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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니 지천에 꽃이 핀다.
도무지 물러날 것 같지 않던 겨울이 떠난 뒤...
눈 깜짝 할 사이에 새순이 돋고
꽃망울이 맺히더니..
여기저기 꽃 향연이 펼쳐지고 있네.
예전엔 이름난 꽃들만 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름나지 않은 소박한 들꽃들이 더 좋다.
그 꽃들이야말로
누구의 돌봄도 없이
스스로 겨울을 이겨낸 생명이니까.
길가에, 들에
아무렇게나 핀 꽃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자...
새삼 꽃들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마치 예전엔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내가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단 하나의 몸짓이었던 것이..
이름을 불러주자..
내게 와서
꽃이 된 것처럼....
그럼 이제 꽃구경을 해볼까?
이 꽃은...모르는 사람 없겠지?
진달래...
두견새가 밤새 울어 피를 토해서 빨갛게 물들었다는..
일명 두견화로도 불리는 꽃..
이 꽃은 산수유.
매화와 함께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
이 꽃은 매화.
역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으로
가시 같은 뾰족한 가시가 달려있다.
예쁘고 향기 좋은 꽃이라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만들었다지.
여기까진 나무였고..
이젠 고개를 숙여 땅을 보자.
작고 앙증맞은 제비꽃도 빠질 수 없지.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생명력 강한 꽃다지도 있고..
초봄..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었던
냉이가 드디어 꽃을 피웠구나.
꽃이 피기 시작하면 냉이는 먹을 수 없단다.
그리고
눈여겨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꽃마리도 있어.
꽃마리는 숟가락 모양의 잎들이 먼저 둥글게 모여 난 뒤..
파란색의 앙증맞은 꽃을 피우지.
조금만 관심을 갖고 둘러보면
이렇게 많은 꽃들이 피어 있는데...
나는 이제서야 보게 되고...
이름을 불러주게 되었으니...
참 아쉬워.
하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지 뭐...
이젠 봄이 오고 여름이 가고..계절이 바뀌는 게..
이런 풀이나 꽃, 나무들 덕분에...
예전처럼 무의미하지 않을테니...
얼마나 다행이야.
그래서 난 이 애들이 눈에 띌 때마다..
조용히 속삭인단다.
꽃들아..풀들아..나무들아...
고맙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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