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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대통령의 그늘 12 <원조 대쪽 박제승>
글쓴이 : 적단                   날짜 : 2011-07-13 (수) 23:09 조회 : 5897 추천 : 13 비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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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조 대쪽 박제승 -


박제승 변호사의 집은 잘 보존된 전통한옥이어서 남쪽 시골에 집과 가족을 두고 온 김도관으로 하여금 고향집을 떠올리게 하였지만 그는 마음속의 감상들을 물리치고 스스로를 긴장시켰다. 그리고는 어떤 방법으로 이 완고해 보이는 노인네를 설득해야 할까 하는 생각에 집중했다. 그는 미닫이 유리문을 달아서 거실과 응접실로 사용되는 대청마루에 놓아진 소파로 안내되었다. 박제승은 소파에 앉아서 신문을 읽다가 들어서는 그를 맞이하기 위해 일어섰다. 마루에 올라서서 두어 걸음 소파 쪽으로 다가간 그와 눈이 마주쳤다. 약간 대머리가 벗겨진 넓은 이마를 배경으로 한 형형한 눈빛은 인생을 옳은 길로만 살아왔다는 자부심을 웅변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다음 순간 그는 눈을 내리고 다짜고짜 엎드려서 넙죽 큰절로 인사를 하였다.

"김도관이라 합니다."

늙은 변호사는 그의 뜻밖의 행동에 적잖이 당황했다.

"아니 장관까지 지내신 분이 이 보잘것없는 늙은이에게 웬 큰절이요? 이런 행동은 오히려 비례가 되는 줄 모르시오?"

비례가 될 줄 그도 안다. 그러나 그는 예삿일로 온 것이 아니라는 표시로 부러 그렇게 했다. 그는 엎드린 자세로 말했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어르신께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집주인이 그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숨넘어가겠소. 어서 일어나시오. 차나 한잔 마시고 말씀하시지요. 마침 며칠 전에 전라도 보성에서 온 옛 친구가 아주 귀한 작설차를 가지고 왔어요."

잠시 후 중년의 여인이 말없이 작설차 두 잔을 가져와 테이블에 놓고는 눈인사만 하고 물러갔다.

그 즉시 그는 늙은 변호사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용건을 이어나갔다.

"참민당의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주십시오."

"아니, 그건 다 지나간 이야기 아니요? 벌써 일주일 전 그런 이야기가 있었고 김영광씨로 선정된 걸로 아는데 그분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기라도 했나요?"

"아직 문제가 생긴 건 아니고 제가 문제를 만들어서 무효화할 계획입니다. 재선임을 하게 되었을 때 당에서 어르신께 요청하면 수락해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당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일을 당신이 나서서 발칵 뒤집어놓겠다는 말이군요. 이 중요한 시기에.......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뭐요?"

"저는 지금 대한민국이 역사적으로 커다란 기회와 위기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던 선거결과는 우리민족에게 있어서 하늘의 축복이라 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 후 민진당의 분당으로 다시는 안 올 것처럼 여겨지던 세 번째의 기회가 아이러니하게도 탄핵 때문에 시작되고 있습니다. 차기에 한번만 더 집권하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민주 개혁세력도 미국의 민주당처럼 단단한 뿌리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진보와 보수가 진정한 정책으로 경쟁하는 정치 풍토가 정착될 것이고 정치집단이 아닌 엉뚱한 세력들이 정권을 농단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보수의 탈을 쓴 기득권세력도 본색이 드러나 자신들의 가치만큼만 국민의 평가를 얻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지요. 단, 딱 한번만 더 정권을 지켜낸다면 말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참민당이 승리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의 승리가 정대영씨를 우리당의 차기 대통령후보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그보다 더 큰 낭패가 없을 것입니다. 그 사람이 나서면 본선에서 반드시 패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점은 어르신께서도 동의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총선에서 정대영이 지원하는 사람들이 공천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배제되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어르신께서 공천 심사위원장이 되어 그 일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사람을 잘못 고른 것 아니요? 당신도 바보가 아니라면 내가 정의장과 동향에다가 오랜 친분을 쌓아온 사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터, 어찌 내가 생면부지인 당신의 뜻대로 오랜 친구인 정의장에게 해가되는 일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이요? 나대신 김영광씨가 선정된 것도 정대영을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인 것을 모른다는 말이요? 차기에 누가 대통령이 되건 내가 알바 아니지. 전도환이 밑에서도 다들 살았는데 뭐."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 사람이 쿠데타를 일으켜 수천 명의 무고한  국민을 죽이고, 국정을 농단하여 수십 년에 해당하는 국가발전 잠재력을 좀먹은 것이 정말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십니까?"

 열띤 그의 말을 들은 박재승은 곤혹스런 표정으로 입맛을 쩍쩍 다시더니  곧이어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면서 말했다.

"허어 그만하시게, 말 한번 잘못했다가 호되게 당하는군 그래."

"어르신께서는 저를 잘 모르시겠지만 저는 어르신이 어떤 분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차기 대선에서 우리 진영이 한 번 더 집권하는 것이 우리민족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정대영씨가 잘못한 것은 없지만 결코 대통령에 당선될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계신다고 믿습니다. 어르신께서는 국가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대의를 위한 결심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뜻밖에 대통령 측근인 김도관이 온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나이 육십 줄에 들면서 종종 맞아 떨어지는 예감이 강한 신호를 보내어서, 혹시나 그가 자신이 걱정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의논하자는 것인가 하는 실 날 같은 기대를 품었는데 예감이 맞은 것이었다. 그는 적잖이 흥분이 되어서 이 젊은이를 -사실 젊은이라 부를 수 없는 나이지만 왠지 그에겐 젊은이로 느껴졌다. - 오랫동안 애를 녹이며 요리를 하고자했던 애초의 장난기를 망각하고 말았다. 이 방문객이 발산하는 강렬한 기운에 자신이 빨려드는 것을 느끼면서 너무 쉽게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다. 

"살만큼 산 이 한 몸 국가를 위하느라 남들의 오해를 사 쓰레기로 일컬어진들 감당 못하겠는가? 정의장은 어차피 대통령이 될 수는 없는 사람인데 후보가 되지 않는 편이 본인에게도 나을 수 있지. 모르긴 해도 당신은 나보다 더 큰 희생을 치러야 할 텐데, 이왕 뽑은 칼이면 자신은 죽더라도 적을 제대로 베야 할 거요. 그래도 당신 같은 사람이 몸을 던지게 만드는 대통령이 우리나라 최고의 인물인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그런데 정말 이제 와서 김영광이를 몰아내고 나를 그 자리에 밀어 넣을 방법이 있다는 말이요?"

“예, 저에게 방법이 있습니다.”

김도관은 방금 자신이 큰 산 하나를 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본 기사는 펌질을 금한다 (펌질은 아래 퍼나르기 소스만 허용되며 박스 클릭하면 전체선택된다)

글쓴이 : 적단                   날짜 : 2011-07-13 (수) 23:09 조회 : 5897 추천 : 13 비추천 : 0

 
 
[1/5]   베일 2011-07-14 (목) 02:20
나는 적단의 애독자~~~ 늘 고맙게 보고있다^^
 
 
[2/5]   지여 2011-07-14 (목) 19:44
me too
 
 
[3/5]   참으로 2011-07-16 (토) 10:25
저도요
 
 
[4/5]   하우디 2011-07-16 (토) 17:50
매번 흥미진진하다^^
 
 
[5/5]   참여물결일다 2011-07-18 (월) 13:20
더위에 좋은 글 올려줘서 고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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