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인데, 스승에 대한 추억을 쓰는 봉팔러들이 한 분도 없다. 유 대표님에 대한 걱정 때문인가? 아니면 당시 스승이라는 이들에 대한 안 좋은 기억 때문인가? 그래서 나라도 스승님 이야기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2006년 초까지 아무런 목표를 가지지 못하고 살았다. 겉보기에는 멀쩡했지만 아스퍼거 신드롬 이라는 천형(天刑, 하늘이 내려준 형벌)을 가지고 태어난 탓에(그래서 군대도 보충역 판정을 받았고, 지금은 환경처 경비실에서 당직근무하고 있다) 동급생들에게는 항상 기피의 대상이었고, 선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젊으신 여선생님들은 어떻게 할 지 몰라서 방치했고, 몇몇 나이 많은 영감님들은 나를 개나 돼지처럼 취급했다(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같은 반에 다운증후군 환자, 심근경색 환자가 있었는데, 담임선생이라는 인간이 맷집을 키우고 정신력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나를 그 몸도 못 가누는 아이들과 억지로 싸우게 했다. 그 때의 모욕감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ㄱㅁㅅ 이 씹새끼야. 보고 있냐!)
고등학교 때도 이런 생활은 변하지 않았고, 나에게 인생의 낙은 '프로야구 판타지리그'와 힙합 뿐이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고, 하루는 신체검사를 한 뒤 같은 반 학생끼리 두 패로 나뉘어서 축구를 했다. 난 진짜 하기 싫었지만 억지로 끌려나와서 수비수를 했고, 결국 내 불길한 예감대로 자살골을 넣었다. 그리고 연례행사처럼 같은 반 애들은 내 발을 걸어 넘어뜨린 뒤 나를 집단으로 구타하려고 했는데, 경기를 보시던 담임선생님께서 뛰어나오시더니 애들을 뜯어말리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 이 새끼들 당장 엎드려 뻗쳐!! 자살골은 축구를 하다 보면 넣을 수도 있는 거야. 근데 그걸 가지고서 사람을 패? 네들이 그러고도 같은 반 학생이야!!"
교사가 구타당한 학생을 보호하는 게 기록되지 않은 의무이긴 하지만, 왜 그렇게 구세주를 만난 것 같았는지 몰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만난 어떤 미친 새끼 때문에 생긴 선생에 대한 불신증 때문일까? 그리고 이튿날 그 분과의 면담을 통해 나는 그 분을 존경하게 되었다.
======================================================================== "선생님, 어제 일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두발검사 까다롭게 한다고 욕하고, 식사 끝나고서 혼자 담배피우신다고 후까시 잡는다고 비웃지만, 저같은 요주의 대상을 신경써 준 분은 선생님이 처음이에요" (무투)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 그게 선생의 본분 아니냐?? 고문관 제자여도 보듬고, 더 신경써 주고"(은사님)
"고문관 제자여도 신경쓴다... 저한테 선생님같이 말씀하신 분은 처음이에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 얘기를 해서 죄송한데, 그 작자는 '사나이는 맞으면서 큰다'는 소신을 가지고서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같은 반에 몸도 성치 않은 애들. 다운증후군, 심근경색 환자인 애하고 붙게 해서 절 웃음거리로 만들었어요" (무투)
"그랬구나. 네가 왜 항상 자신감없게 매사 살아왔는지 이제 알 것 같다. 학생을 신경써줘야 할 선생님이라는 자들이 너를 방치했으니. 그나저나 그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이라는 놈 엄청 웃기는구나. 뭐 '애들은 맞으면서 큰다'고? 제 아들놈이 맞아가지고 이빨 한 번 부러져보라지. 걸레같은 자식" (은사님) =====================================================================
그 후에도 담임선생님은 시간이 나면 1대1 면담을 통해서 나의 근황에 대해서, 나의 고민거리에 대해서 세심하게 봐 주시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 주셨다.
그리고 그 면담을 통해서 나는 서서히 달라져가고 있었다. 1학년 때는 하위 30%의 성적표를 받고도 부끄러움을 느끼기는 커녕 부모님의 꾸중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내가 어떤 공부를 해야되나 고민하면서 학원이라는 곳을 다니기 시작했고, 그 결과 성적은 수직상승해 평균 7등급에서 3.4~3.5등급까지 높아졌다.
그리고 그 분을 통해 새 사람이 된 것 같다. 왜 노짱과 첨맘이 조중동과 고독한 승부를 자처했는지, 왜 노짱이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려고 노력하셨는지 그 분과의 밀담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가리온이나 와이낫같은 인디 뮤지션들이 평생 언더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도 이수만 등의 로비자금을 받아 정치자금으로 쓰고, 인디 뮤지션을 '홍위병'이라고 생각하는 딴나라당 꼰대들 때문이라는 불편한 진실까지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3학년 졸업식 이 후 난 그 분을 아직까지 만나뵙지 못했다. 대학교 진학 문제도 있고, 또 군문제도 있어서. 그러나 어렵고 힘들 때마다 그 분을 생각한다. 나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인간으로 대해주셨던, 나라는 인물을 통째로 의식화시킨 그 분을.
그리고 그 분과 마주쳐서 회포를 풀었으면 좋겠다. 오늘 저녁 유성구청에서 열리는 노짱 추모 콘서트에서.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