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의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은 정약용의 일생을 다루면서 정조대왕과의 일화도 자세히 소개했다. 그 중 신하를 사랑하는 정조의 인간적 면모와 정약용의 해학이 담긴 시 한편을 발췌, 요약한다. 참고로 조선의 선비와 왕들은 상호간에 '사랑한다'는 표현을 현대인들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그리고 자주 사용했다.
1. 성균관 유생 신분이던 정약용을 관료로 쓰고자, 수시로 귀한 책을 내리면서 그가 과거에 급제할 날을 6년이나 기다리던 정조는 어느날 정약용을 불러 다그쳤다.
"초시를 몇 번이나 보았느냐?"
"네 번입니다."
"그렇게 해서 언제 급제하겠느냐?"
정약용은 할 말이 없었다.
"물러가라(짜증)"
최초의 꾸짖음이었다.
이에 자극받은 정약용은 그 해 정월에 대과 응시 자격시험에 수석을 하더니
두 달 후 대과에 장원으로 급제한다.
2. 재위 16년(1792) 왕실가족의 행사인 내원 잔치에 규장각 신하들까지 초대
하는 은혜를 베푼 정조는 "신하들을 모두 집안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술을 마신 정조는 연못에 배를 띄우고
신하들에게 시를 지으라고 명하면서 시간 내에 짓지 못하면 귀양보내겠다고
농을 건다. 실제 시를 짓지 못한 신하들을 연못 한 가운데 있는 작은 섬에 귀양
보냈다가 곧 풀어주었다.
정약용은 정조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왕께서는 온화한 낯빛으로 친한 이를 대하는 것이 마치 집안사람들이나 부자
(父子) 사이 같았으며 엄하고 딱딱한 낯빛은 짓지 않았다. 그러므로 신하들
도 하고 싶은 말을 털어놓지 않는 경우가 없어서 민생의 어려움을 모두 들을
수 있었으며 깊이 사유하고 개선하는데 정성을 다하였다.
오호라! 이것이 어찌 이른바 군자의 도가 자라고 소인의 도가 멸하는 것이 아
니겠는가?
3. 천주교 박해로 귀양간 정약용이 다산초당에 머물며 힘들게 생계를 이어갈
때 그에게 유학을 전수받은 백련사 주지 혜장이 살림살이를 거들도록 제
자 스님을 붙여 주었다. 정약용은 그 제자 스님에게 다음과 같이 재밌는 시
를 지어 주었다.
대밭 속의 부엌살림 승려에게 의지하는데
가엾은 그 승려 수염이며 머리카락 길어져 묶어야 했네
이제 와선 불가 계율 타파한 채
싱싱한 물고기 잡아 국까지 끓인다네
정조대왕 인품이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나게 하고 정약용의 학식과 근면, 해
학은 유시민을 생각나게 하더라.
저자 이덕일이 책 머리에 죽은 자 들의 말을 빌어 독자들에게 던지는 다음 질
문이 귀에 박힌다.
...이승훈은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는 주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죽
이고, 열린 사회의 지향을 국가에 대한 반역으로 몰지는 않는가?"
...정조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의 시대에도 나처럼 부친을 죽인 적당과 타협하며 미래를 지향
했던 정치가가 있는가?"
...정약전은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에도 불의한 세상에 대한 절망을 민중과 자연에 대한 사
랑으로 승화시킨 사람이 있는가?"
그리고 정약용은 물었다.
"너희들의 시대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를 죽이지 않는가?"
그리고 치매백신이 묻는다.
"봉팔러들아. 이덕일이 누구를 암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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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