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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야. 매우 아주 오랜만인 것 같아. 그동안 나름 바쁘게 살았어. 인생의 아주 바닥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 글은 안써도 총선판에서 나름 뭐라도 해보려 노력도 했고, 하여간 이래저래 뭔가를 하긴 한 것 같아.
그리고 멘붕.
뭐 그렇잖아. 멘붕.
이제 좀 정신 차려서 그냥 몇 가지 이야기나 해보려 해. 잡생각들...
1. 왜 졌나? 고민 진짜 많이 했어. 지금 여당과 가카가 해 놓은 꼴이 정말 엄청난데, 그래도 1당 해 먹는 이건 뭔가? 도대체 뭘까?
일단 어르신들의 한결같은 투표율은 우리가 잘 생각해 봐야 할 문제야. 이거 안 바뀌지 않을까? 우리가 나꼼수에 SNS에 난리 쳐봐야 어르신들은 이것들을 접하지 못하셔. 지방도 마찬가지. 우리가 아무리 난리쳐도 전달이 안되는 거지. 신문에서 딱! 실어주거나 MBC, KBS, SBS에서 딱! 방송해 주지 않으면 전달이 안되는 것을 알아야 해.
따라서 연세가 높으실 수록 지방권일 수록 보수층에 대한 표는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러니 김형태보다 김용민이 더 나쁜놈이 되는 말도 안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는 거야. 즉,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구언론 프레임의 지배를 받는 거지.
한명숙 때문이다, 선대인 때문이다, 김용민 때문이다 뭐 말들은 많은데 핵심은 그냥 이거야.
'구언론 프레임'
또 한가지 이유는 '반MB'의 한계인거지. 그러니까 MB가 잘못한건 다알아. 그런데 굉장히 많은 대중의 뇌리에는 어떤 인식이 있냐면 '정치는 다 더러워'라는 인식이 있어. 이건 굉장한 거야. 그러니까 '반MB'에는 공감하지만 '반MB 라서 친야권'까지의 이동은 잘 일어나지 않는 다는 거지. 왜? 지금 야권도 어차피 정치 하는 놈들이거든.
'이놈이나 저놈이나 마찬가지로 더럽다.'
이 오래된 프레임은 아직도 먹히는 게야. 그렇다면 일반 대중은 어디를 뽑으려 할까?
'내가 친근한 사람. 혹은 그래도 뭔가 해주겠다고 하는 사람'
그러니까 새누리는 계속 '잘못했지만 앞으로 잘하겠습니다.'라고 하면서 고개도 숙이고, 이준석 같은 애도 가져다 앉히고 그랬어. 지적 나오면 재빨리 수정하는 모습도 보이고 말이야. 그런데 야권쪽은 '저놈들 잘못했어'가 끝이었지. 잘못했는데 어쩌라고? 그래서 니들은? 이렇게 되는 거지. 근데 '그래서 니들은?'하고 의문이 들어올 때 '국민들의 뜻을 따릅니다! / 잘하겠습니다!'이랬으면 상관없는데, '저놈들 나빠'만 반복했던 거지.
예를 들면 이런거야.
'불법사찰했어, 그런데 니들도 했잖아.'
우리가 비난하던 새누리당의 대처였잖아?
'우리 막말했어, 하지만 니들은 더 한걸 했잖아.'
민주당의 대처였단 말이야.
차이가 있어보여? 진실여부, 크기여부 다 떠나서. 프로세스 자체가 똑같잖아. 차별성을 못 느낀게지. 그런데 새누리는 고개 조아리고 잘할게요 굽실굽실을 한거지.
난 여기에서 대중의 판단이 조금 갈렸다고도 봐.
그리고 또하나 정치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다들 우리 수준의 정보와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여기지만 안그런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 이거 간과하면 안돼. 그러니 자꾸구언론 프레임에 종속되는 것임.
2. 근데 지기만 한거냐?
사실 가카께서 이 정도로 깽판치지 않으셨으면 더 졌을 것 같은데, 난 오히려 선방했다고 봐. 물론 멘붕은 왔지만. 선방이야 선방. 이 정도면.
일단 서울에서 압승했고, 전체 투표수도 야권쪽이 더 많아. 사실 정통 민주당 같은 이상한 놈들 아니었으면 야권이 이겼을 가능성도 높고. 이번에는 깃발만 꽂으면 야권이 이길 것 같다는 막연한 환상이 있었기 때문에, 더 복잡혼탁 했던 것이 있었고 이를 관리 못한건 어쨌든 한명숙의 실책이지만 하여간 야권으로서는 실망하거나 실패라고 말할 것 까진 아니야. 가능성은 보였다는 거지.
구언론 프레임은 환상적이었거든. 물타기 하고 물세척하고 완전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데, 이건 거의 NBA올스타 보는 것처럼 다들 환상의 플레이였단 말이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야권이 이정도의 성과를 올린 건 곧, 구 언론 프레임에서 벗어난 대중들이 많다는 말과 같아. 이는 시간이 지날 수록 더 가속화 될거야. 일단 야권을 지지하는 수많은 유권자들이 '전투력'을 높일 가능성이 높거든. 성질나니까. 그래서 전체적인 흐름상 야권지지자들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또 하나의 희망은 대선은 난타전이 아니라는 거지. 총선처럼 수많은 지역구의 선거가 복합적으로 일어나면 난타전이 될 수 밖에 없어. 이 후보, 저 후보 마구 쏟아져 나온단 말이야. 그럼 무조건 누가 유리하냐? 접근성이 뛰어난 '구언론 프레임'이 무조건 유리해. 일반적인 대중들은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해서 일일이 찾아보고 확인해볼 여유가 없어. 그러니 이놈도 나쁜놈 저놈도 나쁜놈 하고 넘어가지.
근데 대선은 달라. 후보가 2~3명이기 때문에, 이 안에서 깊은 검증을 하게 되는 거고, 그렇게 되면 '한방싸움'이 되는 거고 이 경우 여권후보로 유력한 박근혜에 대비해 개인적 가치만 높은 후보라면 충분히 승리할 가능성이 있어. 문재인 안철수 김두관 등이겠지.
또 한가지는 나꼼수의 파괴력이야. 이번에 죽었잖아. 나꼼수에는 일단 감사의 인사를 해야지. 너무 감사한거지 사실. 근데 그들이 장렬하게 전사했단 말이야. 그들 때문에 졌다고 말하는 건 말도 안되는 거고. 어쨌든 덕분에 '김용민'이 천하의 나쁜놈이 되었어. 완전 쌘놈. 지금까지 나꼼수에서 말한 내용이 언론에 잘 안나왔잖아? 이제 천하의 나쁜놈이자 언론에서 먹히는 컨텐츠가 됐기 때문에 나꼼수의 파급력은 오히려 커질 수도 있어. 영향력은 떨어질지 몰라도 파급력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 똥을 싸놓은 이번 정권을 생각해보면 파급력이 늘어나는 것이 더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야.
3. 그냥 소회랄까? 사실 그래. 노무현대통령때가 진짜 특이한 거였어. 그때의 승리를 맛본 이들이라면 다들 좌절이 깊겠지만, 2002년이 매우 특별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아. 그리고 인터넷의 분위기에서 야권쪽 반띠고 여권쪽 반올리면 그것이 실제 분위기라고 보면 될 듯.
19대 국회는 '망'일것 같지만 실은 잘 될것 같아. 워낙 일당백들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들을 제외하면 생각보다 좋은 법안들이 많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 정권교체한다면 더욱. 노무현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대로 새누리쪽 의원님들은 사실 어떤 '스탠스'를 지닌 사람들이 아니라 말이지. 심상정당선자 같은 분이 뜨면 그냥 동의하고 법안 처리될 가능성이 참 높지. 그래서 19대는 오히려 좋은 국회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
민주당은 이제 갈아엎고, 제대로 다시 구성해서 해야함. 문재인 가졌다고 시끼들.. 너무 방만해. 열받는데 그냥 문재인 나와서 안철수랑 당 만들고 오고 싶은 의원들 줄세워서 괜찮은 놈들만 딱딱 뽑아서 신당창당하고 뭐 이러면 차라리 나을 듯. 그리고 둘이 경선해불고. ㅎ
통진당 얘기를 하자면... 뭐 그냥 그래. 갈아 엎었으면 좋겠다. 특히 북한 관련해서. 이건 내 사상이 문제야? 나도 인권 좋아하고 평화통일 다 좋아하는데, 일단 잘못한건 확실하게 까주고 평화통일을 위배하는 짓 하지 말라 경고도 좀 하고 그래야지. 저쪽은 막 미사일도 쏴보고 하는데 그런데도 '우리 평화롭게 해요 굽실굽실'같아서 영 보기 안좋음. 이거 내 문제야? 내가 식견이 부족해서 그런거면 댓글로 깨우쳐 주삼.
어쨌든... 쓸데없는 말이 길었네. 이번 선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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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