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클리닉’에 푸욱, 빠진 칭구가 하나 있음. 그 칭구에게 온갖 괴상야릇한 파탄 직전의 부부 이야길 들었음. 요즘 나의 연애도 파탄 직전인데, 부부클리닉에 응모할 수 없으니(아직 미혼), 난 봉팔에 연애 고민을 털어놓겠음. 많은 조언 부탁드림. -------------------------------------------------------------------- 그이와 처음 만난 건 올해 5월. 어느 따땃한 봄 날. ‘부부클리닉’에 빠진 그 친구의 중개로 만나게 되었다. 당시 난 나의 허전함과 갈증을 채워 줄 무언가를 찾고 있었고, 마침 그 친구가 그이를 소개시켜주었다. 우리의 연애는 그렇게 시작됐다. 원래 그이와 나는 알던 사이었다. 하지만 너무 멀어보였던 그이와 친하지는 않았었고, 얼굴만 보면 인사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만나게 된 그이는 예상대로 박학다식에, 모르는 것도 없는 너무도 먼 존재였다.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그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서 난 그이를 ‘사랑’까지는 아니지만 애정 했고, 그이와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이와 있는 시간이 나름 즐겁기도 했다. 그이를 정말 사랑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큰 문제가 생겼다. 그이의 이야기들이 귀에 들어오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전에는 호기심과 재미, 그리고 한번 제대로 연애해 보겠다는 마음이 있었으나 이제는 시들해졌다. 그이의 이야기들이 먼 세상 이야기 같고...... 재미도 없고...... 지루하고........ 졸고......... 아주 가관인 것이다. 그이와의 자리를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참았다(물론 몇 번은 뛰쳐나감). 그냥 주구장창 마주하고 앉아있었다. 다른 개인적 일도 줄여가며 그이를 찾았다. 그이와의 문제를 중개해 준 그 칭구에게 조언을 듣기도 했다. 이젠 꿈에서도 생생히 그이가 나타날 정도인데, 반면에 자꾸 그이가 미워진다. 한마디로 권태기. 그의 이야기가 지루하다, 재미없다, 어렵다며 짜증내고 화내고 별 쌩 쇼를 하다가 미안하다 사과하기를 반복. 이렇게 한발 다가섰다가 두, 세발 물러서니 사이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답답하고 화가났다. 결국 그이가 토라졌는지 더 어렵고 재미없는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다. 아주 죽어날 판. 도대체 어찌하면 이 권태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찌하면 애정에서 사랑으로 넘어갈 수 있을지(정말 사랑하고 싶음) 모르겠다. -------------------------------------------------------------------- 이상. 책과 나와의 연애 고민을 털어 놓음. 심각하니 조언 부탁드림. 으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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