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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셜 대통령의 그늘 11 <합법적인 정치자금>
글쓴이 : 적단                   날짜 : 2011-07-12 (화) 22:56 조회 : 6096 추천 : 16 비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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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법적인 정치자금 -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주식회사 성우전자, 반듯한 부지 3000평에 세워진 현대식 공장 건물을 뒤에 거느리고 입구 쪽에 서있는 사무실 건물 3층의 사장실에는 이 회사 CEO인 오중석이 점심 식사 후의 노곤함을 즐기고 있었다.  
'대표이사 오중석'이라 쓰여 있는 자신의 명패를 피해서 책상위에 두 발을 올려놓고 안락의자에 파묻힌 자세였다. 유리창을 통해 녹색의 야산과 유난히 파란 하늘이 사선으로 등분되어 보였다. 단조롭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눈을 줄만한 경치로 쉽게 싫증이 날 것 같지는 않았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그자신의 모습은 지금까지 그가 꿈꿔왔던 것과는 거리가 먼, 3년 전에만 해도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고 초라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분한 마음도 들었고 상대가 불분명한 누구인가를 향한 복수심을 불태우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가 이 모든 것에 적응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 때의 그런 감정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묘한 안도감이 대신했다. 그의 나이가 오십대로 들면서는 이 자리에 대한 애착이 더 절실해졌다. 수백 명의 입사 동기들 중에서 아직도 삼송에 남아 있는 숫자는 열 명도 안 된다. 퇴직자 중에서도 그와 같은 자리라도 차지한 사람도 극소수다. 이십여 년 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일류대학을 나와서 부푼 꿈을 안고 삼송전자에 입사했던 그들이었지만 대다수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탈락한 것이다.

그는 입사 후 회사 생활이 학창시절에 꿈꾸었던 인생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곧 알아차렸지만 성공하리라는 야심 하나로 여름날 잡초처럼 수시로  마음속에 솟아오르는 의구심을 모조리 뽑아버리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 그래서 동기들 중에서 진급도 가장 빠른 편에 속해왔고 한국 최고의 기업에서 직장생활의 별이라고 인정해주는 임원이 되었다. 그는 자신이 최소한 삼송 그룹의 한 계열사 사장까지는 진급할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으며 이 목적을 위해 그의 모든 것을 바쳤다. 그는 업무 실적, 상사와의 관계, 부하들 관리, 사생활, 자기개발 모든 면에서의 회사생활을 흠집 없이 관리해나갔다. 그런데 어느 날 이유를 알 수 없는 청천벽력이 그에게 떨어졌다. 계열사 사장이 되는 그의 꿈이 너무 빨리 이루어져 버린 것이다. 그룹회장의 셋째 형의 세 번째 부인 소생인 일곱 번째 아들 이종부가 대주주로서 창업하는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으라는 것이었다. 달랑 자본금 100억 원으로 설립되는 회사의 사업은 휴대전화의 부품을 생산하여 전량 삼송전자에 납품하는 것이었다. 이것 때문에 그가 관리하던 하청업체 중에서 어떤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하는지를 그는 즉시 알 수 있었지만 그런 것은 그에게 있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자리까지 오는데 그의 결정에 의해 문 닫은 협력업체가 어디 한 두 개 인가? 문제는 그가 그 회사로 가야한다는 사실이었다. 대리 때 혼자서 결정하던 사업의 규모보다 작은 회사를 맡으라는 것은 한마디로 삼송그룹에서 그의 이름이 삭제되는 것을 의미했다. 이런 회사까지 계열사의 카테고리에 넣는다면 삼송 그룹의 계열사는 천개도 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거부할 수 없었다. 그는 삼송을 떠나서 산다는 생각을 해 본적도 없고 다른 어떤 준비도 해둔 게 없었으므로.


'참 땅 짚고 헤엄치기로군, 사업이라는 게 이렇게 쉬울 수가 있나? 마치 이성계가 나라를 세우고 자손들이 왕족으로서 수백 년간 호사를 누리 듯, 대한민국의 개벽의 시기에 사업을 일으켜 성공한 이봉철을 조상으로 둔 사람들은 쉽게도 돈을 버는군' 하고 그는 생각했다.

현대식 자동화 라인에서 쏟아지는 생산도 순조롭고 판매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창업한 두 번째 해부터 흑자를 기록하면서 사업은 안정권에 들어갔다. 옛날의 그라면 안정된 경영을 기반으로 사업의 확장을 시도하였겠으나 그는 삼송패밀리의 주류들에 대한 열등감과 비뚤어진 자만심의 소유자인 오너를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을 이미 터득한 뒤였다. 한마디로 나대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자신은 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무능한 오너를 대신해서 경영하라고 찍어준 사람이므로 오너와 심하게 척을 지지 않는 한 자리를 뺏길 염려는 절대로 없었다.

이 때 그의 휴대폰에서 ‘더티캐시’라는 제목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막내딸이 선택해서 입력해 놓은 벨소리 음악이었다. 발신지가 삼송 본관으로 유추되는 번호가 단말기에 떴지만 그는 느긋한 기분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휴대폰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어린 시절에 본 반공영화 속, 평화로운 산골 마을에 갑자기 들이닥친 인민군의 따발총소리처럼 한낮의 느긋함을 단번에 쓸어버리며 그를 긴장으로 몰아넣었다.

"오중석 사장님이시죠? 수고 많으십니다. 삼송 그룹 구조본의 상무팀 조재원 과장입니다. 내일 3월 20일 15시 정각에 상무팀장 이기용 전무이사와 면담 약속이 잡혔습니다. 장소는 남대문 본사 15층 이기용 전무 집무실입니다. 컨펌해도 되겠습니까? "

말 그대로 용건만 정확히 전달하는 삼송대화체다. 예전에 자신도 자부심과 함께 사용하던 말투였지만 이제는 약자를 상대로 한 일방적이고 무례한 말투에 비위가 상했다. 그래서 소용없는 줄 알면서 토를 달았다.

"삼송 구조본에 상무팀 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뭐하는 부서죠? 용건은 뭡니까? "

저쪽의 말투는 금방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질문하신 두 가지 다 특별한 비밀은 아니겠지만 제가 말씀드릴 수 없음을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이 전무를 만나서 직접 들으시기 바랍니다. 스케줄 컨펌해도 되겠습니까? "

일개 과장이라는 자가 임원 출신인 자신에게 하는 말투로 봐서 '혹시 삼송 본사로 돌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유의 일말의 기대는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분명 반가운 소식은 아닐 거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그의 마음은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먹구름 속에서 정신을 차리고 그는 간신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시간 맞춰서 가겠습니다. "


삼송에서는 한 직원이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구조본의 호출을 당했다면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개인적으로 신상의 큰 변화를 맞을만한 일이 일어났음을 의미한다. 오중석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자신이 이미 삼송에서 버림받은 마당에 더 벌을 받을 일은 짚이지 않아서 그가 정통한 분야에 대해 자문을 구하려하거나 이종부에 관해 상의를 하려는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자 불안한 마음이 상당히 진정되었다. 그래서 연배도 자신과 비슷한 이전무에게 너무 주눅 들지 않고 농담도 건네면서 회사 사정도 좀 물어보고 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당사자를 만나자 그런 생각은 자취를 감추었고 무사히 그 자리를 벗어나기만을 바라는 심정이 되었다. 그는 특별히 건방지거나 한 인상을 주지도 않았고 말씨도 공손했지만 상대방을 배려하는 빈 웃음이나 빈말 또한 없었다. 한마디로 일거수일투족에 찬바람이 일었다. 오중석은 삼송에서 탈락한 자신과 잘 나가는 저 사람과의 차이가 저런 점이었나 하고 생각했다. 삼송에서의 그의 실패는 인간성을 완전히 벗어던지지 못한 때문 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기용이 본론을 꺼내는 데 많은 의례적인 말들은 동원되지 않았다.

"두 가지 일을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삼송의 일이지요. 비공식적인 거지만. 먼저 첫 번째 일과 관련해서........., 참민당 강영길 의원과 가까운 사이지요?"

" 그 사람이 저의 대학 후배이긴 하지만 가끔씩 만나거나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는 아닙니다. "

"단순한 후배가 아니라 학생회 활동도 함께 하셨지요. 오 사장님은 다행이도 검거된 가록은 없지만 학생 때 운동은 더러 하셨던 모양이지요? "

"예, 철없던 때의 일이지요. 강의원은 특별히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라도 만나면 그래도 동아리 선배인 제 얼굴을 외면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그 친구에게 뭔가 부탁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면 참 끔찍한 일이 되겠군요."

그의 입에서 '씨팔' 소리가 나오려고 했지만 뱉지는 않았다.

'자꾸 나에게 강영길과 친한 걸 실토하라고 하는군. 실제 친하지 않은 걸 어쩌란 말인가? 삼송에서 강영길에게 청탁할 일이 있는데 안면이 있는 나를 통해서 하겠다는 건가?'

여기에 생각이 이르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불쾌한 표정을 드러내며 보탰다.

"그룹에서 일개 초선의원을 상대하는데도 친한 사람을 찾아야 합니까?"

"우리가 강영길을 염두에 두는 이유는 그 사람이 비록 초선이긴 하지만 정대영을 대통령으로 만들고자하는 목표로 결성된 조직인 ‘정통모’를 운영하는, 정대영의 최측근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이 일을 추진하는 데 하찮은 인맥을 동원하는 이유는 강 의원과 이해가 일치하므로 누구를 통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좀 부드럽게 하자는 것일 뿐입니다. 그런데 강 의원과의 사이에 좋지 않은 감정이라도 쌓여있는 상태입니까?"

그는 오중석의 태도에는 개의치 않고 진지하게 다시 물었다.

"그런 건 아닙니다. 저와 강영길은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같이 했던 동지입니다. 다른 많은 학우들과 함께. 학생운동도 다른 모든 궂은일들과 마찬가지로 물불 안 가리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뺀질거리면서 요령껏 하는 사람이 있지요. 그 친구들이 물불 안 가리고 한 사람들이라면 전 요령껏 하다가 발을 뺀 경우입니다. 그 친구들 중에는 저를 변절자로 보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그들이 춥고 배고픈 시절을 견디는 동안 저는 삼송에 모든 것을 바치느라 그들을 한번 기억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러니 어찌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뭐 내가 얼굴에 철판 깔고 강영길이를 찾아가서 친한 척 하면서 부탁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하겠습니다. 그 일이 뭔지 알려만 주시지요."

"오 사장님께서 그 사람들에게 빚진 심정이라면 더 잘 되었군요, 그룹에서 하고자하는 일을 오 사장님의 마음의 빚을 갚는 방식으로 처리하면 되겠네요. "

오중석이 석연치 않은 점들에 대해서 또 의문을 제기하려고 하자 이기용은 왼손을 들어서 제지했다.

"시간 절약을 위해서 제 말을 끝까지 듣는 편이 좋겠습니다. 오 사장을 통해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오 사장의 정치적인 입장과는 반할지도 모르지만 불법적인 일도 아니고 부끄러워 할 만 한 일도 아님을 우선 밝혀야 오 사장님 마음이 편해지겠군요. 우리가 여러 정당 중에서 일국당을 우리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정치세력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은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런데 현재 집권당이며 다가오는 선거에서 다수당을 차지할 확률이 높은 참민당이 당분간은 우리에게 보다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참민당 내에서 가장 온건할 뿐만 아니라 우리와 유전자가 가장 비슷한 정대영파가 참민당을 주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드러나지 않게, 그리고 합법적인 한도 내에서, 그 당의 당선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와 전국구 공천을 신청하고자하는 정대영계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물론 자금입니다. 아무런 조건도 없습니다. 말 그대로 그냥 그 사람들이 잘 되도록 돕자는 것이지요. 정대영의 사람이라 하더라도 공천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인사할 데가 많을 것입니다. 큰돈을 들이자는 것도 아닙니다. 단 일 억의 돈이 요긴한 백 명을 선택해서 도합 백억을 쓰겠다는 겁니다. 5대 그룹에서 20억씩 부담하고 각 그룹에서 오 사장님의 성우전자와 같은 회사 8개씩만 동원하면 됩니다. 법인의 년 간 정치헌금 한도는 1인에게 오천만원, 총액 이억 오천만원 이니까요. 성우전자를 포함하여 40개의 선택된 회사는 각각 할당된 5명씩에게 오천만원씩을 합법적으로 전달하면 됩니다. 성우전자가 이일에 사용하게 될 이억 오천의 자금은 삼송전자에 납품하는 부품대금에 계상해서 청구하면 됩니다. 지금부터 오 사장님이 해야 할 일을 말씀드릴 테니 잘 들으시기 바랍니다. 일단 강의원과 만나서 좋은 곳에서 술을 한잔 하십시오. 그의 측근들과 함께 만나셔도 무방할 것입니다. 오 사장님은 20여년의 삼송에서의 직장생활을 딛고 드디어 자수성가에 성공한 상장을 눈앞에 둔 벤처기업 대표의 신분입니다. 그동안 자신의 일에 빠져서 앞뒤 돌아보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부터 하는 게 좋겠군요.

'이제 좀 여유가 생겨서 정치하는 친구, 후배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을 주고 싶다. 그러나 어쨌든 장사꾼인 내가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니다. 우리처럼 대기업에 붙어서 먹고사는 중소 벤처 기업인들의 비공식적인 모임이 있는데 그 구성원들이 이번 선거에서 참민당이 압승을 거두고 소위 개혁파로 분류되는 대통령 직계 세력들이 탄핵 건에 대한 보복을 겸해서 이 나라를 뜯어고치겠다고 설쳐 댈까봐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대기업들의 사업이 위축되고 그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의 끝에 참민당이 압승을 하더라도 가장 온건한 정대영 계파가 당의 주도권을 잡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힘닿는 대로 지원을 하기로 했다. 지원 방법은 모두 합법적이며 실명으로 이루어 질 것이다. 강의원이 마침 정통모 회장이어서 강의원을 창구로 했으면 한다. 이 일을 정대영과 상의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우리에게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 우리는 언론사에도 찾아가서 인사를 치르고 그런 내용의 부탁을 했다. 강의원이 할 일은 영남을 제외한 지역구와 전국구에 공천 신청을 할 예정인 정대영 계파 사람들로 일억 원의 자금이 도움이 될 만한 사람 백 명의 명단을 작성해주는 것이다.'

라는 취지의 말을 하면 됩니다. 틀림없이 정대영에게는 보고가 될 것이고 정대영은 이게 웬 떡인가 하면서 반기겠지만 자신이 가만있어도 들어올 자금이라는 확신이 있는 한 모르는 체 할 것으로 봅니다. 이제 오 사장님도 오해가 풀리셨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

오중석은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한 야당인사는 기업에 근무할 때 회사일 때문에 전과 14범도 되었다는데 불법을 저지르는 일도 아니요 생색도 나는 이런 일에 하고 말고가 어디 있나하고 생각하면서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대답했다.

" 첫 번째 문제는 어려운 일은 아닌 것 같군요. 다른 한 가지는 뭔가요? "

이기용은 떼쓰는 아들을 막 설득시킨 아버지와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우리 상무팀의 강과장이 인터넷 여론 대책반을 만들어서 임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200여명의 재택근무 온라인 아르바이트 팀입니다. 시험적으로 운영해 본 결과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명이 났고 그 조직을 일국당에 그대로 넘겨서 상설 운영되도록 할 방침입니다. 물론 외주이고 수임 업체의 대표도 삼송이 관련된 사실은 모르고 있습니다. 그 운영자금을 성우 전자의 외주 형식을 빌어서 처리하고자 합니다. 관리는 앞으로 일국당의 손으로 넘어갈 것이고 성우에서는 대금 결재 만 해주면 됩니다. 자금 확보 수단은 전과 동일하고 월 결재금액은 십억 정도 될 것입니다. "

솜처럼 가벼워졌던 오중석의 마음은 솜에 물을 뒤집어쓴 듯 다시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건 문제가 다르다. 우선 일회성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불법적인 일이냐의 여부를 떠나서 그는 삼송에서 물러난 마당에 이런 일들에 얽히는 것이 싫었다.

‘그러면 그렇지, 안 좋은 예감은 한 번도 비켜가는 법이 없군.’

 더 이상은 오중석의 의사 따윈 상관하지 않겠다는 이기용의 태도를 뒤로 하고 그는 삼성 본관 건물을 나서면서 생각의 사슬을 이어나갔다.

‘정말 치사한 조직이로군, 무슨 욕심이 그리도 많아서 이런 짓까지 하나? 이런 일에 대해서 무의식적인 거부감을 느낄 만큼 유전자가 다른 나 같은 사람이 이런 조직에서 임원까지 진급한 것도 기적이군. 그런데 이 모든 일은 누구의 의사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오너인 그룹 회장? 건강도 시원찮은 그가? 이혁수? 후계자가 될 회장의 아들? 아니면 이기용? 개인적으로는 그런 일에 관심을 기울일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삼성은 시스템 자체가 스스로 결정을 내리면서 진화하는 거대한 괴물이라고 해야 하나?’

 그는 처음으로 이 구역질나는 괴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곧 아내가 가진 3천만 원짜리 적금 외엔 아직 은행 대출 2억을 안고 있는 시가 8억쯤 될 분당의 48평 아파트 한 채가 전부인 그의 재산과 올해 대학에 진학한 아들과 각각 고등학생과 중학생인 두 딸에 생각이 미치자 3년 전 그가 성우전자로 발령이 났을 때 사표를 썼다가 찢어버린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때의 마음은 흠모하는 주군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귀양을 떠나야하는 충신의 분한 심정과 같은 것으로 지금과는 다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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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적단                   날짜 : 2011-07-12 (화) 22:56 조회 : 6096 추천 : 16 비추천 : 0

 
 
[1/3]   고랑 2011-07-12 (화) 23:42
적단님  글  정말  잘  읽고  갑니다
 
 
[2/3]   이상형 2011-07-12 (화) 23:44
역시.. 갈수록 흥미진진~
 
 
[3/3]   참으로 2011-07-16 (토) 10:21
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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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연재소설 대통령의 그늘 12 <원조 대쪽 박제승… [5] 적단 13 5897 2011
07-13
15 연재소셜 대통령의 그늘 11 <합법적인 정치자… [3] 적단 16 6097 2011
07-12
14 연재소설- 대통령의그늘10 <의리의 사나이 김… [2] 적단 15 6069 2011
07-08
13 연재소설- 대통령의그늘9 <첫번째 과제> [5] 적단 17 6504 2011
07-05
12 연재소설- 대통령의그늘8 <나라를 주무르는 손… [6] 적단 18 6541 2011
07-02
11 연재소설- 대통령의그늘7-2 <동지를 얻다 2>… [4] 적단 14 11375 2011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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