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그냥 생각해볼 거리다.
아래 주트기자 글을 보고 음모론적인 댓글을 달았는데 갑자기 음모론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보통 음모론 하면 음모를 꾸밀 거대한 비밀조직들이 있고 그들이 세계를 뒤에서 지배하며.... 이상한 비의를 전수받기도 하고 전세계의 천재들이 가입한다는 둥 외계인이 개입하기도 하고 머 그렇다.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꽤나 그럴듯 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한때 진짜 그럴 거라고도 생각한 적 있었고...
헌데 한가지 의혹이 생기더군. 도대체 그 조직은 내부 분란이나 분화 그리고 조직들 간의 암투 없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일까? 인류사의 절대왕정도 붕괴되고 이념국가도 무너지며, 종교국가도 수명을 다하곤 하는데 말이지... 있어봐야 서브셋일 뿐이고 파편화된 집단들끼리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암투하는 수준 아닐까?
해서 얻은 결론이 전세계를 조종하려는 자는 무수히 있겠지만 전세계를 조종하는 자는 없다. 다만 인류가 살아가는 방식 그리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마치 거대한 생명체들 처럼 움직이는 것이고 그 과정에 드러나는 실상들이 어떤 흐름을 가지기에 단일 정체성을 가진 집단이 배후조종 하거나 천국에서 쫓겨난 사탄이 지시해서 생기는 일 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라는 거다.
악마가 있고 악마적 존재나 집단이 있어서 악마적 상황을 만들거나, 천사가 있고 천사적 존재나 집단이 있어서 악마에 대항하는 게 아니라 인간들 상호작용하는 관계가 어떻게 구도화 되냐에 따라서 악한 의지가 작용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하고 선한 의지가 작용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할 뿐이라는 거지... 그래서 구도가 중요하다고 봐. 우린 선한 의지가 꽃필 수 있는 사회를 원하는 거니까.
예전에 쓴 글 일부를 펌한다. 원문 : http://www.usimin.co.kr/31976
모두가 원하기에 모두가 실패하는 경우.
영화의 한 장면. 배경은 교도소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재소자들의 가족으로 면회를 온 거다.
면회실은 오른쪽의 난간처럼 생겼다. 탁자도 없고 구멍난 유리벽도 아니다. 가족들과 재소자들이 복도 양쪽으로 길게 늘어서서 면회하는 것이다. 어찌될까?
한 사람이 애인의 이름을 부르면, 그 옆 사람은 남편의 이름을 부른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소리치기 시작하면 한 마디라도 전달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아무도 제대로 이야기한 사람은 없다.
마음껏 소리쳐도 되지만 그 때문에 아무 대화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건 아이러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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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가 만들어놓은 교묘한 구도 속에 재소자들과 가족들이 고생만 하는 경우다. 현명한 면회자들이었다면 그들은 말하는 순서를 정했을 것이다. 한 번에 한 사람씩 그 다음은 옆사람.. 조금 정교하게는 서로의 목소리에 묻히지 않을 정도로 구간을 나눠서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이건 발언을 제약하는 행위다.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모두가 제대로 말할 수 있다. 구도의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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