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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훌쩍 떠나기 좋은 달이다.
겨울을 피해 따뜻한 동남아로 탈출을 해도 좋을 것이지만, 눈 덮인 산사의 고요한 풍경과 울창한 전나무 숲을 덮어버린 눈길을 걷는 맛도 가히 고혹적이다. George Winston의 ‘December’ 음반은 항상 그윽한 평화로움을 선사해 준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도 좋지만, 앨범 자켓에서 고목을 포위한 눈부신 눈들의 향연이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앨범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 ‘러브스토리’에서 제니가 읇조리던 ‘모차르트, 바하, 비틀즈 그리고 너를 사랑해( I like Mozart, Bach, Beatles and you) 장면이 생각나기도 하고, 빛 바랜 고목에서 하나의 세계를 보고, 하얀 수평선 같은 눈바다에서 천국을 보기도 한다.
12월은 일주일의 일요일이다. 사람들은,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와 나이의 한 살 더함에 아쉬워할 것이고, 어떤 이들은 새로운 내일이 다가오는 것을 환호하며 기회의 생성에 감격해 할 것이다. 12월은 멋진 스카프와 코트를 뽐내는 멋쟁이 스타일리스트의 계절임과 동시에, 혹독한 겨울을 날 연탄 한 장에 몸서리 치게 하는 없는 이들에겐 공포의 계절이기도 하다.
같은 12월을 살아가도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느낌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간혹 그 다름을 인정치 않으려는 사람들이 12월의 운치를 망가트린다. 어제가 그러했다. 모임에서 한참을 말다툼 했던 친구도 전형적인 ‘내가 맞고 네가 틀렸다’ 신봉주의자다.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자고 해도 막무가내다. 집에 돌아와 마음을 다잡고 안상헌씨의 책을 들었다.
“그냥 그렇다고 생각하라!
세상은 그냥 그런 것이다. 새는 날아다니고, 짐승들은 뛰어다니고, 물고기는 헤엄친다. 그들은 원래 그렇게 태어났으며, 그것이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이다. 사람도 자기 나름의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 각자 가장 편하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그것을 바꾸려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새들에게 헤엄치라고 하고, 짐승들에게 날아 다니게 하고, 물고기에서 뛰어 다니라고 주문하는 것과 같다.
다른 사람을 바꾸려고 시도하지 마라. 그의 방식은 그가 살아오면서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결정한 최고의 방식이다. 당신도 지금 그 방식대로 살고 있지 않는가!”
그래! 다름을 인정하고 스스로 깨우치는 게 가장 좋겠지만, 꼭 바꿔야 한다면 내가 솔선수범해서 상대의 가슴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 물론 소통의 부재로 많은 오해와 불필요한 의심을 가져올 수 도 있다. 만나서 눈을 마주보며 진실을 말하지 않고 가벼운 입들을 돌고 돌아 들려오는 역겨운 소리들도 소통의 부재 때문이다. 나는 항상 그 자리에 있는데 사람들이 엉뚱하고 이상한 곳에 가져다 놓아 버린다. 이 또한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이로소이다. 그럴수록 내가 더 가까이 다가 가야 함은 명확한 진실임을……
월동준비는 낙서하기 좋은 탁상달력과 프랭클린 플래너(다이어리) 속지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탁상달력 뒷면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림을 보지 못하고 멍청한 숫자만 보며 살아온 우리네 인생이 서글퍼 진다. 우린 바보같이 달력의 뒷모습만 보며 살아온 건 아닌가? 가끔 하늘을 쳐다보듯이 가끔 달력의 얼굴도 좀 봐주는 여유를 가져보자. 다이어리의 속지는 교보문고에 들러서 반나절을 책과 음반 구경을 한 후에 구입한다. 목적은 1분도 채 안 걸리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반나절이나 걸리는 미련함이 싫지만은 않다. 시집 몇 권은 기본이고 짧은 에세이 한 권 정도는 간단히 소화해 버린다. 뭐니뭐니해도 이 곳을 찾는 가장 큰 행복은 음반코너에서 무료 청음기에 걸린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할인점에서 무료시식 코너를 훓고 다니는 어린애 같다고나 할까?
이제 곧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다양한 시상식과 이벤트가 봇물 터지듯 할 것이다. TV, 영화, 음악들 모두가 그 밥에 그 나물모양으로 그들만의 잔치에 열을 올리게 될 것이다. 예전부터 그쪽은 내 분야가 아니고 내 관심사는 올해의 마지막 여행을 어디로 떠나느냐이다. 하루에, 동해에서 일출을 보고 서해에서 일몰을 볼까?, 이름없는 산사로 향하는 오솔길을 마냥 걸어나 볼까?, 아님, 남해에서 무작정 배를 타고 그 어떤 섬에 내려보는 건 어떨까?
뒤돌아 보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런 류의 여행은 한가지 목적을 수반했다. 새해에 대한 멋진 구상을 하는 것이었는데, 대개가 새해에는 담배를 끊자. 커피를 끊자, 콜라를 끊자 하는 유치한 것부터 시작했는데, 다행히 매년 하나씩은 처리해 나갔다. 3년 전 커피를 끊은 건 지금도 후회하긴 하지만 꽤 재미난 목표이다. 이 모든 것이 건강이나 금전적인 문제가 아니라 마음을 다잡고자 한 나와의 싸움이었으니 가능했으리라. 술은 사회 생활 존립의 문제이므로 어쩔 수가 없음을 이해하길 바란다. 생각해 보니 작년부턴 더 이상 끊을 게 없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고, 그 첫 목표가 식스팩을 만드는 것이었다. 아쉽게도 60% 정도의 성취율을 보이고 있으며, 숨을 크게 들이쉬면 아련하게 그 형태를 보이다가도 날숨을 내쉬면 여지없이 똥배가 되고 만다.
어찌 보면 꿈꾸고 찾아 헤매던 모든 것들은 이미 내 주변에 존재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고의 경직성으로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물 달리 보기’,와’역발상 하기’를 연습 해야겠다. 눈으로 보지 말고 감성으로 볼 줄 아는 혜안을 길러야겠다. 그 감성을 길러줄 일화도 있지 않은가.
- 도시 변두리에 삶을 포기한듯한 장님의 거름뱅이가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쭈그리고 있어도 깡통으로 떨어지는 동전요리는 요란하기만 했지요. 장님은 작은 푯말을 하나 들고 있었는데, 푯말에는
" I'm Blind, Please Help"(저는 장님입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마침 지나가던 행인이 장님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제가 저 푯말을 좀 고쳐 드리면 안될까요?" 더 이상 희망이 없던 장인은 수락했고, 그 푯말이 바뀐 이후로 깡통은 동전으로 가득 넘쳐났고, 그 장님도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었답니다. 행인에게 고쳐진 푯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Today is a beautiful day. But, I cannot see it!" (오늘은 정말 멋진 날입니다. 그런데 전 그것을 볼 수가 없습니다.)
12월에 생각나는 단상들이다. 이번 여행에는 유끼 구라모토의 ‘Time for Journey’ 앨범을 들으며 배를 타고 이상이 찾던 어떤 섬을 찾아 떠나야겠다. 민박집에서 밤새 새해를 구상할 새 다이어리와 머리가 지칠 때 쉬게 해줄 낡은 시집 한 권과 함께.
아! 앱솔루트 보드카 한병도 빠트리면 안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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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