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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그늘 31 <근육이완제>
글쓴이 : 적단                   날짜 : 2011-10-07 (금) 20:06 조회 : 7070 추천 : 19 비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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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육이완제 -


김인규의 검은 세단이 고속도로로 막 진입하자 홍진표는 속으로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까지는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셈이었다.

홍진표는 요정에서 헤어진 바로 그 다음날 송강식에게 전화를 하여 백배 사죄 하였다. 자신이 아마도 그때 정신이 나갔었던 모양이라고 말하는 등 그의 노여움을 푸는데 도움이 되는 말이라면 무엇이든 주워섬겼다. 그리고 사죄하는 의미에서 구체적인 계획도 세울 겸 자신의 스폰서가 마련한 최고의 코스에서 김인규와 함께 골프를 모시겠다고 말했다. 오늘의 골프 약속은 그렇게 해서 잡힌 것이었다. 그는 셋이서 한차로 움직이는 것이 오가는 길에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니 좋지 않겠느냐고 하여 송강식을 자택에서 픽업했다.  

송강식은 그를 태우러온 김인규와 홍진표가 그의 집 앞에서 그를 맞이하면서 보인 극진한 예우에, 적의 투항을 받은 장수의 기분이 되어 차를 타고 가는 도중 내내 대화의 주도권을 행사했고 두 사람은 거의 듣는 태도를 취했다.


차가 용인톨게이트에 도착하자 김인규는 운전석 쪽 창문을 완전히 내리고 얼굴이 곱상한 중년의 여자요금징수원에게 만 원권 지폐 한 장을 내밀며 큰 소리로 말했다.

“미인이시네. 거스름돈은 팁이요.”

그때까지 계속되고 있는 송강식의 고저 없는 사설을 그만 멈추게 하려는 의도였을 것이었다.

“괜찮아요.”

요금 징수원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사양했다.

그녀는 익숙한 동작으로 지폐와 동전으로 구성된 거스름돈과 영수증을 김인규 앞으로 내밀었다.

"그냥 받으라니까요?"

이 말을 평소의 버릇처럼 위압적인 투로 내뱉으면서 그녀가 내밀은 손을 탁 쳤다. 그 바람에 그녀 손에 있던 잔돈들이 바닥에 떨어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자 어쩔 줄 몰라하는 그녀에게 김인규가 화난 소리로 쏘아붙였다.

“아니, 이 아주머니가 받으라면 받지, 내가 누군 줄 알고?”

그 말에 대뜸 그녀는 다른 사람이 된 듯 돌변하여 눈을 치켜뜨면서 대꾸했다.

“조폭이라도 되시나? 여기 앉아 있으니 사람이 우습게 보이는 모양이지? 몇 천원가지고 폼 잡자는 거야 뭐야? 재수 없어.”

그 때 마침 뒤차가 경적을 울렸고 차에서 뛰어 내리려는 김인규를 홍진표가 제지했다.

“왜 이러나 이사람? 총장님이 타고 계신데! 빨리 차 빼게”

송강식도 한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쯧쯧쯧 그래 가지고서 무슨 일을 하겠누? 원 이십대 조폭도 아니고........ 사람들이 당신이 검사인줄 어찌 알고 알아서 기겠는가?”

그는 이름을 외우겠다는 듯 요금징수원의 명찰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천천히 차를 전진시키다가 뒤통수에 그녀의 독설을 하나 더 맞았다.

“흥, 이름은 외워서 어쩔 건데? 기껏 불친절하다고 고자질이나 하겠지. 이깟 일도..........”

더 이상은 들리지 않았다. 송강식이 못들은 그녀의 나머지 말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있을 때 골난 표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는 김인규를 향해 홍진표가 말했다.

“야 김인규, 그거 지금쯤 먹어야지.”

“뭐 말입니까?”

“아, 약 말이야. 골프가 잘된다는..........”

“제가 언제 홍과장님 드린다고 했어요? 다 같이 먹을 바엔 같이 안 먹는 게 낫지요. 저 혼자 먹을 겁니다. 그래야 설욕을 하지.”

약 이야기가 나오자 김인규의 말투는 조금 전의 일을 까맣게 잊은 듯 쾌활한 톤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그거 먹으면 잘 되는 거 확실해?”

“전번 주에 그거 먹고 아주 날랐지요. 드라이버 거리가 한 30미터는 더 나가던 데요.”

“그거 근육이완제 라며? 부작용은 없대?”

홍진표가 이렇게 말하면서 슬쩍 곁눈질로 송강식을 보니 그도 관심을 보이고 있음이 분명했다.

“에이, 친한 의사 친구가 특별히 만들어줬다니까요, 해로운 걸 친구한테 권하겠어요? 아니 안 드린다니까요.”

“근육의 긴장을 풀어줘서 몸을 유연하게 해준다? 그런데 혼자만 드시겠다?  이 친구가 그 좋은걸 저 혼자만 먹겠답니다. 검사동일체, 상명하복을 어디 두고 왔나?”

그러자 송강식도 더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좋은 거 있으면 나눠줘 봐, 혼자만 먹지 말고, 나도 요즘 거리가 줄어서 고민인데. 거리가 더 나간다 이 말이지?”

김인규는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다 나눠 드리죠 뭐. 아 홍과장님 땜에 오늘 장사는 완전히 망했습니다. 오늘 좀 세게 붙으려고 했더니...........”

잠시 후 김인규는 한적한 도로변을 골라 차를 세웠다. 그런 다음 내려서 뒤 트렁크를 열고 보스턴 백 속에서 알약과 물을 꺼내왔다.

김인규는 자신이 먼저 알약 네 알을 물과 함께 삼키고 난 다음 홍진표와 송강식에게도 각각 네 알씩 건네주었다. 약을 건네는 그의 손이 눈에 띄게 떨렸다. 홍진표는 약을 받자마자 물과 함께 삼켰으나 송강식은 약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이렇게 많이 먹어야 하나?”

이 말에 김인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으나 송강식이 알아채기 전에 홍진표가 너스레를 떨며 받아넘겼다.

“이 정도는 먹어야 효과가 있지요. 나는 간에 기별도 안 가는 것 같아서 몇 알 더 먹어야겠어요. 김인규 이거 많이 먹어도 괜찮다 그랬지?

그 사이 기색을 회복한 김인규가 가까스로 자신 있는 말투를 내어 대답했다.

“얼마나 비싼 건데 그러세요? 조금씩만 드세요.”

송강식은 약간 망설이는 빛을 보이다가 네 알 모두를 삼켰다. 그가 약을 삼킬 때 김인규는 차마 쳐다보지 못하여 눈을 감아 버렸다. 그 후 김인규는 다리가 후들거려서 다시 운전을 할 수가 없었다. 조금도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은 홍 진표가 눈치를 채고 선수를 쳤다.

“지금부터는 내가 운전하겠네. 내가 이곳 지리를 더 잘 알거든.”

운전대를 잡은 홍진표는 송강식이 멀쩡한 것을 보고 태연하게 골프장 쪽으로 차를 몰았다. 20분 쯤 지나 거의 골프장 정문 가까이 왔을 때 송강식으로 부터 기다리던 반응이 나타났다.

“어이 나 어지럽고 조금 이상해. 아무래도 그 약이 ........., 자네들은 괜찮나?”

“저도 이상해요. 처음에는 다 그렇대요.”

이렇게 둘러대면서 홍진표는 골프장을 지나쳐 차를 몰았다.

10분 쯤 더 지나자 송강식은 가슴을 쥐어뜯기 시작했다.

“그냥 병원으로 가요, 네?”

두려움에 떨고 있던 김인규가 가까스로 이렇게 말했을 때 송강식이 정신을 잃었다.

그가 삼킨 약은 두 명의 전 부하들이 삼킨 것과 같은 근육이완제이긴 하였으나 그 농도가 달랐다. 그가 삼킨 양은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심장마비를 일으키고야마는 치사량이었다.

홍진표는 차를 다시 돌려서 고속도로 쪽으로 몰았다. 그는 처음 그들이 약을 마셨던 곳으로 돌아와서는 골프장 쪽 방향으로 차를 돌려서 세웠다. 송강식은 이미 숨이 끊어진 것 같았다.

김인규는 이미 잠에 취해서 코를 골고 있었고 홍진표에게도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는 잠시 후 천근의 무게로 내리누르는 눈꺼풀에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자신의 발목에 채워져 있던 족쇄가 풀려져 있을 것이었다.


그들은 골프장을 오가는 누군가에 의해 발견될 것이고 발견한 사람은 차안을 조심스럽게 들여다 본 다음 어쩌면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911이나 경찰서에 신고할 확률이 아주 높았다.

발견자는 물론이고 발견자의 신고로 달려온 경찰도 차안의 세 사람이 살인자와 피살자의 두 그룹으로 나눠진다는 사실은 생각도 못할 것이었다. 그것은 완전범죄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의미했다. 


본 기사는 펌질을 금한다 (펌질은 아래 퍼나르기 소스만 허용되며 박스 클릭하면 전체선택된다)

글쓴이 : 적단                   날짜 : 2011-10-07 (금) 20:06 조회 : 7070 추천 : 19 비추천 : 0

 
 
[1/9]   고랑 2011-10-07 (금) 22:17
정말로  이인규하고  홍준표  정말  그대로  되었으면  좋겠다

넘  편하게  보내주는걸까  으두드득(이빨  가는소리)
 
 
[2/9]   참여물결일다 2011-10-08 (토) 11:30
고랑/그놈들은 그렇게 가면 안된다.
정의의 심판을 받아야한다.

아주 재밌게 읽었숑~
 
 
[3/9]   적단 2011-10-08 (토) 13:16
어? 내용이 잘못 이해되고 있는 모양이네?
내가 잘못썼나?
다시 읽어보니 그런것 같지 않은데......
김인규와 홍진표가 송강식을 살해하는 장면인데, 물론 두 사람은 나중에 이상없이 깨어난다는 얘기지.
다른 사람에게는 세사람 다같이 근육이완제 과다복용으로 보이되 그중 송강식만 죽도록 약의 농도를 사전에 조절해두었다는 이야기인데, 그렇게 전달이 안되나?
 
 
[4/9]   나너그리고우리 2011-10-08 (토) 20:01
적단 / 오늘 29부터 이글을 첨 봤다..
고맙다.....집에가서 1편부터 정독해야겠다.
아...시파 뭉클하다.
건필하길바란다.
.
봉팔이가 이야기했듯..이렇게 독자한명 늘었다.
 
 
[5/9]   참여물결일다 2011-10-08 (토) 21:36
적단/ 이해했는데 고랑의 댓글에 적단의 글과는 상관없이 답을 했다.
전달 못했나? 걱정하게 해서 미안~
 
 
[6/9]   나너그리고우리 2011-10-08 (토) 22:57
참여물결일다땀시 예고편 봤네..하하하

 
 
[7/9]   고랑 2011-10-08 (토) 23:12
적단  글은  대체로  예상했어  글  전달  잘 되었고

다만  울  노짱을  욕보인  두  새끼에 대한  나의  적개심이야

넘  예민하게  반응  하지마  글에  지장  줄까봐  댓글  올렸어
 
 
[8/9]   적단 2011-10-09 (일) 12:16
고랑, 그렇다면 다행이네.
그래도 조금 고쳤다.
다들 관심 가져줘서 고맙다.
 
 
[9/9]   자바라말야 2011-10-09 (일) 19:39
으음....
노무현 대통령님도....하늘에서 다운받아 읽으실 거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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