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서 박영선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모든 뉴스에서는 박영선 vs 박원순의 대결이 이슈다. 당연한 일이다.
반대로 민주노동당은 참여당과 15표차 통합안 부결.
다시 재차 통합안을 결의할 절차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진보신당 탈당파(노회찬, 심상정)와 결합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냥 있을리는 없고, 그 쪽은 쉽다. 일단, 적어도 이번에 통합안을 찬성한 민주노동당 대의원들이 반대할 이유는 없고, 반대한 사람들은 원래 진보신당과의 결합만을(혹은 사회당까지?) 찬성해왔으니까.
그렇다면 참여당과 유시민의 진로는 어디로 가야 할까?
만약 통합안이 참여당 내에서 부결되었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유시민이 지게 된다. 유시민 때문이든 아니든 그건 상관없다. 정치적 책임이란 그런 것이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가 나오던 참여당이 아니라, 의외로 민주노동당에서 그것도 75퍼센트가 살짝 안 되는 찬성의 수 때문에 부결이 되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렇게 되면 유시민 대표도, 참여당의 독자파도,
책임은 전혀 질 필요는 없지만 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진보대통합은 자체 추진 동력을 잃었다.
그렇다고 독자 생존하기에는 유시민 대표 본인의 지지율도, 참여당의 원래 거의 없었던 지지율도 더 미약해졌다.
하지만 혁신과 통합 등등의 전체 통합은,
진보대통합과 같은 세력 결집 없이 들어갈 경우,
그냥 민주당에 모든 것을 넘기는 꼴이 된다.
그 결과는 이미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현재의 통합민주당의 '불임성'에서 드러난 바 있다.
여러가지 길을 생각할 수 있을테지만 효과적인 대안은 제한적이다.
우선 "제2차 진보대통합 추진"이나 "참여당 독자 통합안 추진 결의"를 진행하자는 의견이 먼저 나올 수 있겠지만,
그건 일단 참여당 당원들을 너무 강하게 보는 처사라고 생각한다.
참여당 당원들은 정치에 매몰된 사람들이 아니다.
보통 생활인들이 촛불이나 노무현 대통령 서거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참가한 사람들이다. 이외에 개혁당 시절부터의 당원들도 있겠지만 그들은 소수고 그들 중에도 정치에 목숨을 건 사람은 적다.
이건 참여당의 강점이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는 약점이 된다.
한 마디로, "저 사람들도 안 하는데 왜 우리 혼자 해?"라는 이야기가 당연히 나온다는 얘기다.
이 경우 참여당 전당원 투표는 당연히 부결이다.
일단 찬반까지 갈 것도 없다. 정족수 부결이 나올 가능성이 더 높다. 당원들 자체가 그렇게까지 애써야 하는지 회의를 갖게 될 게 뻔하다.
다음으로 진보대통합을 일단 추진하면서, 정 안 되면 차기 총선에 비례대표만 내고 총선에 임하는 방안도 있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자멸의 수다.
예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진보대통합을 추진하는 사이 유시민 대표의 정치적 자산을 다 써먹고, 참여당 자체 자산(이랄 게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도 다 소모된 상태에서는 참여당의 비례대표만을 찍을 가능성이 적다.
게다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방의원들이 당선된 것도 경기도지사 후보로 유시민 대표가 나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시민 대표를 찍으러 가거나, 유시민 대표를 보고 투표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이건 다른 이야기지만, 유시민 대표의 대선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두 가지다.
친노 대표성의 분산과 안철수 돌풍의 역.
친노 대표성의 분산은 당연히 문재인 이사장님의 부상이다. 반면 안철수 돌풍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지지층의 핵심은 30대라는 점이 중요하다(혹은 IMF 세대다. 누군가는 298세대라고들 하기도..) 이들은 이전에 유시민에게 투표했던 강력한 지지세력이기도 했다.(경기도에서)
유시민이 진보대통합 쪽으로 가면서, 그들은 자기 대표성을 유시민에서 찾기 약간 어려워졌고, 그나마 진보대통합이 지지부진하면서 유시민 대신 다른 대안을 찾게 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혹시 안철수 교수가 정말로 선거에 나오면 분석하기로 하고..>
결국 유시민 대표와 참여당에게는 현재의 상황을 자체적으로 돌파할 여력과 수단이 없다. 사실 정 안 되면 유시민 대표는 사퇴하고 낚시하며 나 같은 독자가 읽을 책이나 집필하면 되겠지만..
어쨌든 정치적으로 현 상황을 돌파하려면 외부에서 '힘'을 끌어올 수 밖에 없다.그런데 참여당 외부적으로 현재 판을 바꿀 수 있는 힘은 두 가지다.
경제 파탄.
'신재야'의 등장.
하지만 경제파탄을 일으킬 수야 없는 노릇이고..
그러므로 또 다른 대안, '신재야'와의 연대가 필요하다.
'재야'는 원래 제도적 정치 조직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민간에서 정치적인 세력을 이루고 있다는 뜻으로 흔히 조선시대 사림, 민주화 운동 시절의 재야 지식인 및 민주화 운동 인사처럼 제도권 밖의 지식계층 정치세력을 가리킨다.
하지만 때는 21세기, 시민사회가 발전하고 네트워크가 발전하며 신지식이 들끓는 이 시대..
네트워크와 전자적 연대, 그리고 축적된 지식 역량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 광범위한 집단적 '지성'의 세력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을 '신재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신재야'는 노사모나 시민광장처럼 특정 정치인을 통해 드러나는 '깨어있는 정치적 시민'과도 다르고 기존의 지식인 위주의 '구재야'와도 확연히 다르다.
이들은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기보다,
이른바 '상식'을 추구한다.
좋은 말로 하자면 상식과 정의를 요구하고, 비판적으로 보면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는 '집단지성'의 ‘상식적 시민’들이다.
이들의 열망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안철수 교수'다.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은 '정치적 시민'보다 많고,
그동안은 자기 의견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 증거로 유시민 대표는 지지율 15퍼센트를 넘은 적이 거의 없고,
문재인 이사장도 15퍼센트를 못 넘었지만,
안철수 교수는 등장하자마자 20퍼센트를 '이른바 야권 주자' 중 처음으로 넘겼다.
이들은 그동안 "지지후보 없음", "선거 때 불참", "그냥 분위기 따라 투표"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안철수 교수가 20퍼센트가 된 이후, 야권주자 모두가 지지율이 깎였지만, 문재인 + 한명숙 + 유시민의 지지율은 15퍼센트 수준을 여전히 유지한다.
따라서 '신재야'가 드디어 실체를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있고,
이들과의 연대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아니면 적어도 진보대통합이 다시 열릴 때까지 유시민과 참여당의 힘을 기르는 방편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안철수 교수랑 손을 잡자는 거야?"
그럴리가.
안철수 교수는 스스로 정치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고, 사실 정치적 견해도 뭔지 아무도 모르고, 그 핵심 브레인은 굳이 따지자면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인데, 박경철 원장이 참여당이나 친노쪽과 무슨 관련이 있는 사람은 아니고..
엮일 공간이 없다.
그러나, 서울시장의 '시민단체' 야권 후보인,
박원순 변호사는 다르다.
박원순 변호사는 일단 노무현 대통령께서 부산에서 낙선했을 때 "노사모의 등장을 알리며 편지를 보냈던", 요즘식으로 말하면 멘토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노동 변호사를 하다 대우조선 노사분규 문제 때문에 감옥에 갔을 때, 박원순 변호사는 변호를 하기도 했다.
민변 창립 당시 당연하게도 두 분 다 멤버였다.
물론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수많은 지식인이 그렇듯, 박원순 변호사도 노 대통령님을 비판했지만, 그래도 저주하고 비난하던 지식인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정도에 불과하다.
“엥, 그건 구재야 아닌가?”
그렇다. 사실 박원순 변호사는 굳이 따지자면 구재야에 가깝고,
요즘식으로 따져도 이른바 시민사회세력(그런데 이름만 이렇고 실은 시민단체세력)의 진보진영 대표다.
하지만 완전히 구재야도 아니고 흔히 시민사회 영역에는 ‘상식적 시민’들이 포함되는데다..
결정적으로 ‘상식적 시민’의 슈퍼 엘리트, 안철수 교수가 박원순 변호사를 아주 효과적으로 띄워주면서..
신재야의 대표 중 하나가 되었다.
그 증거가 바로 현재의 높은 박원순 변호사 지지율이다.
물론 거기에는 '정치적 시민'의 지지율도 있겠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이 빠진 상태에서도 박원순 변호사의 지지가 높게 나오는 것에는 분명히 '상식적 시민'의 존재가 있다.
다음으로, 다른 신재야와 달리(정치적 문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과 달리),
박원순 변호사는 일단 말이 통한다.
또한 민주당으로 흘러들어간 ‘구재야’나 훨씬 젊은 386 운동권 세력보다,
깨어 있고 유연하다.
게다가 이래저래 한 다리 정도 건너면 참여당과 연이 닿기도 쉽고,
민주당이나 기존 진보적 지식인들과 달리,
결정적으로...
유시민과 ‘적대적 원한’이 없다!!!
이거 진짜 중요하다. 그동안 진보대통합이 안 되고, 민주당 비토가 일어난 이유가 뭔가?
유시민이 이래저래 쌓아온 적대적 원한이 아주 큰 이유 아닌가?(물론 기득권 문제도 있겠지만 원한 없이 이 정도로 비토가 계속 남발됐을까?)
하지만 세상과 정치는 Give & Take!
우리가 박원순 변호사와 연대하기 위해서는 줄 것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박원순 변호사가 결정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단일화 노하우”와 소수파 후보의 지방선거 연대운동이다.
다시 첫 머리로 돌아가자.
민주당은 박영선 의원을 후보로 세웠다.
천정배가 되어야 했느니, 박영선 의원은 의심스럽다느니 말이 많지만,
민주당은 최선의 ‘대중성 있는’ 후보를 세운 것이다.
아무렴 아무도 몰라줘서 스스로 80년 서울역 회군 때 자신만은 반대했고 서울대 학생회 사람들(물론 심재철과 유시민)은 찬성했다고 주장하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신계륜 의원이 대중성이 있을까. 아니면 2004년 탄핵에 노동법 개정 문제로 비토가 많은 추미애 의원이 될까. 그렇다고 대중성 제로인 천정배 의원이 될까.
결국 민주당은 최선의 후보를 뽑은 것이 맞다
그리고 대중성이 어느 정도 따라잡힌다면, 조직이 없는 박원순 변호사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특히 이미 조직동원이 가능한 국민경선, 패널제를 도입한 단일화 경선 제도를 ‘쿨하게’ 인정해 버린 뒤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게다가 혹시 도움이 될지도 모를 민주노동당은 이미 자체 후보로 통합경선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결국 박원순 변호사는 이대로 간다면 민주당에게 진다.
왜?
김해을에서 그렇게 당한 참여당 지지자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별로 설명하고 싶지 않다.
따라서 박원순 변호사에게는,
유시민과 참여당의,
단일화 노하우가 1차적으로,
그리고 소수파 후보로서 선거운동을 하는 노하우가 2차적으로 필요하다.
기왕이면 참여당 조직도 있으면 좋겠지만 거기까지 가는 것은 좀 참여당색이 짙어지니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어쨌든 3차적으로는 참여당 조직도 있으면 좋기는 할 것이다.
게다가 그 사실을 박원순 변호사도 어느정도 인식한다는 게 중요하다.
어떻게 아냐고? 참여당에 방문해서?
그거야 의례적인 방문일거고.. 문제는 박원순 변호사가 택한 방식이다.
바로 “박원순 펀드!”
“유시민 펀드”의 재판이다.
지금까지 아무도 이런 펀드를 진행한 적이 없다.
민주당이야 필요가 없고, 민주노동당은 원래 조직이 자금을 거둘테고, 진보신당 같은 쪽은 해봤자 안 된다.
오직 유시민만이 가능했던 일이다(사실 참여당도 잘 안 된다)
결국 소수파 후보(혹은 비민주당 비민주노동당 야권후보)의 승리 공식은 지금까지의 후보들과 달라야 한다는 점을 박원순 변호사가 안다는 얘기다.
“근데 유시민 대표는 (통합을 전제로) 민주노동당 후보가 ‘우리 후보’라고 인터뷰 했는데?”
맞다.
근데 통합판이 깨졌잖아.
그러니 ‘신재야’와 연대해보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오해하지는 말기 바란다.
‘신재야’와의 연대 주장은 혁신과 통합에 들어가자느니 하는 얘기가 아니다.
참여당의 독립성을 지키는 동시에, 진보대통합을 추진할 때 추진하더라도,
새로이 구성되고 있는,
‘신재야’ 세력과 연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뜻이다.
기왕이면 끌어들이면 좋겠지만, 거기까지 될지는 잘 모르겠고..
어쨌든 다른 ‘신재야’ 세력이라면 엄두도 못 내겠지만, 박원순 변호사라면,
유시민과 참여당도 연대가 충분히 가능하다.
분명히,
가능성이 있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