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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대통령의그늘9 <첫번째 과제>
글쓴이 : 적단                   날짜 : 2011-07-05 (화) 01:38 조회 : 6512 추천 : 17 비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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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과제 -

커피 향은 언제나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김인철은 손수 내린 인도네시아 산 토라자 커피를 커다란 머그잔에 가득 따랐다. 그리고는 언제나처럼 향기를 만끽하기 위해서 잔을 코 가까이에 가져갔다. 마치 식사 전에 기도를 하듯 커피를 마시기 전에 하는 그만의 버릇이다.

아침 일찍 경희궁 쪽으로 산책을 한 후 근처의 식당에서 아침 식사까지 해결하고 들어와서 샤워를 마친 다음이었다. 한 모금을 마시려는 순간 그는 노크 소리의 방해를 받았다. 그가 커피 잔을 탁자에 도로 내려놓고 문을 열자 들어선 사람은 뜻밖에도 한지숙이었다.

두 사람에게 며칠간의 여유를 가지고 하던 일을 대강 정리한 다음 합류하라고 말해놓고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세 때문에 연락을 해야 하나 하고 망설이고 있던 참이라 그로서는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녀는 자신처럼 화사한 꽃을 한 아름 안고 들어와서는 두리번거렸다. 수반이나 꽃병 같은 것을 찾는 눈치였지만 그런 게 있을 리 없었다. 그는 재빨리 새로 사서 아직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은 휴지통을 가져다가 물을 조금 채운 뒤 그녀에게서 꽃 뭉치를 건네받아 그곳에 담갔다. 그리고 그가 이미 정해놓은 자리로 그녀를 안내하였다. 그녀의 자리는 창가에 위치하여 전망이 좋은 곳이었다.

"자리로 봐서는 아래위가 없는 사무실이군요? 이 옆자리가 정수자리? 참, 정수와 통화했는데 걔는 내일부터 출근할 수 있대요."

그녀는 자신의 자리에 놓인 안락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뒤로 몇 번 힘을 주어 흔들어 본 다음 제대로 앉는 그녀의 얼굴에는 만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머그잔을 하나 더 꺼내어 아직 뜨거운 커피를 따라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는 항상 커피를 넉넉하게 끓이므로 그녀의 몫은 충분했다.

“우와, '토라자'네요?”

그녀는 잔을 받아들고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인도네시아가 커피의 3대 원산지 중의 하나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따라서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수많은 종류의 커피의 이름과 맛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수마트라 지방에서 생산되는 만델랑과 함께 그가 커피의 최고로 치는 술라웨시 산 토라자는 인도네시아에서 살아본 사람이 아니라면 매니아들도 잘 모르는 종류이다.

“'토라자'를 냄새로 안다고? 상당한 안목인걸, 30년 동안 커피를 사랑해온 나 보다 한 수 위가 되는가?”

그는 이 뜻밖의 커피 동호인에게서 잘 볶아진 커피와도 같이 진한 친근감을 느꼈다.

“그보다 어찌 내 마음을 알고 고맙게도 나타나 주셨나?”

“조간신문에 난 정당지지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셨지요? 참민당 58%, 일국당 31% 민진당 8%로 나왔는데 리서치사의 조사결과입니다. 그런데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갤롭에서 일하는 친구로부터 받은 정보에 의하면 그들의 조사결과는 각각 72.5%, 23.7%, 4.25% 인데 의뢰한 회사가 발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선거일까지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참민당이 2/3 정도의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빨리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반가운 소식이요. 정말 고맙소. 선거일 까지 변수가 없어야 될 텐데........”

기대감으로 상기된 그의 얼굴에 불안한 표정이 살짝 드러났다.

“정대영 참민당 의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아주 중요한 변수입니다. 이번 선거의 중심에는 그와 일국당의 박근애씨가 있다고 합니다.”

“정대영씨의 개인적인 지지도의 향배를 어떻게 봅니까?”

“아직은 대선을 가정한 인물들의 자리매김을 하는 분위기가 아니므로 개인의 숫자로 표시된 지지도는 의미가 없습니다. 매스컴이나 정가의 분석에 의하면 정대영은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인 현재 참민당 내 가장 중요한 인물로서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승승장구하여 당의 대통령후보까지 무난히 거머쥘 것으로 봅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그 사람이 내가 지지하는 세력의 중심이 될 자질이 있는 인물이 못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아찔한 일이죠.”

그녀는 정대영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묻는 질문의 뜻을 모를 리 없건만 자신의 거부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그 사람은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데 자신의 힘으로 뭐라도 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치인 중에 그처럼 아무 곡절 없이 쉽게 그만한 자리에 오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도 그 사람을 받쳐줄 굳건한 철학 같은 거라도 있으면 문제될게 없겠지요. 그런데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철학이 보이지 않아요. 상당히 기회주의적이기도 하고......, 물론 정치를 혼자서하는 것은 아니니 차기 대통령이 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이 되는 게 일국당의 그 누가 되는 것 보다야 낫겠지요. 제가 그 사람을 거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 사람이 우리 쪽 대표로 나서는 한 저쪽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정대영으로 저쪽을 이길 수 없는 이유가 출신 지역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군.”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음,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나도 같은 생각입니다. 내가 해야 할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어쩌면 그 사람이 다가올 대선에서 이쪽진영의 대표선수가 되지 않도록 막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이 절체절명의 중요한 시기입니다.”

“제가 참민당 선거구별 공천신청 예정자와 그중 정대영계로 분류될만한 인물들의 명단을 구해보겠습니다.”

그는 한지숙의 이 말에 깜짝 놀랐다. 그의 의중과 그들이 당면한 일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가 놀란 눈으로 한지숙 쪽을 건너다보니 그 녀는 ‘나 제법이지?’ 하는 투의 소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금발에 가까운 갈색머리, 맑으면서 당당한 눈빛, 길에서 마주치면 누구라도 다시 한 번 돌아볼만한 미인임에 틀림없다. 저런 미인을 옆에 두고 일한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는 이 행운을 좋은 느낌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 이상 일 수가 없었다. 건강한 남자로서 혼자 살아온 삼십여 년 동안 그 어떤 여자에게서도 사랑을 느껴보지 못한 그였다. 오랫동안 닫아두었던 캄캄한 감정의 창고 틈새로 스며드는 한줄기 햇살 같은 눈빛을 쏘아내는 여자가 눈앞에 있다 한들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는 마음이 급해져서 한지숙을 남겨놓고 즉시 청와대로 향했다.

대통령이 직무정지로 손이 묶이자 청와대는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불법이라고 언론의 공격을 받을 소지가 있는 공식적인 비서진들의 회의도 열리지 않았고 정치적인 문제로 대통령이 그 누구를 찾는 일도 없었다. 어제는 성격이 불같고 직선적인 이혜찬 의원이 잔뜩 흥분한 상태로 찾아와서는 총선에서 어떤 방법으로든 공천권을 행사하여 직계 의원을 많이 만들어 내야 한다는 요지의 의견을 설파한 후 지침을 받아내겠다고 떼를 썼지만 대통령은 부처의 미소로 그를 달래어 돌려보내었다. 두세 명씩 짝을 지어 집무실을 노크하는 청와대 참모들도 같은 내용의 요청을 해왔지만 대통령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말고 자숙하도록 지시했다. 그 자신도 50석을 목표로 치룰 뻔 했다가 전화위복의 사건으로 200석을 바라보게 된 이번 선거에 욕심이 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다만 치밀한 작전과 결과에 대한 확신 없이 중구난방으로 대드는 것은 그냥 가만히 놔두는 것만도 못할 것이었다. 더구나 이 상황에서 청와대 식구가 나서는 것은 하책 중에서도 최악의 수다. 그는 김인철이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의견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면서 자신이 설득될 수 있는지 보기로 했다.

대통령은 그를 보자 무척 반가워했다. 측근들에게도 감정을 숨기고 초연한 태도를 유지하느라 힘들었던 듯, 그에게는 최근의 상황에 고무되기도 하면서 한편 불안해하는 내심을 숨기지 못하고 드러냈다.

“나도 한 배짱 하는 사람인데 요즘 심리상태가 묘하게 불안 합니다. 오히려 처음에는 마음이 편하더니 말이요.”

“그야 그때는 마음을 비웠을 때고 지금은 비웠던 자리에 욕심이 들어찼으니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군, 다시 마음을 비워야겠군.”

“대통령님 혼자 마음만 편하게 하자면 그러셔도 되겠지요.”

“선거야 당에서 최선을 다 할 테고, 나는 당분간 독서나 하며 에너지를 축적하면 되는 거 아니요? 김 형 말마따나 가끔 카메라에 잡히면 고뇌의 표정을 만들고.”

“예, 선거는 그렇지요. 이번 선거의 승리는 확실하겠지요. 그런데 이 승리가 장기적으론 독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음, 돌려 말하지 않겠다?....... 공천 문제?........ 일국당을 상대로 이기느냐 지느냐가 문제지 우리당 사람들이야 네 편 내 편 할 필요가 있습니까? 좋은 정치 해보겠다고 따뜻한 집 놔두고 추운 벌판에 나온 사람들인데”

“정대영이 당을 장악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그런 말이 어디 있소? 정대영이 어때서요? 나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아서요?”

“아시잖습니까? 그 사람이 당의 중심이 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우리당의 대선후보가 될까봐 이러는 거.”

“으음, 당신은 대통령이 아니니 무슨 말이라도 하는군. 원래부터 정해 놓은, 당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켜야하지 않겠소? 선거에 조금 유리해졌다고 내가 먼저 숟가락을 들고 나설 수야?”

“벌써 잊으셨습니까, 불과 일주일 전 인도네시아에 있는 저를 불러들일 때의 심정을?”

“어찌 잊을 수 있겠나? 그렇더라도 진즉 당권에서 손을 뗀 평당원의 신분에 대통령 업무정지 상태인 내가 어떻게 공천에 개입할 수 있겠소?”

“직접 공천에 개입하시라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해서 될 일도 아니고요. 지금 저는 허락을 구하는 중입니다. 일은 제가 하겠습니다.”

“당신이? 아직은 국회의원도, 당원도, 청와대 비서관도 아닌 사실을 알고나 있나?”

“이번 일은 김도관씨에게 부탁할 생각입니다. 김도관씨를 설득하는 일은 제가 할 테니 대통령님은 저를 그에게 천거만 해 주시면 됩니다.”

“나는 당신을 믿네만 김도관이가 당신 계획에 찬성하지 않으면 어찌하는가?”

“김도관 씨의 사람 됨됨이를 믿으십니까?”

“그야 두말이 필요 없는 사람이지.”

“저도 그런 사람으로 평가합니다. 그 사람은 대통령님이나 국가를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 사람입니다. 이 일은 실행자의 정치적 희생을 감수해야 될 일인데 만일 제가 이 일의 당위성과 실행 방법에 대하여 그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제 계획이 잘못된 것으로 봐야 합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대통령은 더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더 물어볼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본인의 정치적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을 부탁할 만한 당내의 인물은 김도관, 유국민, 이혜찬 정도이다. 그 중에서 단기적인 추진력과 저돌성은 김도관이 제일 낫다. 그러나 김인철이 그를 택한 이유는 그래서라기보다는 유국민, 이혜찬을 김도관보다 더 유력한 차기 주자로 생각하여 보호하자는 심산임을 간파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그런 일은 입에 올리는 순간 어색해지므로 이심전심으로 읽어내야만 한다. 더구나 가깝기로 따지자면 세 사람은 순서를 매길 수 없지만 오히려 김인철은 사실 낯선 인물이 아닌가? 하지만 어떤 행동에 대한 정치적인 유 불리는 장기적으로 볼 때 알 수 없는 것이다. 그 자신이야말로 당위에 따라 실행한 수없이 많은 불리한 행동의 결과로 대통령자리에까지 오른 사람이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김도관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없어졌다.

모두들 같은 내용을 가지고 건의를 하면서 대통령 자신이 나서서 해야 될 일로 생각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아무것도 아닌 제가 처리하겠다고 하는 김인철이 미더웠다. 자신의 공식적인 지시 없이 김도관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이라면 분명 쓸 만한 전략일 것이었다. 그런데 세부적인 계획은 몰라도 된다는 투의 그의 태도를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고 맡겨 버리는 자신의 모습이 조금 생소했다. 어쩌면 갑자기 나타난 이 인물로 인해 앞으로는 세부적인 일들로 머리를 싸매지 않아도 될는지 모른다. 사람들은 (측근들은) 자신들이 그의 불안감을 잠재울 만큼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대통령이 너무 세부적인 일까지 챙긴다고 나무란다. 누군 그러고 싶어서 그러느냐 말이다.

김인철은 전번 만남에서 부탁해 놓았던 당, 정, 청, 고위급 인사 32명의 명단을 받은 다음, 대통령에게 시간이 나는 대로 그 사람들에게 본인의 존재에 대해 비서를 통하지 않고 직접 알려 놓을 것을 당부하고는 물러나왔다.


본 기사는 펌질을 금한다 (펌질은 아래 퍼나르기 소스만 허용되며 박스 클릭하면 전체선택된다)

글쓴이 : 적단                   날짜 : 2011-07-05 (화) 01:38 조회 : 6512 추천 : 17 비추천 : 0

 
 
[1/5]   이상형 2011-07-05 (화) 01:52
가상소설이란 전제하에..
우리가 알고잇는 시나리오대로 라면..

김인철이란 사람.. 그의 앞으로의 행보 등이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줄수 잇을까? 기대댄다~

그리고 문장속의 몃몃 표현들.. 내공이 대단함을 느낀다~
 
 
[2/5]   고랑 2011-07-05 (화) 07:13
추천 꾹
 
 
[3/5]   카이사르 2011-07-05 (화) 11:35
잘 읽었다
 
 
[4/5]   참여물결일다 2011-07-05 (화) 12:20
한달음에 읽혀지는 재미가 쏠쏠~
 
 
[5/5]   참으로 2011-07-08 (금) 20:28
그냥 소설 맞제? 나름 많~~~~~~ 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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