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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베란다에 뭔가를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생명이 자라는 신기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상추같은 것을 키우면 뭐 삼겹살이라도 구워먹는 소소한 이벤트가
재미 있을 것 같았다.
얼마전 부터 집 앞 과일가게에서 아내가 스티로폼 박스를 하나, 둘
챙겨오는 압박에 그저께부터 작업에 들어 갔다.
동네 뒷산에 가서 높이 올라가기 귀찮아 언덕받이 밑에 식수사업
한다고 파헤쳐 놓은 흙들을 담아왔더니 집에서 일해 주시는 중국 아주머니가
그 흙은 모래가 많이섞여 안 좋은 것이니 꽃이나 키우고 상추 키우려면 산위에 가서
나무 밑에 있는 고운 흙을 퍼와야 한단다. (나 중국 산다.) 그래서 그 흙에는
금잔화랑 맨드라미를 심었다. 아이들이랑 씨를 뿌리고 물 주고 신문지로 덮어 놓았다.
뭐 그리 재미있는 일이라고 신나한다. 귀여운 것들.
내일이면 싹이 텄는지 살짝 열어 보아야겠다.
오늘은 초코과자, 바나나우유, 천하장사 소세지 하나 챙겨서
네살짜리 막내 놈 데리고 산에가서 흙을 퍼왔다. 아주머니 말대로
산위에 올라가서 막내 놈은 먹을 것 들려주어 바람 없는 곳에 앉혀놓고
두푸대 담아서 커다란 등산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같이 바위에 걸터앉아
봄노래 알려주고 이 놈이 좋아하는 파워레인저 노래도 같이 부르고 놀다가 내려왔다.
흙을 체에 쳐서 돌들은 골라내고 평평히 고른 다음 씨부릴 홈도 만들고
상추씨 봉지를 뜯었다. 근데 깨알보다 작은 씨가 굉장히 많아서 순간 당황스러웠다.
꼭 바싹마른 참외씨 같기도 하고 벼쭉정이 같기도 한 것들이 수백개는 되어 보였다.
이 작은 씨 하나가 상추 한 포기가 되는 것일까? 그럼 이 이천원짜리 한봉지에 상추 밭도
만들 수 있는 것인가? 알 수 없다.
에이 모르겠다. 대충 봉지 끝 잡고 홈 줄 따라 툭툭 털어넣고 흙으로 사사삭 덮고
물주고 신문지 덮고 마무리 했다. 옆에서 바라보는 경외롭고 신기하다는 듯한 아이들의
눈이 무안하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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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