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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대통령의 그늘 21 <11인의 의인>
글쓴이 : 적단                   날짜 : 2011-08-06 (토) 15:14 조회 : 7511 추천 : 18 비추천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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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인의 의인-


부임해 온 이후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 정책기획과장 홍진표는 전형적인 엘리트 검사였다.

그는 검찰의 존재이유를 사회악의 일소와 체제의 수호라고 믿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일반 국민은 잠재적으로 매우 위험한 존재여서 감시와 계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생각에 의하면 검찰이 지금처럼 밤잠을 설쳐가면서 일해 온 덕에 용공세력과 사회전복세력으로부터 이 나라가 지켜져 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 중차대한 일을 하는 검사가 별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하는 다른 공무원들과 비슷한 수준의 보수를 받는 것이 말도 안 되는 모순인 마당에 이런저런 최소한의 특권을 누리는 것은 당연했다. 그는 자신이 삼송 그룹의 장학생으로 분류되고 있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때마다 소위 떡값이라 불리는 돈을 받아왔지만 자신을 부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돈이 쓸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푼돈에 불과한 삼송의 떡값을 받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삼송의 관리 명단에 들어있다는 것은 검찰 조직의 주류에 속해 있다는 걸 의미하고 그걸 거부한다는 것은 자신의 앞길을 결정할 사람들 즉 주류 상사들에게 침을 뱉는 행위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기업인이 양식장의 물고기이면 자신은 그곳을 관리하는 어부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원하는 액수만큼 그들이 가져오게 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는 물고기중 한 마리를 잡아 올려서 요리하고 싶은 유혹에 져 본적이 없으므로 나름 자신을 스스로 청렴한 사람으로 매김 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는 한직으로만 돌다가 처음으로 요직에 온 한영관이 검찰 내 주류에서 거리가 먼 사람임을 알고 있었다. 이 조직은 장관의 임명장 하나로 굴러온 돌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조직 구성원으로부터 거부를 당하고는 그 누구라도 오래 견디지 못하는 곳이 바로 이 검찰이었다. 그 사람이 아무리 현 정부와 친하다 한들 달라질 것은 없었다. 검사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헌법기관이고 대통령도 함부로 못하는 존재인 것이다. 현정부 초기 대통령과의 토론에서 대통령에게 한마디도 지지 않고 대들다시피 한 평검사들은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검찰 조직 내부에서 열렬한 환영과 칭찬을 받았다.

홍진표가 한영관을 별 볼일 없는 인물로 파악하는 동안 한영관은 홍진표가 터놓고 일을 시킬만한 인물이 아님을 알게 되어 실망하였다. 직속부하를 따돌리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괴롭고도 번거로운 일이다.

반면 정보통신과장 배용석은 그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성실하고 빈틈없이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서는 검찰 조직에서 근무하는 검사가 아닌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주눅들은 태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누구를 상대하던 그의 언행에는 항상 남을 배려하는 따뜻함과 함께 당당함이 배어있었다. 그래선지 그는 부하직원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특히 검사가 아니고 검찰직 7급 공무원 출신으로서 검찰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겐 대부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가 정치적인 대화에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한영관은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성향 파악을 끝내고 배용석과 대화할 기회를 노리고 있던 한영관은 결재서류를 가지고 방으로 들어온 그를 붙들었다.

“배과장님 시간 있으면 차나 한잔 같이 합시다.”

배용석은 한영관이 권하는 안락의자에 앉으며 대답했다.

“예, 하실 말씀이라도?”

“배과장님 고향이 전남 무안이네요?”

“그래서요?”

그는 고향 이야기를 듣자 대뜸 방어적으로 대답했다.

“지역구 현역 국회의원이 누구지요?”

“한갑수의원 인데 그건 왜요?”

“참민당 소속인가요?”

“민진당입니다.”

“17대 총선에서 민진당 지역구는 단 다섯 석인데 배과장님의 고향이 거기 들었군요?”

“우리고향이지만 쓸개가 빠진 사람들이지요. 대통령 탄핵사건이 자기들이 죽을 뻔 한 일인 줄도 모르는 것이지요.”

“알고 보니 배과장님도 정치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전혀 관심이 없는 줄 알았더니.”

배용석은 자신의 직속상관이 그를 탐색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피하지 않았다.

“그래서 하시고자 하는 말씀이 뭡니까?”

“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훌륭한 분이지요. 걱정은 좀 되지만........”

“뭐가 훌륭하고 뭐가 걱정된다는 말입니까?”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분이니 훌륭하고 바로 그래서 걱정된다는 것이지요.”

“그게 왜 걱정이라는 말이요?”

“우리 조직을 한번 보시지요. 그런 방법으로 통솔이 될 수 있는지?”

“통솔? 검찰이 대통령에 의해 통솔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독립을 해야 하는 게 아니고?”

“검찰 조직이 언제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정권에게서 벗어난 적이 있나요?  이렇게 옳은 대통령을 만났을 땐 통솔이 잘 되면 검찰이 많이 좋아지고 국민에게도 좋겠지요. 독립은 좋은 대통령 몇 대를 거쳐서 검찰이 나쁜 짓 한 전력이 없고 의로운 사람들 -말하자면 검사장님 같은 분들-로 채워져서 그런 요구를 할 자격을 갖춘 다음에나 생각할 문제라고 봅니다. 그런데 옳은 대통령은 검찰이 독립해야한다고 풀어주고 검찰은 독립된 힘으로 과거 정권에 기생하여 쌓아올린 기득권을 지키느라 오히려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참 모순된 형국이 펼쳐집니다. 착한 정권은 정도를 고집하느라 검찰 등의 권력기관을 장악하지 못하고 고생하다가 그 결과로 또 정권을 뺏길 것이고 검찰은 결국 다시 모진 정권의 손아귀에 들어가겠지요.”

“내가 말을 시키긴 했지만 과장님은 내가 검사라는 사실을 잊으신 모양입니다 하하. 이 안에서 말 그렇게 막 해도 됩니까? 듣는 내가 진땀이 납니다.”

“아무리 세상이 달라졌다고 해도 국가공무원이 현직 대통령을 편들었다고 해서 낭패를 당할 일이야 있겠습니까? 허허허. 저는 검사도 아닌 신분으로 이 안에서 30년 동안 눈칫밥을 먹었습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검사장님이 어떤 분인지 무슨 목적으로 기획조정부장으로 오셨는지 짐작하고 있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부장님께서 지금 저를 포섭하는 중이시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하하하, 솔직해서 좋습니다. 이제 보니 제가 과장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었군요.”

 놀라는 배용석의 모습을 상상하며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꺼낼 생각을 하던 그는 뜻하지 않게 선수를 당하자 유쾌하게 웃었다.

“예, 제가 검찰 조직을 국민 앞에 떳떳한 조직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힘을 보태주십시오.”

 이 말에 대답하지 않고 감격한 얼굴로 한동안 그를 바라보던 배용석은 결심한 듯 얼굴에 비장한 표정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검사장님! 제가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지난날 이한수 서울 중앙지검장님을 기억하시겠지요? 저는 18년 동안 그분을 모셨습니다. 정권과의 불화로 검찰을 떠날 뻔 했다가 그분의 도움을 받은 검사는 검사장님을 포함하여 모두 18명입니다. 그중 아직 남아있는 사람은 11명이고 나머지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검장님의 뜻에 따라 저는 지금까지 그분들의 거취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때가 오면 그분들을 서로 만나게 하라는 당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야 때가 왔나 봅니다.”

“그랬었군요.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가 한번 해 봅시다.”

잠시 후 그는 준비한 서류를  배용석에게 건넸다.

“첫 번째 할 일은 인적쇄신입니다. 이것은 국정원에서 보관하고 있는 존안자료 중 비리혐의가 있는 검찰 간부들 46명의 명단과 혐의 내용입니다. 배과장님께서 이 인사들에 대한 1차 평가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부 사정을 잘 아실 테니 추가를 하셔도 좋습니다. 물론 나중 적당한 때에 정식 수사 절차를 거쳐 사실여부를 확인한 다음에 조치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혹 중수부나 중앙지검에 정의감 있고 믿을 만한 검사를 알고 있으면 소개시켜 주세요. 감찰부에 있으면 더 좋고요.”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하신다면 중수부나 중앙지검에서 해야 되겠지만 은밀하게 준비하거나 내사만을 하는 단계에서는 감찰부라야만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11명 중에 중수부의 박철 부장검사, 서울지검의 이순철 부장검사, 감사부의 경대승, 황 승호 검사가 있습니다.”

그는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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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적단                   날짜 : 2011-08-06 (토) 15:14 조회 : 7511 추천 : 18 비추천 : 0

 
 
[1/2]   이상형 2011-08-06 (토) 17:00
짜잔~
역시나 오늘도 일그면서 머리속에 화면들이 짜자잔~
대사마저 막 들리는듯 하당..
 
 
[2/2]   날뽕 2011-08-06 (토) 21:50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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