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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대여섯 살 될 무렵 군포 역 근처에 살았다. 아파트 위층 애기 엄마가 피아노 교습을 했는데, 아이를 거기 보냈다.
아이가 피아노를 배우는 것이 대견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랬다. 나는 어릴 때 부모님이 피아노를 배울 기회를 안 만들어준 것이 무지 아쉬웠다. 뭐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는 것도 기약이 없는 시기였으니까 어쩔 수 없었겠지만. 어릴 때는 길을 가다가도 어디서 피아노 소리만 나면 꼭 무슨 곡이 아니더라도 소리 자체가 좋아서 한참을 멈춰 서서 듣고 가곤 했다.
어려운 살림에 큰 맘 먹고 LG 디지털 피아노도 한 개 샀다. 바이엘을 하고 하농인가 먼가를 할 땐데, 숙제를 점검하는 것이 내 몫이었다. 마침 내가 피아노 소리 자체를 좋아 했던 데다가 청음이 좀 되고 음의 흐름에 대한 감각도 좀 있어 피아노 소리를 들으면 그게 어떤 음인지, 제대로 된 음인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었고, 해서 아주 제격이었다.
숙제는 몇 쪽의 어떤 소절을 20번 반복, 또 어떤 소절을 20번 반복 이런 식이다. 잘 알겠지만. 손가락이 음 패턴을 기억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걸 거다. 나는 뒤에 앉아 아이가 숙제를 반복해서 칠 때마다 매번 “아, 멋있다” 해가면서 격려해주곤 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소리를 듣는 귀가 좀 밝아 아이가 건반을 잘 못 누르면 이번에는 한 개 틀렸네? 어떤 음이 잘 못 됐네? 이런 지적을 매번 해줬다.
이게 잘 못 됐던 것 같다. 더러 실수가 있어도 무조건 잘 했어! 멋있다! 감동이다! 이렇게만 했어야 됐는데, 내가 귀가 좀 밝다 보니, 그리고 잘 못 된 곳은 솔직하게 지적을 해주는 것이 더 좋을 거라 싶어 그리 했는데(사실은 이게 나의 열등감이었고, 나의 자만이었고, 나의 이기심이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이는 실수를 하긴 했어도 지적 받는 것은 싫었던 것 같다. 그 여파로 아이가 점점 연습을 싫어하게 된 것이다. 어느 날부터는 내 방법이 잘 못 됐다는 것을 깨닫고 무조건 잘 했어! 멋있다! 감동이다! 이렇게 해봤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아이에게는 이미 피아노가 부담스럽고 싫어져 있었던 것이다.
싫어하면서도 엄마 아빠가 워낙 권하니까 계속하기는 했지만(사실은 엄마를 좀 무서워했다. 아이 엄마가 강요한 거 맞다), 결국 중학교 2학년 때 체르니 40을 다 못 마치고 피아노를 그만 뒀다. 인제 하고 싶지 않단다. 그때 내 마음이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 저 즐거운(나한테 그렇다는 거다) 피아노를, 그리고 저렇게 잘 하면서(내가 보기에 그렇다는 거다) 왜 싫어할까? 내가 저만큼만 하면 밥도 안 먹고 피아노만 칠 것 같은데...
당시에 내 생각으로는 저 잘 되라고 한 지적인데, 이게 잘 못이었다. 지적질은 피아노선생님이 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아이 키울 때 어떤 시기에는 무조건 관심, 무조건 칭찬, 이거 필요하고 중요하다. 잘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이것은 어른의 이기심이다),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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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넌!!!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