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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몇 년 간, 중국 쪽에 이리저리 걸쳐 있다 보니 나를 중국 전문가(?)로 오해하는 지인들이 꽤 있다. 그들은 중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거나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내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나는, 그런 질문들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왜냐하면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핵심을 이야기하면 하나의 '국가' 단위가 아니라 세계 속의 '중국인-중국기업-중화문명권의 동정' 등, 세계에 스며진 중국을 넓게 짚어야 한다. 또한, 중국의 현상을 이야기하려면 하나의 '국가' 단위가 아니라 몇 개의 국가 혹은 정부가 연계된 'EU' 혹은 '미합중국의 각 주' 식으로 나누어 짚어야 한다. 그렇다. 중국은 어떤 의미에서도 하나의 '나라'로만 해설할 수 없다. 크고 빠르며 넓고 다양하다. 중국을 도해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에겐 더 필요하다. 한국과 중국의 오늘과 내일이 크고 빠르고 넓고 다양하게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들이 '대충 던지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기엔 내 지적 능력과 심적 의지는 빈한하다. 2. 하지만 모두가 중국을 '공부'할 순 없는 노릇. 미래에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서 모두 중국학을 전공할 순 없는 것 아닌가. 지난 반세기, 미국과 영어가 중요했고 지금도 중요하지만,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 지금도 미국을 잘 하는 사람, 라틴문명을 이해하는 사람, 로마를 해설하는 사람까지 많은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의 작품이 중요하다. 여기서 다큐의 매력이 부상한다. 3. 다큐멘터리는 내용과 흥미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인간의 욕망이 반영된 것이다. 전통적인 지적 계승 도구인 '책'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주인공인 '영화:영상'을 결합한 것. 그래서 만들기는 쉬워도 제대로 만들기는 무척 어려운, 앞으로도 한동안 많은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다. 4. 이런 측면에서 중국관련 다큐멘터리는 매번 나의 관심을 끌었다. 과거 10년 한국은 정치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크게 의존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정치는 미(일)중 사이에서, 경제는 중-세계 사이에서로 전환될 것이 분명하다. 정치의 영역에서 중국을 보다 더 고려하고, 경제의 영역에서 (중국을 통하든 아니든) 세계의 영역을 더 고려해야하는 시대. 과거의 '이중과제'가 '중첩과제'로 변이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 엘리트의 70프로 혹은 그 이상은 모두 미국파다. 중국을 거친 이들이 한국사회에서 엘리트/주류로 진입하긴 힘들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의 역량/수준 차이에 대한 인지가 분명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국파에 대한 인식이 박한 것이다.(대부분의 영역에서, 세계적 기준에서 보면, 실제로 중국파가 미국파에 비해 실력/수준이 떨어지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의 중요성이 이런 인식과는 명확히 반비례되는 수준으로 치고 올라온 이상, 당장 중국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창문이 필요하고, 그 점에서 다큐멘터리의 수준은 필수요소다. 5. 대개 좋은 다큐멘터리는 1)현상의 상황과 원인에 대한 심도있는 소개/전달 2)앞으로의 전망과 대책에 대한 고찰이 잘 버무러진 것이다. 고로 다큐멘터리는 현재를 포괄하며 한걸음 더, 내일까지도 주시하기 마련. 좋은 다큐이기 위해서는 포괄은 적확해야 하고 주시는 선명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주요 대중국다큐멘터리는 그렇질 못했다. 지난 10년 간, 다수의 방송사에서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음에도 말이다. 그간 많은 한국인들이 중국에 진출했다. 사업, 유학, 생활, 기타 등등의 영역에서, 누구는 회장/사장 누구는 사원/알바로 다양한 층위에 침투했다. 단지 몇 년 있다 가야지 하는 사람부터 중국 사람과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며 평생을 내다보는 이들까지, 삶을 중국에 거는 유형도 다양하다. 그런데 한국의 대중국다큐멘터리는 여전히 거칠었다. 가령 2015년을 맞아 국영방송 KBS가 방영한 '슈퍼차이나' 어쩌고 하는 몇 부작 다큐가 그렇다. kbs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신장한 중국의 국력을 소개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아래 링크를 따라가보자. KBS 슈퍼차이나 (링크) 한국의 중국전문가 숫자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고, 한국 방송의 대중국접촉이 빈번한 수준을 넘어선 지금,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몇 편을 봤다. 하...이것은 3,4년 전 한국의 몇 방송국들이 방영했던 대중국 다큐멘터리 수준을 넘어서지 못함은 물론이요, 사실상 거의 짜깁기 수준에 불과하다. 굳이 다큐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내용도, 영상도, 시선도 모두 '다큐'라고 부르기 난망한. 이 평가는 단지 나만의 것이 아니다. 중국 관련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의 의견 역시 대개 "이게 무슨 국영...."이란 것이었다. 이 6편을 보는 시간이면 중국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좋은 책을 2,3권, 속독이 가능하다면 4,5권을 보는 것이 훨씬 더 유익할 거다. 6.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영방송이 이럴진대...나는 기대를 접었다. 그러나 한 친구가 SBS의 2015신년특집도 중국에 대한 거라며 시청을 권했다. 도합 3편. SBS신년특집 7. 이 다큐도 겉보기엔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특히 중국에 부자가 많이 생겨나고 있단 사실이나 짝퉁이 많단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 아니냐란 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물어보자. 가령 몇 개만. 지금 중국에 '어떤 부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으며, 그들의 그 '어떤 성격'이 중국의 미래와 한국의 현실에 '어떤 영향'을 제공할 것인가? 그리고 중국의 '짝퉁/모방'이 중국 고유의 것인가? 아니면 경제발전 과정에서 개발도상국들이 필연적으로 겪었던 공통의 경험인가? 만일 중국 고유의 특성이 있다면 그것은 왜, 아직도 여전하며, 그 특성은 무엇인가? 그리고 중국에 진출한 한인들의 수많은 성공/실패담과 위 현실들은 어떻게 관계하는가? 중국의 현실과 미래에서 한국인들은 어떤 대비를 해야 하나? 8. 저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변할 수 있는가? 대부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위 질문들이 '중국진출'을 고민할 때 중요한가?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그렇다. 그래서 SBS의 3부작은, KBS의 디따 거창하기만 한 5부작인가 몇 부작보다 훨씬 나은 수준이다. 특히 마지막 3부. 중국 내 사업/창업의 성공 사례 및 난점에 대한 표피적, 단순 수치적 보도와는 그 결이 다르다. 부실한 창업 준비, 중국을 단순 저가노동공급처로만 생각하는 저렴한 인식 등을 가지고 진출한 사업자가 대부분이란 핵심적 진실. 그리고 그런 마인드와 준비로 시작하는 사업은 어디든, 어떤 환경이든 대부분 '폭망'한다는 진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이 3부는 그 얄팍함을 조금은 채워준다. 9. 제3세계의 열악한 정치경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국제긴급개발구호/국제협력개발 이론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 있다. 바로 '긍정적 이탈'. 이를테면 다들 망했다 실패했다 곧 죽겠다 하는 동네에서도 '성공'하거나 '성공에 가까운 가치를 유지'하는 사회적 단위, 기업, 개인 같은 존재가 있다는 것. 그러므로 '도와준다는 개념'보다는 그 존재의 '특성, 성공요인'을 미리 파악해서 사업/프로젝트 설계에 반영하자는 논리다. 아직 이론으로 정착되지 못한, 개념/사례/논리의 명명에 가깝지만, 이 '긍정적 이탈'은 어떤 대상과 사례를 대할 때 새로운 시선을 준다. 10. 그런 측면에서 3부의 도입부가 배우 '추자현'이란 점은 좋은 선택이다. 추자현은 말한다. 한국에서는 크게 인정받지 못한 자신이 중국에서 성공했다. 그러나 한국 언론의 보도는 내 출연료가 얼만지만 보도한다. 내가 이 성공을 위해 달려온 이야기는 그 한 두 줄로 설명될 수 없다. 그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녀의 지적은 비단 그녀 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한국언론 및 민간의 인식에 대한 '굉장히 정확하고 강력한 죽비'다. 중국, 혹은 중화문명권을 삶에서 염두에 두고 있는 이들이라면 추자현의 죽비에 등을 갖다 대시라. 11. 3부에는 추자현, 화장품 가게 사장, 카페 사장, 신발 사장, 가스레인지 사장 등등 여러 사람이 나온다. SBS의 시선이 매우 날카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성공요인'을 현실적으로 짚어내려 노력했고, 그들이 왜 거기서 그러고 있는지, 즉 중국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 등등을 실제적으로 드러내려 노력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중국에 대해 쉽고 알찬 다큐가 하나 나왔다. 완전/완벽하지 못해도, 지난 다큐들의 재미/내용 수준에 비교하면 수작이다. 12. 얼마간 중국을 떠돌던 내게 이와 같은 다큐는 참 반갑다. 내 삶에서 중국 거주는 얼마 남지 않았지만, 중국 놀이는 오래 갈 것이므로. 중국은 한국에게 거대한 도화지고, 그 도화지에 어떤 스케치를 하고 어떤 색을 칠할 것인지는 한국의 거대한 숙제다. 달려야 한다. 중국의 속살로. 중국인도 짚지 못할 그들의 속살로. 속살로 달려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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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