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불법SW 사용" MS, 소송불사 경고
[매일경제] 2012년 05월 30일(수) 오전 04:01
국방부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소프트웨어 저작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국방부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정품 SW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MS는 국방부의 불법 SW 이용률이 알려진 수준보다 훨씬 높다고 지적하며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MS가 국방부를 시작으로 외교통상부 등 다른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불법 SW 사용에도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한ㆍ미 간 외교분쟁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전략적인 대응은 부재한 상황이다.
29일 국방부와 정보통신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근 MS 한국지사는 한국 국방부에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취득 관련 협의 요청의 건’ 제하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 공문에서 MS는 육ㆍ해ㆍ공군은 물론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가 MS의 정품 SW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정당한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으면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문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난 22일 방한한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가 한국 국방부의 미온적인 반응을 문제삼으며 한국 지사에 적극 대응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며 "국방부는 불법 SW가 없다며 이 문제를 적당히 덮으려고 해 문제를 키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 국방부는 "MS사가 2009년부터 육군에 소프트웨어 사용료를 일방적으로 책정해 요구하고 있다. 이는 양측 간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오히려 MS 측의 일방적인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는 매년 군내 소프트웨어 실제 사용현황을 자체적으로 점검하는 등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연합작전용 일부 C4I(지휘통신)체계의 MS사 소프트웨어도 정품수량 이내에서 적법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MS측은 앞서 발송한 공문에서 "국방부가 윈도 서버를 비롯한 서버 접근 권리를 구매하지 않고 불법으로 사용 중"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방부가 정품으로 구매한 SW와 국방부에서 이용하고 있는 SW 수치 간 괴리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결론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다. 국방부측은 MS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크다며 갈등이 잘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 MS측은 국방부에 발송한 공문에서 국방부측이 MS가 입은 피해금액에 대해서 정당한 보상을 하지 않으면 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통보한 상태다. 그러면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구체적인 피해금액과 관련 국내 법조항을 명시했다.
더 큰 문제는 MS가 국방부 외에 다른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취하는 경우다.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대목이다. MS가 이 사안을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자국가소송(ISD)으로까지 가지고 갈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의 중앙정부가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다가 적발되면 최악의 경우 FTA협정이나 세계무역기구(WTO)의 관련 규정에 따라 미국이 한국 측에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보복 조치는 ’추가 관세’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제품에 대한 ’상계관세(수출국의 부당 행위에 따른 이익을 상쇄하기 위해 수입국이 부과하는 관세)’ 등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 정부의 불법 소프트웨어 방지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에 따르면 지난해 웹하드, 포털 등에 의한 국내 시장의 소프트웨어 침해 사례는 모두 4만4677건이며, 피해 금액도 10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지웅 기자 / 김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