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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은 <닥치고 정치>에서 나꼼수의 근간을 이루는 몇가지 특징에 대해서 컨텐츠를 넘어서는 애티튜드와 감수성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가카에 대한 비판과 정치에 대한 담론들은 여기저기 넘쳐난다. 그러나 오직 나꼼수만이 가카에 대한 식상할 수도 있을 비판과 지루할 법한 정치에 대한 담론을 가지고도 수백만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오늘 유시민, 이정희, 노회찬은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의 출범을 선언했다. 너무도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한국 정치가 이제서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길목에 서게된 것이다. 비록 미약한 서막에 불과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 토대와 방향만큼은 제대로 설정되었다고 보고 싶다.
이 시점에서 통합진보정당이 근시일내에 한국의 주요한 수권정당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 얘기한다는 것은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지금 중요한 것은 통합진보정당과 그의 리더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장점과 그리고 앞으로 보완해 갖춰나가야할 여러 지점들을 살펴보는 것이다.
대중들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때보다 드높다. 20대에서 40대까지의 젊은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촉은 그 어느 때보다 예민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어떤 정치를 원하는가?
무엇보다 지금의 젊은 시민들을 생각할 때 우선되어야 할 점은 바로 그들이 DJ와 노무현의 시대를 거쳐 가카의 시대를 온몸으로 겪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DJ의 시대를 통해 정권이라는 것이 교체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체감하였고 좌빨 프레임이라고 하는 이데올로기적 허구성을 동시에 경험했다. 그리고 노무현의 시대를 통해서는 이 땅에 원칙과 상식에 기반한 정상적인 정치가 가능함을 온몸으로 체험해보았다. 반면에 이러한 소중한 경험과 가치의 토대들이 어느 한순간에 산산히 조각나 멀리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가카의 시대를 통해 생생히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의 젊은 시민들에게 2012년은 정치의 새로운 원년이 되기에 충분한 시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반도의 심장을 옥죄던 반공좌빨의 프레임에서 자유롭고 원칙과 상식에 기반한 정치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가카를 뛰어넘을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과 촉이 그들에게 있는 것이다.
바햐흐로 정치가 그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내 삶과 단단히 밀착해 있는 실체적 존재임을 각성한 시민들이 이제 새로운 정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안철수 현상에서도 보여지듯이 지금의 기성 정치는 그들의 예민한 촉에 전혀 감지되고 있지 않다. 한마디로 너무 구리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에서 진보를 얘기한다. 진보적인 정책과 복지담론들이 넘쳐난다. 그렇다고 젊은 시민들에게 그들 모두가 진보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스타일이 구리고 애티튜드가 꼰대스럽고 감수성이 후지기 때문이다.
나꼼수의 성공은 같은 말을 해도 누가 어떻게 얘기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설득력을 가진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현상에 대한 증표일 뿐이다. 나꼼수의 스타일, 애티튜드, 감수성은 지금 젊은 시민들의 촉을 예민하게 자극한다. 옳은 얘기를 스타일 있고 꼰대스럽지 않은 애티튜드로 예민한 감수성으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사실 87년 이후의 20여년의 시간 동안 진보정당은 진보정치를 대중의 바다위에 부상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삶과 노동의 현장에서 길어올린 진보의 컨텐츠들을 어떻게 대중에게 전달할 것인가를 두고 많은 고민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10%가 그들의 최대치였다. 그리고는 갈라서서 서로 싸우기도 바빴다.
사실 이정희와 노회찬과 심상정이 유시민과 함께 만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들이 과거에 대한 깊은 반성과 현실에 대한 각성 그리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예민한 촉을 그들 모두가 일정부분 공유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이런 만남은 존재할 이유도 없었다.
나는 이들 네명이 함께 만난 것만으로도 이미 진보 고유의 아우라를 뿜어내기 시작했다고 느낀다. 그들 각자의 고유한 정치 인생과 삶의 향기만으로도 이미 젊은 시민들의 정치적 촉을 일깨울 수 있을만한 스타일과 애티튜드 그리고 감수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시민의 자유로운 기풍 속에 깃든 인문학적 통찰과 리버럴한 정치의 감성, 이정희의 민족주의적 감수성과 타인의 고통에 대한 예민한 공감능력 그리고 노회찬의 탁월한 대중적 언어구사 능력과 심상성의 현장과 삶에서 단단하게 체화된 진보적 애티튜드까지 그들은 그야말로 진보의 F4가 될만한 자질과 품격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제아무리 진보를 입에 물고 복지를 목에 걸어도 따라오지 못할 스타일과 애티튜드 그리고 감수성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꼰대스러움과 난닝구스러움 게다가 삶의 보수성까지 민주당은 천상 진보스럽지가 못하다. 기실 DJ와 노무현을 마지막으로 함께 민주당의 역사적 소임은 이미 다한 것이다.
통합진보정당의 컨텐츠는 이미 강령과 정책의 초안에 나와있는 그대로 충분히 옳고 훌륭하다. 문제는 젊은 시민들의 촉을 일깨울 수 있는 스타일과 애티튜드 그리고 감수성을 얼마나 조화롭게 뿜어낼 수 있느냐일 것이다. 이제는 옳은 말을 하면서도 고유의 스타일과 애티튜드를 가지고 호소해야 하는 시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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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