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군대 제대하고 나서 한창 이상한 책들에 빠져 지냈을 때 읽은 책이었던거 같은데. 뭐 저런 비스무레한 이야기가 나와서 참 당황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식이면 지금 내가 일요일이자 어버이 날에 회사에 당직스러 나와서 이렇게 뻘글쓰고 있는 것도 미리 정해진거란 소린데..
이거 뭘 도대체 어쩐다..?
한 때는 저런 종류의 명제에 사로잡혀 상당한 시간과 돈을 낭비했지. 지금은 무척이나 후회하고 있다. 그 시간에 그냥 돈모을 수 있는 자격증이라도 하나 더 공부해 둘껄 괜히...
아무튼 단종이 단명할 팔자였음은 분명해 보인다. 출생과 동시에 어머니를 여의고 얼마 되지도 않아 문종까지 죽었으니..
뭐 단종이 궁궐 밖으로 추방된 때 부터 그의 죽음은 기정사실 아니었나.. 아니 세상에 어떤 똘추가 조카밀어내고 왕위에 올랐는데 조카를 살려두겠냐고.. 뒤에 무슨 험한 꼴을 당하려고. 사약은 필연이다. 지 운명을 탓했어야지.
단종이 유폐된 후에 단종의 다른 숙부가 역모를 하다가 발각된 것도 그래... 그런 사건 맘만 먹으면 만들어 내는건 일도아니지.
뭐 나같았으면 살아보겠다고 정신병자 흉내를 냈을거 같다. 갑자기 말타다고 실수로 낙마한 척 해가지고 괜히 실실 웃고 바지에 오줌 지리고...침흘리고 다니고. 그랬으면 살 수는 있었겠지. 하지만 꾸준히 지속적으로 그런 짓 하기도 쉽지 않았을 듯.
아무튼 단종의 죽음을 둘러싸고 이광수는 '단종애사'란 책을 김동인은 '대수양'이라는 상반된 시각의 책을 썼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광수는 단종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각 김동인은 세조의 입장을 옹호하는 시각. 중학교 1학년 국어교사셨단 장미화 선생님이 1,2분단 애들은 단종애사를 읽게 하고 3,4분단 애들은 대수양을 읽게 하고 서로 싸움을 붙이셨던거 기억나는데.
그렇게 우리는 선생님의 충실한 모르모트가 되어 협소한 지식과 똘레랑스의 부재가 가져올 수 있는 골목시장표 입씨름을 벌였다.
우리가 흔히 조선사회를 무슨 양반사회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따지고 보면 형제끼리 죽고 죽이고, 부모자식간에도 천륜을 버린 짓들 많이 한걸 보면 진짜 어느 막장집안 못지 않은데...
왕족의 피가 어쩌고 저쩌고... 그 왕한테 간판받아서 학원에다 걸어놓고 우리 가문은 양반가문 어쩌고 저쩌고.. 이런거 참 허세같아 보이지 말입니다.
암튼 정조의 무덤을 찾아서 둘러보긴 했는데 일반 왕릉에 비해서 참 없어보임. 왕릉도 어디 두메 산골짜기에다 지어놓고 제를 지내는 방향도 옆구리 방향.
그 때 같을 때 무슨 단종제같은거 하고 있었던거 같은데 장릉밑에 무대 설치해놓고 무슨 오페라 같은걸 하고 있는데 내용은 그냥 통속적인 내용같아 보임. 젊디 젊은 단종 마누라가 유배간 남편 단종을 꿈에서도 그리다가 결국...
무슨 우리동네 여보여보클럽같은데 가면 볼 수 있을거 같은 여자들이 나와서 단체춤추고 장안동 국빈관같은데 룸잡고 앉아서 놀거 같은 애 한명 나와서 연극하고 그러던데.
네. 제가 샘나서 그러는 겁니다. 실제론 무척 잘생기고 이쁩디다.
암튼 점심먹고 단종이 유배됐던 섬을 보려 했는데 그마저도 무슨 공사하느라 제대로 못보고 그냥 왔다.
그래도 멀리서 단종이 쌓았다는 탑과 단종이 앉았었다는 소나무를 보며 그 어린 것이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 까 생각을 해주는 분들이 아직까지도 발길을 찾는다는게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그나마 한 때 왕이었기 때문에 죽을 때도 막 지랄하다 안죽고 고고하게 사약받고 죽은게 위안이라면 위안일까.
예전에 들은 얘기 같은데 사약을 먹을 때도 절차가 있어서 죽는것도 짜증나 죽겠는데 두루마리 펼쳐서 한창을 어쩌고 어쩌고 거리고 사약을 쭉들이키고 난다음 약빨이 잘 받도록 군불을 지핀 방에 들어가서 있어야 했다고 한다. 그러면 죽을 때도 몸부림 치지 않고 고귀하게 죽을 수 있었다고...
그 느낌이 어떨건지는 약간 공감할 수 있을거 같다. 예전에 내가 국민한교 4학년 때 엄청 심하게 앓은 적이 있는데 주사를 맞으러 동네 병원에 실려갔다가 죽을 힘을 다해 주사 안맞겠다고 개지랄을 한 30분 떨어서 (지금도 주사 공포증 있어서 피 뽑는게 제일 무섭다...) 그걸 보고 간호사랑 의사랑 고개를 다 젖고 결국 엄마가 포기하시고 집에 데리고 돌아와서 막 누워있었는데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게 집 천장이 막 빙글빙글 돌고 머리랑 방바닥에 초강력 자석을 심어두고 스위치 온 하면 서로 딱 달라붙는 그런 느낌?
그래서 어린 나이였음에도 동생을 불러서 나름 유언을 했다.
"착하게 살아라"
그걸 듣고는 동생이 막 엄마한테 오빠가 이상한 소리 한다고 해서 엄마가 달려오셔서 근심어린 시선으로 날 바라보시던 기억이 난다.
암튼 중년-_-;;의 나이가 된 지금 되돌아 보면 운명이란게 있는거 같기도 하고 또 아닌거 같기도 하고.
내가 지금 이 꼴이 되어가지고 거기카락 몇개가 쓸쓸히 나뒹구는 당직실에서 쓸쓸한 일요일 한 때를 보내며 이렇게 똥글을 뿌직뿌직 싸는 게 운명이라면 내 운명은 약간 초라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고..
~를 운명이라 규정지음으로써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을 한정짓고 새로운 변화가 개척의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도록 나약하게 만드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암튼 요 며칠. 계속 야근하고 술도 먹고, 운동도 못하고, 계획했던 공부도 못하고... 생활의 바란쓰가 다 무너져가지고
그러다 보니 급 우울해져서
도대체 사는게 뭘까... 내 운명은 어찌 되는걸까.... 하는 참으로 쎈치미터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거 무슨 중2병도 아니고..
얼마전에 분식집을 하는 군대 고참이랑 고참과 알고 지내는 동생이랑 같이 술을 먹게 되었는데
어떻게 해야 돈을 모을 수 있냐고... 뭐 좋은 종목같은거나 재테크수단좀 알려달라고...
아 내가 미래에셋 박현주 그자식한테 속아가지고. 한 때 일확천금을 꿈꾸며 중국최고를 외치면서 펀드에 투자했다가
이 시발....
근데 뭐 궁상맞게 그런소리 하기도 객쩍고 그래서 제일 좋은 재테크는 뭐 안목을 키우는게 아니겠냐라는 소리를 했다.
그래.. 내가 그일로 안목을 키우기는 했지. 함부로 투자하면 안된다는 안목을 얻긴 얻었어.
그리고 가치있게 살아야지 하는 참으로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돈을 잃은만큼 회복해야겠다는 심리가 있었다. 그래서 주식을 해볼 까도 생각했다. 그랬더라면 아마 지금쯤...
아오 그 때 주식해볼껄............
-_-
암튼 그 때 생각에 몇 백만원의 손실만큼을 어떻게 메꿔볼까 궁리를 해봤는데 이건 뭐 직장인 월급 거기서 거기지 뭐 아끼고.. 아침에 시켜먹는 우유 끊고 돌아가면서 사는 점심 자기는 구내식당 식권으로 때우면서 수전노처럼 사는것도 영 가오 안사는거 같고...
그렇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가치있게 재밌게 즐기다 살자.
자기 운명이
1) 상수일 경우 어짜피 정해진 운명, 받아들이고 즐기면서 사는게 남는것.
2) 변수일 경우. 알 수 없는 미지수. 결국 받아들이고 즐기면서 사는게 남는것.
남들이 수억원대의 차를 굴리고 떵떵거리며 호화롭게 잘사는거.. 솔까말 부럽지 않은가... 그 사람들을 부러워한다고 해도 내가 그런 갑부가 될 수는 없다. 그러니 그런 갑부들이 그 정도 재화를 투자해서 느낄 수 있는 행복만큼의 돈이 안드는 대체재를 찾도록 하자...
그럴려면 그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미감이란걸 키우는게 좋은데.
그럴려면 인생이 좀 날이 서있어야 하는데 요즘 계속 암튼 뭐 재미도 없고..ㅋ
이런 온갖 뻘소리 다 믹스된 걸 후기라도 쓰는 나도 좀 웃기고...
암튼 내 말년은 좀 행복한 운명이었으면 합니다.
왜 그런 삶 있잖아요..
말년에 적금통장에 돈좀 넣어두고... 부부가 둘이서 귀농해서 달달이 나오는 은행이자로 먹고 사는거..
텃밭엔 상추와 토마토 꺳잎같은거 심고 소일거리 삼아 지내다가 이런 햇살좋은 오월이면 근심걱정없이 대청마루에 누워자다가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