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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그늘 33 <홍보수석>
글쓴이 : 적단                   날짜 : 2011-10-13 (목) 20:37 조회 : 5989 추천 : 13 비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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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보수석 -


김인철의 방에서는 문성국이 궁금해 하는 대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한영관의 말이 이어졌다. 

“............ 검찰이 오늘 부로 바뀌었다고 믿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정권의 시녀로서의 역할을 해 줄 것으로 착각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김인철이 대답했다. 

 “물론이지요. 우리가 바라는 것은 언론사와 기자에 대해서도 법대로만 처리해달라는 것입니다. 기존의 법과 최근에 제정된 언론법 이것만 잘 지켜도 언론 환경은 상당히 개선될 것입니다. 법대로만 처리해주면 됩니다. 홍보수석께서는 홍보실뿐만 아니라 정부 전 부처를 독려하여 알고 있는 언론사의 명예훼손이나 불법행위 중에서 중요한 것들은 모조리 고발조치를 하라고 해주시기 바랍니다.”

조경숙은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는 표정이다. 

“검찰에서 손도 안대고 있는 우리 쪽의 고발만 해도 120건에 달합니다. 우선 그것부터 한번 처리해 보시죠. 정말 검찰이 변했는지 좀 보게요.”

한영관이 난처하다는 듯이 말했다. 

“점진적으로 합시다. 혁명을 한 것도 아닌데 너무 급하게 해서 언론의 표적이 되면 좋을 것이 없어요. 그들이 오히려 검찰독립을 이슈로 들고 나오면 저희도 대통령님도 부담스럽습니다.” 

조경숙이 조금 엄살 섞인 투로 말했다. 

“사실 좀 겁이 나긴 해요. 워낙 마술을 부리는 재주가 뛰어난 사람들이니까.........”

그 말에 김인철이 진지한 태도로 대답했다.  

“그들이 검찰을 상대로는 청와대에게 하듯 그렇게 막무가내로 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동안은 검찰이 자신들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하에서 그렇게 행동했던 것이고......, 검찰이 누구의 편도 아닌 법의 편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이 불법을 저지르면 반드시 고발되고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합니다. 그러면 불법행위는 없어질 것입니다.  일단 명백한 불법 행위만 없어져도 일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고발은 버리고 새로운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다루는 것이 좋겠습니다. 홍보수석께서 과거의 것은 덮되 지금부터 벌어지는 불법 언론 행위에 대하여는 철저하게 고소, 고발 하겠다고 다시 한 번 천명해 주시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민사재판으로 귀결되는 고소는 입만 아플 테니 하실 필요 없고 위법사항만 고발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입니다. 고발 건에 대해서 검찰에서는 법대로만 처리해 주면 됩니다. 물론 저쪽에서 이쪽을 고발했을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정권의 시녀니 뭐니 그런 생각은 할 필요도 없습니다.”

조경숙이 미세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우리나라는 최고 수준의 언론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입니다.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 벌주는 정도 가지고 저 막강한 보수언론을 대적할 수 있다고 믿으시는 건 아니겠지요? 저와 저희 홍보실에서는 상대가 보수 언론이던 진보언론이던 얼마든지 그들의 주장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정치집단이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담론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심판관인 국민에게 의견을 전달할 길이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지요.”

다시 김인철,

 “일단 그들이 법을 위반하지 않게 하는 것에서 시작합시다. 여러 가지 외부적인 수단을 써서 빅 쓰리 중의 하나쯤은 공정한 언론으로 거듭나도록 만들 수도 있고 재력을 가진 개인이나 단체가 그만큼 영향력 있는 매체를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정부에서 그 정도는 해놔야 언젠가 빅 쓰리가 나라를 말아먹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조경숙이 웃으며 말했다. 

“꿈이지만 달콤하네요. 호호”

김인철이 단호하게 말했다.

“절대로 꿈이 아닙니다.”

한영관이 말한다. 

“검찰에다가 ‘A신문사의 탈세혐의를 조사해라’는 등의 요구를 하는 건 아니겠지요?

다시 김인철,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검찰은 스스로 혐의를 포착하거나 제3자의 고발이 있는 사건에 대해서 법에 따라 수사를 하면 됩니다. 그러자고 검찰이 존재하는 것 아닙니까?”

그때까지 듣기만 하던 서석준이 말했다.

“지금 우리가 하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은 분명합니다.”

다시 조경숙,

“저는 대학에 있다가 와서 그런지 총장님, 그리고 서국장님과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요. 그러면 이제 검찰은 영원히 국민의 편이 되었다고 믿어도 되는 건가요? 그렇다면 대통령님께서 추진하셨던 공수처는 필요가 없게 되었네요.”

한영관이 대답했다.

“제 생각에는 공수처법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지금 검찰이 국민의 편이라 한들 언젠가 다시 변할 수도 있고 만에 하나 정권이 넘어가는 경우에도 대비해야합니다. 그 법안이 추진되지 못한 가장 주된 이유는 검찰의 반발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진정으로 검찰이 국민의 편이 될 수 있는 제도는 미국식으로 지방검찰청장이나 검사장을 주민직선으로 뽑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그런 제도를 추진하기에는 아직 우리 사회가 준비가 되지 않았을 테니 다음 정권의 과제로 남겨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도 말씀드리겠지만 김 특보님과 조수석님도 대통령님께 공수처 법을 다시 추진하시도록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조경숙이 이번에는 가볍게 고재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이제 좀 희망이 보이는 군요.”

김인철이 생각을 정리하면서 천천히 말했다.

“차기에 정권이 넘어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지만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제 생각에는 검사장직선제를 당장 추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처럼 여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바탕위에 검찰간부들이 양심적인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는 환경은 언제 다시 올지 모릅니다. 제가 대통령님께 이야기를 꺼내보겠습니다.”

서석준이 조심스러운 말투로 보탰다.

“제가 나설 자리는 아니지만 그것이 이상적인 제도라면 주도권이 우리에게 있는 지금 해치우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한영관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김 특보는 나보다 훨씬 검사 같군요. 그 과단성이, 하하하”


조경숙은 온화하면서도 신념에 찬 태도가 몸에 배인 듯 보이는 김인철이 친정오빠처럼 믿음직스러웠다.

청와대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적과 대적할 강단과 실력을 갖춘 동지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사무치게 외로웠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경험이 사람을 믿는 것은 좀 보류하라고 충고 했으므로 이 신비한 인물과 이야기를 더 나누어보고 싶었다. 그녀는 진보적인 인물로 알려진 사람은 자신과 생각이 같을 것이라고 믿고 무조건적으로 신뢰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짧은 청와대 생활을 통해서 스펙트럼을 통과한 빛처럼 수많은 색깔의 진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진한 계통의 색일수록 다른 색과 어울리지 못하면서 오히려 변색이 쉽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녀는 동지로 믿었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임명장 수여식 시간이 되어 모두 일어났을 때 그녀는 김인철을 자신의 방으로 청했다. 그녀는 몸을 항상 따뜻하게 유지하라는 의사의 충고에 따라 하루 열 잔도 마다않고 마시는 생강차를 그에게 대접했다.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남자의 풍모는 분명히 매력이 있었다.

문득 50대에 접어든 남자의 겉모습에서 매력을 느낀다면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남자의 경우는 약간의 신비감을 일으키는 경력에서 오는 선입견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자신이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서 직업이나 경력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하는 훈련이 잘 되어있는 사람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곧 이 사람에게서 풍기는 매력은 그의 삶에서 터득했을 신중함, 자기 확신, 그리고 타인에 대한 이해가 얼굴과 눈에 잘 녹아있는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녀가 알고 싶은 것은 그의 성품 보다는 그의 머릿속이었으므로 개인적인 질문으로 시간을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금까지 국정홍보업무를 담당하면서 저는 정말로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와 호의적인 매체를 통해 국정 현황을 알리고, 악의적인 왜곡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사실이 아닌 보도에 대해서는 정정보도 청구권을 활용하고........., 대통령님께 주류 언론사에 대한 화해의 태도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어요. 지혜를 모은 끝에 대통령님께서는 정부부처에 대한 기자 출입의 사전 약속제, 정부 주요부처의 기자실 폐쇄 등의 추가 적인 언론환경개혁 조치를 계획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이제 추가로 언론사와 언론인의 불법행위에 대한 검찰 고발을 할 수 있겠군요. 하지만 저는 솔직히 그 정도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에서 맨몸으로 탱크에 맞서기 정도로 변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홍보수석께서는 본인의 권한과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그런 일을 열심히 하십시오. 검찰 변수 때문에 분명히 전과는 다를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저대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입니다. 대통령님 임기 중에 최소한 빅 쓰리 중의 하나는 우리가 가져오거나 아니면 없어질 것입니다. 저는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아무리 목숨을 건다 한들 무슨 방법으로 그렇게 할 수 있겠어요?”

“한 총장이 괴한의 칼에 배를 찔려서 죽을 뻔 했던 이야기 들었지요? 저는 그 사건을 듣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아십니까? ‘아, 검사장의 배도 칼로 찌르니까 들어가는구나!’ 엉뚱하게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의 배는 칼로 찌르면 들어가듯 인간이 운영하는 사업도 약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걸맞게 날카로운 칼로 찌르면 들어갈 것입니다.”

“어떻게 그런 말씀을...........?”

마땅히 상대방에게 위험한 사람으로 보이게 할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가 전혀 불안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그녀는 이상하기만 했다. 그러나 이런 그의 생각이 위험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홍보수석으로서 이런 말을 듣고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이렇게 과격한 그의 속마음을 대통령도 알고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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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적단                   날짜 : 2011-10-13 (목) 20:37 조회 : 5989 추천 : 13 비추천 : 0

 
 
[1/1]   박봉팔 2011-10-14 (금) 06:03
“한 총장이 괴한의 칼에 배를 찔려서 죽을 뻔 했던 이야기 들었지요? 저는 그 사건을 듣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아십니까? ‘아, 검사장의 배도 칼로 찌르니까 들어가는구나!’ 엉뚱하게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의 배는 칼로 찌르면 들어가듯 인간이 운영하는 사업도 약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걸맞게 날카로운 칼로 찌르면 들어갈 것입니다.”

이 대사 참 멋지다. 정치적인 의미말고 보편적인 의미에서 살아있는 표현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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