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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대통령의 그늘 18 <대검 기획조정부장>
글쓴이 : 적단                   날짜 : 2011-07-27 (수) 11:17 조회 : 6434 추천 : 18 비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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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기획조정부장-

서초동 대검청사는 행사로 몇 번 와본 것이 전부였지만 그에게는 낮 익은 장소처럼 느껴졌다. 그가 남쪽으로 창이 있는 자신의 방에 들어서자 단 두 개의 난이 눈에 띄었다. 그중 응접세트 탁자위에 올려져있는 것은 리본에 방원식이라 씌어져 있었다. 이 세상 최고의 후원자인 장인의 이름이다. 그리고 밝은 밤색의 나무로 된 별도의 단 위에 놓여있는 다른 하나에는 대통령의 이름이 적어진 리본이 매어져있었다. 그것들이 블라인드 걷힌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처럼 그의 마음을 환하게 만들었다. 

제주도에서의 그날 밤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후에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발령이 난 것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대통령의 개혁을 완성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대통령의 의지가 그렇다면 어떤 희생을 치르고라도 검찰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청와대와 국정원 쪽은 준비가 끝난 모양이었다. 그는 마음이 급해졌지만 침착하자고 자신을 타일렀다.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는 처음 들어온 자신의 집무실에 앉아보지도 않고 창가에 잠시 서 있다가 다시 나와서 총장실로 향했다. 비서의 안내를 받아 총장실로 들어서자 검찰총장 송강식이 과장된 몸짓으로 그를 맞았다.

“어서 오시오. 한 검사장.”

“총장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총장은 그보다 3년 빠른 사시 18기 출신으로 그가 검사로서 첫출발 하던 해에 서울지검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었다. 검찰 내에서는 치명적인 핸디캡으로 인식되는 지방 대학 출신인 그가 이력을 엘리트 코스로 채우고 지금의 이 자리에 오른 사실에 대해서 추측들이 분분했는데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처가의 재력을 꼽았다. 법조계에서 그가 동거생활을 하면서 헌신적으로 고시 준비를 뒷바라지한 아름다운 여인을 버리고 소문난 박색인 준 재벌의 딸과 혼인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한영관은 그의 출세지향의 집념과 야망도 그의 초인적인 노력과 성실성의 바탕이 없었다면 소용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그 자리를 차지할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강한 자부심의 소유자인 그는 결점 없는 자기관리를 바탕으로 검찰 조직 내에서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었다. 적어도 그에게 개인적으로 커다란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한영관 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그러했다. 그래서 서귀포 해변에서 국정원 서석준이 그가 금전적으로나 사생활로나 결코 깨끗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을 때 적잖이 놀랐었다. 서석준의 말에 의하면 수년전부터 국정원의 존안 자료로 보관되어있던 그의 비리 사실에 대한 파일이 최근에 다시 꺼내어져 정밀내사 중에 있다는 것이었다. 검찰조직의 개혁을 위해서 나중에 어떤 방식으로 써먹든 그 상징적 대상자로서 조직을 명실상부하게 장악하고 있는 조직의 수장을 먼저 내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는 이러한 방법이 현 대통령의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이의는 없었다. 한 조직에 뿌리박은 기득권을 파내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었다.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모뿐 아니라 단호함과 무자비성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검찰이 제자리를 잡도록 하는 일로 손에 피를 묻혀야 한다면 그럴 각오가 되어있었다.  

 “법무장관께서 청와대의 뜻이라면서 불문곡직 당신을 발령 내겠다고 통보하시데요. 보통은 이렇게 중요한 비정기 인사는 많은 논의를 거치는 게 상식인데 말이오. 당신처럼 훌륭한 사람을 미처 알아보지 못한 건 내 불찰이지만 총장인 나와 사전에 상의하는 모양을 갖추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소? 한 검사장이 대통령과 직접적인 인연은 없는 것 같던데......., 어쨌든 차기 총장자리를 찜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될 것 같소. 일 년 남짓 남은 내 임기 후에 당신이 된다면 우리 관행에 따라 많은 사람이 떠나야 되겠군. 뭐 그건 그렇고....... 우리 잘 해 봅시다. 밖에서 아무리 우리를 흔들고 이간질시키려고 해도 우리만 흔들리지 않으면 됩니다. 우리 안의 지도자는 나든 한 검사장이든 누구라도 상관없습니다. 검찰은 내부로 단결해야합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검찰조직과 여기서 인연을 맺은 우리는 영원히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갑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영관은 간결하게 대답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가 자신에 대해 호감은 아니더라도 반감을 덜 갖기를 바랐지만 그가 기대했을 법한 ‘성심껏 모시겠습니다.’ 나 ‘말씀 깊이 새겨듣겠습니다.’ 유의 말을 하는 것은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그가 무슨 말을 하던 검찰총장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할 것이었다. 자신은 그가 조직의 적으로 여기는 현 정부의 의도로 발탁된 인물인 것이었다.  

 잠시 후 마침 총장에게 걸려온 한 정치인의 전화를 기회로 그는 어색한 침묵에서 벗어나 그의 집무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의 집무실에는 기획조정부 소속 정책기획과장인 홍진표와 정보통신과장 배용석이 기다리고 있었다. 홍진표는 같이 근무한 적은 없어도 이름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베테랑 검사였고 배용석은 7급 검찰직 공무원 출신으로, 부이사관이 되어 정년을 눈앞에 둔 지금까지 서울지검과 대검 울타리에서만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다. 서석준의 자료에 의하면 홍진표는 삼송장학생으로 분류되는 인물로 소위 말하는 장학금과 떡값 수준의 금품은 사양하지 않고 챙겨왔으나 특별한 비리에 연루된 바는 없는 인물이었다. 배용석은 애초에 검사가 아니어서 이기도 하겠지만 이력이 깨끗했다. 그들은 서로 소개를 하고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일어섰다. 그는 홍진표를 더불어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 가늠해 보느라 이런저런 말을 시켜보았지만 첫눈에 판단을 내리기에는 무리였다. 그러나 그자신보다 나이가 네 살이나 많은 배용석에게서는 아주 좋은 느낌을 받았다. 그는 과묵하면서도 겸손한 언행과 침착한 눈매에 녹아있는 분별력과 사려 깊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는 이 두 사람을 좀 더 지켜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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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적단                   날짜 : 2011-07-27 (수) 11:17 조회 : 6434 추천 : 18 비추천 : 0

 
 
[1/3]   구가네 2011-07-27 (수) 12:09
연재 끝나면 한번에 읽을 참이야...그래도 추천은 해야지..
 
 
[2/3]   참여물결일다 2011-07-27 (수) 14:20
짧군..
 
 
[3/3]   고주 2011-09-27 (화)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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