 153쪽)
하얀 이 밤, 이효석 유진오 같은 제국대학 천재 도련님들 따라 요절과 출세를 번갈아 볼까나? 새서방인가 샛서방인가 백석처럼 기방 마님 옷고름 푸는 솜씨를 배워 볼라나? 이용악의 절창 <북쪽은 고향>을 순대국에 말아먹어 볼까나? 작소(鵲巢)머리 구본웅 김해경 짝 되어 곡마단원 동네 아이들 줄줄 몰고 다니다가... 금홍이에게 되게 한 번 뺨 맞아 볼라나?
뺨 따귀가 꽝꽝 얼고 푸르딩딩 아린 밤이다.
어쨌든 눈이 왔다. 시퍼런 눈이. 올 겨울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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