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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국정원의 보도자료를 받아쓰기 바쁘고, 검찰은 자존심도 없이 국정원이 써준 대본을 고대로 따라 읽기에 바쁘니 당연한 얘기지만 한마디 안할 수 가 없다.
지난 9월 26일, 거의 제3공화국의 중앙정보부장 포스로 수원지검의 수장이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태초 압수수색 당시 영장에 나온 국정원의 주장과 별반 달라진게 없는 것이었지만, 여튼 이로써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갔다. 재판부가 재판을 법대로만 한다면 무죄가 될 것이다.
NL 운동권 처음 보나?
소위 민족해방계열(NL) 운동권은 요근래 외계인처럼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80년 광주항쟁 이후 광범위한 운동권들의 등장 속에 대학가 등에서 운동권 주류로 자리잡은 30년도 더 된 오래되고 주변에 널린 존재들이다. 80년대, 90년대 학번들 중에 소위 NL 학생회 깃발아래 한번 쯤 서보지 않았던 사람이 있으랴? 집안과 20-40대 친구들 중에 NL 운동권 한 두명 쯤은 다 있을 것이다.
이들이 강조하는 반미자주, 반독재민주화, 조국통일이라는 일관된 노선은 어디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것도 아니고, 국정원과 검찰의 주장처럼 북한의 혁명노선도 더더욱 아니다. 청춘시절 가졌던 자신들의 지향에서 일부는 타협하고 민주당으로 간 것이고, 이석기 의원 등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 사람들은 청춘시절의 꿈과 이상을 그대로 가지고 사회의 변혁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고생을 사서하는 순수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30년도 더 된 이들의 존재와 이들의 주장이 어느날 갑자기 내란음모라고 뉴스에 오르내리니 참으로 경천동지할 일이다.
전쟁위기는 객관 팩트다.
국정원은 이석기 의원이 당시 정세를 <전쟁상황>으로 인식했다는 것을 문제시 삼는다. 그러나 이석기 의원만이 아니라 남북문제 전문가들의 분석으로도, 국민들의 직감으로도 라면사재기를 불러왔던 1994년을 능가하는 위기상황이었다. 북이 핵실험과 인공위성 발사 성공으로 미국 본토를 위협할 실질적 위협세력이 되었다는 것은 객관 사실이고, 이후 미국이 연일 가공할 최신식 핵잠수함, 핵폭격기를 들여오며 일촉즉발의 긴장상태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북이 정전협정 무효를 선언한 것도 사실이다. 정전상황에서 상대국이 정전협정 무효라는데, 그것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지 않고 고위 공직자들이 말장난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이야말로 유아적인 안보불감증 아닌가? 정전협정 무효는 현재에도 진행중인 상황이다.
진보세력의 전쟁예비는 당연하다.
국정원은 이석기 의원의 <전쟁상황을 예비>해야 한다는 말을 문제시 삼는다. 50년대 처참했던 보도연맹 학살사건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분단상황에서 전쟁이 발생할시 소위 <좌익> 또는 <좌익 언저리> 사람들이 어떤 희생을 당할 수 있을지, 진보세력이 어떤 위기감을 느낄지 이해가 될 것이다. 더군다나 박근혜 정권 하에서 말이다.
내란을 음모하거나 북과 연계한 사실이 없다.
국정원은 너무나 당위적인 <물질기술적 준비>라는 표현을 강조하여 문제삼는다. 세상에 무슨일을 할 때 물질기술적 준비를 안하는 게 있나? 머릿속 관념만 가지고 뭐하나 할 수 있는게 있나? 하다못해 일반 회사들도 기술혁신을 강조하고 있는 마당에.
정작 요란했던 이석기 의원 압수수색 내용물에 총 한자루는 커녕, 화염병, 쇠파이프 하나라도 나왔다는 얘기는 없이 그래도 무조건 내란음모란다. 다른 강연 참가자의 건강관리용 자료에 있던 약품 재료 설명을 폭탄제조법이라고 우기고, 전기밥솥인 쿠쿠밥솥 사용설명서를 증거라고 압수해 갔다니 기가 찬다.
또, 언론에서는 국정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무단 방북을 몇 차례 했다느니, 공중전화로 북과 통신했다느니 기사들이 쏟아졌지만, 이에 대한 증거는 전혀 나온바가 없으며 검찰도 이를 부인했다.
오히려 이석기 의원은 강연 전후로 한국, 북한, 미국, 중국 4개 당사국이 참여하여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맺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였으며, 통합진보당은 전당적으로 반전평화 캠페인을 벌인 것으로 당시 언론들은 보도하였다.
이 사건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인가?
우선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을 분열시키고, 무사 탈출을 꾀하고 있다. 눈엣가시인 진보당에 대해 아예 해체하겠다고 나섰고, 10.4 정상회담 관련 노무현 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으며, 채동욱을 내치고 김기춘-서청원 범죄자 올드보이들로 진용을 재정비했다. 언론장악에 이어 교육장악을 위해 역사교과서를 왜곡하고, 전교조를 없앨 채비를 하고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전작권 환수 재연기를 추진하고, 미국은 이에 조건까지 내걸며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제대로된 상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나아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일본의 재무장과 유사시 한반도 군사개입의 길을 열어주었다.
침묵과 양비론은 독재의 공범
노엄촘스키 등 해외 지식인들과 해외 언론들이 연일 한국의 매카시즘 광기를 걱정하는 것과 달리 벌써 독재시절을 까맣게 잊어먹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국의 입진보 명망가들께서는 침묵하거나 진중권, 심상정 류의 양비론을 펼치기에 바쁘다. 그러나 눈앞에 유신독재가 부활하고 있음에도 여기에서 구경꾼으로 전락한 정치인, 지식인들은 훗날 독재의 공범으로 기억될 뿐이다.
[참고] 역대 내란음모 사건, 재심 등을 거쳐 예외없이 모두 무죄
1966 김두한 의원 5단계혁명계획 사건
1971 서울대생 내란음모사건
1974 민청학련 사건
1980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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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