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정당개혁이라는 용어는 2002년 개혁당이 만들어질 당시 유시민에 의하여 처음 사용되었다. 당시 민주당은 노무현을 당원들의 의사에 따라 대통령후보로 선출하였는데 당 지도부와 후단협이라는 세력들이 이를 부정하고 정몽준으로 후보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이에 반발하여 유시민 등이 개혁당을 만들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상황이었다.
유시민은 정치세력의 개편과 같은 정당 외적인 횡적 개혁을 거시적이라 보았고 정당의 조직원리와 운영원리를 바꾸는 등의 정당 내적인 종적 개혁을 미시적이라고 보았다.
미시정당개혁이란 정당이 당원의 의사에 따라 구성되고 운영될 수 있도록 정당의 시스템을 정비하여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유시민은 미시정당개혁이야말로 진정한 정치개혁의 요체라고 생각한 듯 하다.
나는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참여당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데 있어서는 미시정당개혁이라는 개념이 대단히 유용할 것이라고 본다. 유시민으로부터 시작된 이 개념을 구체화해서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 참여당이 나아갈 길인 것이다.
미시정당개혁은 가능한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시정당개혁이란 개념이 나왔던 당시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유시민이 이 개념을 제안할 당시에는 정당이 중앙당과 지구당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중앙당은 총재나 지도부의 의사에 따라 움직였고 지구당은 지구당위원장의 사조직이나 마찬가지였다.
중앙당에서 조직책을 임명해 내려 보내면 조직책이 지구당을 창당하고 대의원을 임명하고 자기가 임명한 대의원에 의해 지구당위원장으로 선출되었고, 이렇게 선출된 지구당위원장이 자기를 임명했던 중앙당지도부를 다시 선출하는 순환적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선출하는 구조였으므로 여기에는 당원의 의사라는 것은 존재할 수가 없었고 설사 존재한다 하더라도 반영될 수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지구당위원장이 탈당을 하게 되면 그 지구당은 사고지구당이 되고 사고지구당이 발생하면 중앙당은 다시 조직책을 임명하여 당원과 대의원을 만들어 내고 그들이 지구당위원장을 선출하게 된다.
한나라당이건 민주당이건 대부분의 지구당은 이렇게 조직되고 이렇게 운영되었는데 지구당위원장이 지역구관리를 잘못해서 당선가능성이 희박하든가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지구당위원장은 거의 영구적으로 그 지구당을 지배하게 되고 지구당은 그야말로 위원장의 사조직이 되어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할 여지는 없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 지역주의와 결합하게 되면 지금 우리가 보는 것처럼 강고한 정치카르텔이 형성되고 더 이상 정치개혁의 가능성은 없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당 지도부의 권력이 나온다. 지구당위원장을 갈아치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공천권에 달려 있고 정치인의 파워라는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공천할 수 있는가로 평가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개혁당의 등장은 신선했다.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이 지구당위원장을 선출하고 중앙당지도부를 선출했다. 지구당위원장이 유고가 되어도 사고지구당이 될 이유가 없었다. 당원대회를 열어서 다시 지구당위원장을 선출하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소위 진성당원이라는 것은 이미 민주노동당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었지만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을 그 존재기반으로 하고 여러 정파가 세력을 이루고 있었으므로 당원의 의미, 그 당원을 기반으로 하는 미시정당개혁의 의미를 개혁당과 같은 평면에서 논의하기는 어렵다.
당시 유시민은 지구당제도의 폐단을 지적하면서 지구당의 해체를 주장했고 실제로 개혁당의 경우는 지구당이 아닌 지역위원회를 바탕으로 조직되었다. 지역위원회는 행정구역과 일치되는 조직이었다. 다만 당시 정당법이 이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지구당을 구성하였을 뿐이다.
개혁당의 조직원리는 분명 미시정당개혁의 결과였다. 이런 결과물은 현재 참여당으로 계승되었다. 지역위원장, 시도당위원장. 최고위원, 당대표에 이르기까지 모두 주권당원의 직접선거로 선출되었다. 공직후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김해을의 이봉수 후보의 경우도 이런 과정을 거쳤는데 종이당원과 박스떼기에 익숙한 민주당 인사들의 입장에서는 당원들에 의한 공직후보선출이라는 것이 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자기 먹은 밥값은 자기가 낸다는 1/n 문화도 굳건히 정착해 있다. 이러한 문화는 정당의 조직뿐 아니라 정당의 운영에 있어서도 당원들의 의사가 우선한다는 미시정당개혁의 취지를 관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당의 조직을 직접 당원들이 하고 그 조직의 운영에 있어서도 당원의 뜻에 따른다는 의미의 종적인 정당개혁은 개혁당과 참여당의 실험을 통해서 충분히 가능하고 현재도 실현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유시민이 제안한 미시정당개혁이 과연 이 정도의 개혁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가? 만약 그런 것이었다면 너무 허망하다는 생각이 든다.
2편에서 상설하겠지만 미리 내 견해를 얘기하자면 미시정당개혁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으며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이야 말로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고 정권을 창출하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