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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 포탈 사이트의 댓글이나 인기 좋은 유력 사이트들의 글들이 상당히 보수화 되었다. 한 때 대표적 진보 사이트였던 네이버, 디씨인시이드 등의 글들이 급격히 보수. 우익화 되었는데, 한 5-6년 동안 정치에 무관심하며 지내다가, 다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나로서는 꽤 적응이 안되었다.내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 주제에 관련하여 오늘자 경향신문에 제법 흥미있는 기사가 올라와서 링크를 걸어본다. 온라인이 보수화된 이유나 근거에는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일단 현재 유력 인터넷 사이트들의 정치 성향을 알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는 기사라 생각한다.
‘잉여들’은 왜 보수우파를 동경하게 되었나
위 기사에서 흥미있는 내용을 잠시 살펴보면,
...‘떡볶이 수사대’라는 이름은 떡볶이 떡이 속은 하얀데 겉은 빨갛다는 형상에서 따왔다. 즉 ‘떡을 물들이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이 진행하는 방송에 따르면 ‘속도 시뻘건’ 고추장의 역할을 하는 세력이 있다. 바로 종북좌익 세력이라는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통합진보당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위 또는 뒤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좌익세력의 ‘실상’을 알아야 한다... 애국심이라는 거대 담론 속에 숨어있는 폭력, 억압적 이데올로기들. 전형적인 색깔론이다.
...이씨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에도 참여했다. “처음에 가서 취지는 괜찮다고 생각해서 두세 번 더 나갔어요. 그런데 민주노동당이 개입하고 평화시위가 변질되는 것 같아 그 뒤로는 안 나갔습니다.”...(중략)...2008년 촛불시위 당시에도 이런 불만들은 표출됐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인터넷 커뮤니티 ‘구국! 과격불법촛불시위 반대시민연대’다. 약칭해서 ‘노노데모’다. 노노데모와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촛불시위 참가자를 지칭하는 말은 ‘좌좀’이다. 좌좀은 ‘좌익(빨갱이) 좀비’의 약칭이다... 2008년 전국적 촛불 사태가 있었을 때,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당시 진보세력에 대한 비판이다. 당시에도 민노당의 일부 과격파 시위대들이 고의로 폭력을 유발시키고 시위를 폭력 시위로 변질시키는데 상당수 역할을 했다는데 대한 논란이 꽤 있었다. 그리고 미국산 수입소에 대한 한 가지 사안에만 집중했어도 모자랄 판이었는데, 무식한 민노당류들은 오랜만에 모인 대중들이 전부 다 자신들을 지지하고 있다고 착각했기에, 그 당시 격렬히 논쟁 중이던 다른 사안을 끌여들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주장을 펴기에 급급했다. 당시 민노당의 행위는 그 곳에 모인 대중들에게 굉장히 비겁하다고 생각되었고 거부감을 들게 만들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리고 보수우익 까페의 진원지인 '노노데모'의 성장이다. 2008년 당시 촛불시위에 대한 반동으로 생겨난 까페로 기억하는데, 당시의 여론이야 노노데모에 대해 굉장히 비웃음을 샀고, 부정적인 견해가 주류를 이루었지만, 지금은 보수우익들의 본거지가 되어 그들의 전초기지가 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있었던 진보 vs 보수 간의 '사이버 전쟁'에 혁혁한 공을 올렸다고 본다.
‘좌좀=친노=전라도’의 등식이 만들어졌다. ‘노노데모’에서 보다 강경한 흐름이 분리되어 나왔다. ‘라도코드’라는 사이트다. 노노데모의 운영진이 특정지역, 구체적으로 전라도를 비하하는 비유인 ‘홍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데 대한 반발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슨상님’, ‘목포해상방위대 대장’ 등으로 패러디됐다. 김 전 대통령이 일제시대에 썼던 창씨개명 이름 ‘도요다 다이쥬’라는 말도 회자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노시계’, ‘노운지’와 같은 별명이 붙었다. 전라도가 ‘좌좀’의 온상이라는 것이 이들의 인식이었다. 지난 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라도코드’에 대한 이용해지라는 제재조치를 내렸다.
지역주의 드립이다. 나는 지역주의 드립이 인터넷에서 횡행하게 된 대표적인 원인으로, 좀 뜬금 없지만 프로야구 인기의 부흥 때문이라고 본다. 특히 2009년 KIA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 했을 때, 이런 드립은 극에 달했다. 오프라인, 실생활에서 지역드립은 당시 젊은층에게는 케케묵은 생각이었고, 그런 말을 내뱉기에는 꽤나 심리적으로 부담을 주는 말이었다. 하지만, 지역 연고에 기반한 프로야구의 인기 확장에 따라 지역주의는 젊은층에게까지 마수를 뻗치기 시작했다. 나이든 중년층, 노년층 이상에만 남아있는 구시대의 유물인줄 알았던 (경상도 vs 전라도 간의) 지역주의 문화가 젊은층에게 다시 이식되어 버렸고, 지역주의를 직접적으로 겪은 적이 거의 없었던 10-30대 청년들은 가벼운 인터넷, 온라인 상에서 아무런 비판이나 문제의식 없이 지역주의 드립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와 같이 가볍게 시작한 버릇들은 색깔론과 교묘히 결합하였다.
IT평론가 주동식씨는 좌파/우파 프레임이 경쟁하는 보편적 양상을 우선 거론했다. “원래 좌파적 세계관 자체가 도그마적 성격이 강하다. 과학적 세계관을 강조하지만 특정 믿음에 현실을 꿰맞출 위험이 상존한다. 반면 우파의 특징은 세계관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실사구시나 실증주의적인 것이 강조된다.” 주씨가 보기에는 2008년과 2009년을 달궜던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논란과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논란에서 이 문제는 여실히 드러난다. “어느 사안이나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기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을 소요한다. 그런데 좌파는 사실규정에서 성급했다.”
그렇다. 사실 규정, 즉 진보세력은 팩트에 있어서 성급했다. 원래 진실이 그러했든지, 아니면 권력과 결합하여 보수세력에게 유리한 사실로 유도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국 좌파가 주장한 상당수의 주장은 허위로 드러나고 말았다.
... 둘째로 우파담론의 생산주역은 대학교수, 공공연구기관 연구원, 대기업 싱크탱크 등인데, 이들은 논문이나 보고서, 단행본 등 생산주기도 길고 생산단위도 크고 무거운 반면...(하략)...
기사에서 이 부분은 별로 가치가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기자가 기사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정확하게 지적한 부분이 있다. 바로 실생활에서 보수세력들은 대부분 자본과 권력을 지닌 기득권층들이라는 말이다. 한국 사회에 처음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로 2004-5년 까지는 대다수의 사이트가 진보적인 담론을 구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실책들을 굉장히 부각시켜 공격에 전념하던 당시 보수언론들과 기득권층, 한나라당 세력들이 이 때를 기점으로 온라인 세력화에 나서기 시작한다. 대표적으로 알바들로 통칭되는 세력들인데, 이들은 어디서 유입된지는 모르겠지만, 커다란 자금력을 기반으로 하여 인터넷 여론 조작질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문화평론가 최태섭씨는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전에 일베라는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5·18 당시 사망한 시민군 사진을 올려놓고 ‘좌좀 햄버거’와 같은 말을 쓰던데, 5·18을 주도한 세력은 북한 간첩이었다는 식의 음모론을 갖고 있는 한 이들의 시각이 한국 사회에서 주류화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나도 동의한다. 일련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보수우익 세력들이 실생활에서 주류가 되기에는 그들의 생각이 너무나 저열하고 천박하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교묘하게 세련화시켜서 새롭게 등장해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담론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문화평론가 최태섭씨는 “사실은 이 테마가 ‘민주화의 종언’과 맞아 떨어진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민주화라는 ‘서사’로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시대가 끝나면서 민주화가 쟁취한 민주주의의 무게를 체감할 수 없는 ‘포스트민주주의’ 세대가 보여주는 한 경향이라는 것이다.
민주화의 종언. 즉 87헌법 시대를 넘어서야 한다.
최씨는 민주화라는 서사를 ‘특정세대’가 사유화한 데서 나타난 문제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그 특정세대는 다름 아닌 386이다. “민주화를 일종의 훈장처럼, 아니면 자기네의 역사인 것처럼 사유하면서 이후 세대와 자신들을 차별화시키는 공식이 된 것이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어느 수준에서 멈추고 더 이상 확장하지 못하면서 이후 청년세대는 민주화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다. 거기서 오는 역반응에 가깝다고 본다.”
386 세력들이 민주화의 달콤한 열매들을 독점했다.
IT평론가 주동식씨는 “솔직히 말해 현재의 진보좌파가 80년 광주와 80년대 반독재투쟁 이외에 어떤 상징적 자산을 만들어냈는가”라고 반문한다.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통합하는 능력을 보여준 게 아니라 역사적 사실과 가치를 사유화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386세력들은 이익이 되는 과실을 독점했으면 일이라도 잘해야 되는데, 그들은 너무나 무능했다. 그들은 민주화의 유산만 취했지, 국정운영에 따라 생겨난 부채에 대해선 그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않았다.
기득권화된 민주화 역사를 놓지 않으려는, 혹은 지키려는(=보수) 태도에 대한 반작용으로 ‘안티에 대한 안티’가 나오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결국 진보좌파가 환골탈태하지 않고서는 반감을 갖고 있는 온라인 잉여의 보수우파에 대한 동경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이 기사를 읽으며, 가장 공감이 가고 맘에 들었던 부분이다. 안티에 대한 안티. 현 인터넷 보수화의 맥락을 정말로 멋지게 짚어낸 말이 아닐까? 진보쟁이들은 너무나 무능하다.
p.s) 사실 인터넷 보수 우익의 댓글들을 보면 무자비한 인신공격성 발언, 억지논리, 무논리 등의 글들이 많아 상대할 가치조차 못느낄 때가 많다. 이런 글은 사실 그냥 싸질러 놓은 똥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걸 치우기에는 너무나 수가 많다. 그래서 점점 피하게 되고 인터넷 공간 점차 더럽게 변해간다. 수준 낮은 글의 홍수 속에서 어쩌다 등장하는 가치 있는 글은 매도 당하고 묻혀버리기 딱 좋다. 이게 알바들의 노림수 일지도. 사실 진보세력 글이라고 딱히 뛰어나다 뭐 이런건 아니지만...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