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유시민, 그리고 역사의 간계[손호철 칼럼] 통합진보당과 역사를 생각한다http://m.pressian.com/article.asp?article_num=10120507084833&rnum=&sc=2
대표적 노까였던 진보계의 꼴통 논객 손호철 교수의 글이다. 뭐 세상 모든 사람들이 노빠가 될 수는 없다. 자신들의 논리를 가지고 노무현을 비판하는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고, 좀 재수없긴 하지만 얼마든지 인정할 수 있는 일이다. 노까 그자체야 뭐 당시에 그리 큰 허물도 아니었고, 개인 의견이란게 다를 수 있으니 충분히 이해한다만, 노무현 대통령 서거후에 그의 글 논조는 갑자기 노무현 대통령 찬양 모드로 바뀌었다. 다른 대다수의 무늬만 진보들 처럼 말이다.
오늘자 프레시안 기사에서도 이번 통진당 사태에 대한 그의 전형적인 양비론적 물타기 입장이 잘 나타난다. 그의 글을 일단 좀 살펴보자.
...사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많은 사람들과 언론이 관심을 갖듯이 왜 이 같은 사건이 터졌는가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말도 되지 않는, (이의엽 위원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잘못된 관행"이 왜 이제 서야 비로소 사회적 의제가 되어 논쟁이 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말도 되지 않는 이 같은 관행이 왜 그동안은 사회적 의제가 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도 이 같은 문제들이 민주노동당에서 문제가 되어 쟁점이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본격적인 사회적 의제가 되어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내부논쟁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렇다면 과거의 사건들과 달리 이번 사건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쟁점이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과연 무엇 때문일까? 사실 적어도 이번 건에 관해서는 진보신당 잔류파를 위시한 PD계열도 별로 할 말이 없을텐데. 이런 부정사태에 이제서야 공론화 되었던 것은 과거 민노당 당권파들의 이러한 부정행위에 대해 PD들이 '그래도 우리편인데' 하면서 덮어주고 애써 외면해왔던 진영논리가 바로 그 첫 번째 이유고, 그리고 당시 PD세력이 부족해서 당권파의 패권주의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기에 PD들은 무능력했고, 그것이 바로 두 번째 이유였다.
그러면 왜 당권파는 우파자유주의세력인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주장했을까? ...(중략)...네 번째, 진보신당의 강경파를 자극해 진보신당이 스스로 통합을 거부함으로써 고사하기 만들기 위한 책략일 가능성이다. 사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론은 진보신당이 통합을 거부하게 만드는데 기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진보신당이 이번 총선에서 1%대의 저조한 득표에 그쳐 당이 해산당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이건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 대목이다. 작년 진보3주체(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진보신당 탈당파)의 통합에 대한 그의 논평인데, 진보신당을 고사시키기 위해서 당권파가 통합을 주장했다고 한단다. 자신들의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하는거 같다. 어차피 식물정당의 역할 밖에 못하고 있던 진보신당이었고, 이번 총선에서 진보신당의 정당 해산은 자신들의 컨텐츠가 부족해서이다. 그리고, 한 번쯤 예전 진보신당 게시판 가본 사람들은 알텐데, 걔네들은 자기네들끼리도 항상 헐뜯고 싸우고 출당조치시키고 개판도 그런 개판이 없었다. 당시 진보세력간의 통합이 옳았다느니, 따로 떨어져 나가 자신들만의 선명한 진보를 구축해나가느니 하는 문제는 지금 이 시점에서 가치평가를 내릴 수 없는 노릇이다. 사실 그닥 관심도 가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이건 분명히 해야 한다. 진보신당이 고사한 이유는 바로 한국 주류 정치판 경쟁 레이스에서 자신들의 능력부족과 함께 컨텐츠 부실로 도태되었다는 사실 말이다.
정말 재미있는 것은 이정희 대표와 당권파가 비당권파와 다른 진보세력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때문에 바로 이 같은 곤욕을 치르고 조직의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자업자득'이고 자기 꾀에 자신들이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역사의 간계가 아니고 무엇인가?
특히 이 부분에서 그의 저질스러운 식견이 잘 드러난다. 현재 통진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례대표 부정사건에 대한 일련의 사건들을 그저 각 계파 간의 권력다툼으로만 보고 있다. 정치 공학적으로 분석하기를 좋아하며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글이니 이해는 한다만, 그래도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글에서 대의나 원칙, 상식에 대한 중요성 등의 내용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마르크스는 잘못된 서구중심주의적 시각이긴 하지만 영국의 인도지배를 분석한 글에서 영국의 식민주의가 탐욕의 산물이고 잔인무도한 부도덕한 것이기는 하지만 인도의 오랜 봉건적 질서를 파괴하기 위한 '역사의 도구'라고 분석한 바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바라보며 문득 비슷한 것을 느끼게 된다.
내가 굳이 상대하기도 싫은 손호철 류의 글에 이렇게 시간을 할애하여 글을 쓰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다. 처음 봤을 때 진짜 실소 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가 뭔데 3당합당 중 참여계 세력들을 '영국의 제국주의, 식민주의'에 비교하고 있는 것이며, '탐욕적'이고 '부도덕'한 세력이라고 잣대를 그어버리는 것일까? 반박할 가치도 없는 부분이다.
옛말에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을 이렇게 고쳐주고 싶다. '똥이 더러우면 피하지 말고 치워야 한다'라고 말이다. PD들은 그 똥들을(민노계 패권주의적 당권파들을) 피해버렸다. 그리고 지금 현재 참여계들은 그 똥들을 스스로 치우려고 하고 있다. 물론 남의 집 똥까지 치워주는 것은 오지랖만 넓은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자기 집 안에 싸질러진 똥은 자기가 직접 치워야 할게 아닌가? 예전 민노계 패권주의에 굴복해서 도망쳐간 PD세력들은 그저싸움에 진 개에 불과하다. 그들이 뭐라 씨부리던 간에 난 걔네들을 '싸움에 진 개들이 짖고 있는 것'으로만 생각할란다. 똥이 더럽다고 도망친 놈들이 똥치우고 있는 놈들을 보고 욕하는 걸 보면서, 쟤들이 대체 생각은 있는 놈들인지 하고 한숨만 나오더라.
p.s) 이번 손호철의 기사에 달린 어느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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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