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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본적은 부산 동구 초량0동 000번지,
부모는 가난했다.
어머니는 선거때마다, 선거캠프를 자주 방문했었다.
방문이후엔 현금이 담긴 봉투를 가져오거나,
비누 세트, 일용품 세트 등을 가져와 전리품처럼 펼쳐보이시곤 하셨다.
동네 사람들과 어느 후보가 얼마줬는지 정보교환도 가끔 하시곤 하셨다.
또한, 외삼촌은 외할머니가 물려주신 집을 허물고 3층짜리 건물을 지었는데,
허가가 불가능한 곳이지만 선거철이라서 지을 수 있었다면서,
자랑스러워 하는 어머니 얘기를 듣곤 했다.
어느날, 동네를 뛰어놀다가 선거포스터를 보았는데,
여러 장의 포스터중 마지막 쯤에 붙어있는, 김정길.
표어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였다.
포스터가 참 기묘했다. 도대체 뭔 소리지? 시인이 출마한건가?
어린 시절 나에게 선거란,
가난한 우리 가족에게 이득을 주는 거 이외엔 김정길만이 기묘한 채로 남았었다.
88년 중학교를 졸업할 때, 선생들이 전교생에게 나눠준 볼펜이 내 졸업 선물이었다.
초량중학교 00회 졸업생 허삼수가 찍힌 볼펜.....
모든 졸업생에게 가정통신문도 배달 되었다.
졸업을 축하한다는 카드 였고, 발신자는 허삼수였다.
아마도 그 시절 내 친구들중 허삼수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을거다.
전교생에게 볼펜을 나눠주는 우리 졸업선배...
고등학교 1학년 땐 노무현이 당선 되었다.
노무현이 어떻게 당선됐는지, 누군지도 몰랐다. '뭐, 돈 많은 사람이겠지..'
어느 명절날 친척중 누군가 그랬다.
국회의원 노무혀니가 돌아가신 작은아버지 부산상고 후배라고...
청문회로 전국이 떠들석 했던 이후 였던거 같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던 나에게 항상 따뜻했던 작은아버지는
내 어린 시절의 등불 같은 존재였지만, 사고로 일찍 돌아가셨다.
내가 정말 좋아했던 작은아버지의 후배 '노무현'...
김정길 이후 노무현이란 정치인이 내 기억에 남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하사관으로 군대를 갔다.
생일이 빠른 덕에, 92년 처음으로 선거라는걸 군대에서 해보게 되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군대에서 첫 선거를 해보지 않을까? 아님 말구..
나는 18명 가량의 소대원들과 외부 진지 생활을 하고 있었고,
중대장이 전 소대원의 투표용지를 들고 진지를 찾아왔다.
투표 요령과 왜 1번을 찍어야 하는지 설명했는데, 기억에 남는 멘트는 없다.
조그만 소대장실이 투표소가 되었고,
하사관 선배가 투표소 입구 의자에 앉아, 장병들이 들어갈때마다 소리쳤다.
"얌마, 1번 후딱 찍고 나와, 얼른 끝내게.."
나도 1번을 찍었던거 같다, 후보자의 이름같은 건 보지않았다.
본대의 건물 입구엔 큰 현황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제목은 투표현황판이였다.
몇일 후, TV에서 어떤 장교하나가 양심선언인가 뭔가를 했다고 했다.
내무반에 드러누워 같이 TV를 보던 소대장이 갑자기
"어 점마 저거 내 동긴데.."
그러면서 자세를 고쳐 앉는다.
군대 내부 부정선거에 대해 양심선언을 했다는 뉴스를 연일 TV에서 떠들어 댔다.
부대내 모든 장교와 장병이 한마음 한 뜻 인듯 했다.
'아 저 정신병자 새끼..'
다들 저 난리통이 우리 부대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고민하는 분위기 였지만,
난 TV속의 장교가 걱정됐다. 저 장교는 앞으로 어찌 될것인가? '아 끔찍하다'
부정선거는 확실했다. 중대장까지 아무생각없이 1번찍기를 강요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TV속 장교의 마음에는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
'도대체, 왜 저랬을까?' 세상엔 진짜 또라이들 많구나.....
어릴적 보았던 김정길의 포스터 만큼이나 이해하기 힘든 일이였다.
확실한건 그 이후의 선거에서 부정은 없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우리 부대 만큼은..
그리고 나는 1번은 절대 찍지 않는 투표성향을 가지게 되었고,
중사로 전역을 하게 되었다.
사회인으로 살면서,
뉴스에 비친 이회창에게 왠지 모를 호감이 있었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리라 생각했었다.
고딩 시절 선생들이 침튀겨 가며 빨갱이라 욕하던 김대중!
빨갱이라는 생각이야 안했지만, 잘알지도 못했고, 호감도 없었다.
1번 새끼들은 안찍는다는 신념과 이회창이 주는 호감이 서로 충돌했지만,
눈 딱 감고, 김대중을 찍었는데, 덜컥 당선이 됐다.
내가 찍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다니!
기묘했다.
그리고, 김대중이 어떤 인간인지 궁금했다.
PC통신에서 김대중 얘기가 보이면 읽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시간이 흘러 2002년의 나는 서울에 적을 두고 있었고,
TV속 그 장교같은 또라이가 되어 있었다.
어머니께 노무현 찍어야 한다고 전화했다.
걱정말라신다 당신은 노무현이 좋단다. '다행이다!'
이모한테도 전화좀 하시라고 하니, 투표의 자유가 있다고 강요하지 말라고 하신다.. '쩝..'
부산 친구놈한테 전화해서 노무현 찍으라고 했다.
"노무혀니 찍으면 니한테 콩고물좀 떨어지나?"
"어, 억수로 마이..."
"진짜가? 알았다 내도 친구들 한테 전화좀 돌리께.."
"고맙다 친구야"
전쟁은 승리했지만, 내 삶은 여전히 퍽퍽함의 연속이였고,
그저 여기저기 가열찬 눈팅질이 중요한 취미중 하나일뿐이였다.
그러다가, 내 마음의 등불같았던 그가 몸을 던졌다.
작은아버지를 잃을 때는 너무 어려서, 잘 몰라서, 제대로 슬퍼하지도 못했는데....
지금의 난 어른이고, 내 의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데..
이 지경이 되도록 왜 아무것도 못했지? 아니.. 안한거지...
유시민이 항소이유서에서 인용한 뜨거운 지옥불의 마지막 자리는 나의 자리를 말한거구나.
하루 종일 모니터 쳐다보며 훌쩍거리고 있을 때,
친한 후배 놈에게 전화가 왔다.
"형님, 지금 난리가 났어요. 형님이 전에 그랬잖아요. 지금은 니들이 노무현 욕해도,
니 자식이 고등학교 다닐때 쯤에 위대한 대통령으로 모두가 존경하게 될거라고.....
이야, 지금 보니 형님 진짜 대단하세요. 형님 얘기가 다 맞는거 같아요."
......
......
전화를 끊고나니, 또 눈물이 났다.
공허한 마음에 무엇이든 끄적거려 보려고 컴퓨터의 메모장을 열었지만,
머리 속이 하얗다.
기억나는 문장은 하나뿐이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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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가입인사이자 나에 대한 소개글이다.
나는 어느 곳이든 글 쓸 자신이 없어,
눈팅질만 했지 한번도 글이나 댓글을 써본 적이 없다.
물론 돈이 없어서 후원같은 것도 해보지 않았다.
박봉팔닷컴도 가입해 놓고 회비 내기를 망설였다.
나는 눈팅이니까.
그런데,
마침 쌀이 떨어져서 10Kg 쌀을 배달 시켰는데 가격이 2만4천원이더라.
'10Kg 쌀값이면 박봉팔닷컴 1년치 식량이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 운명인가?
회비내고 나서, 나도 니들처럼 글이란거 한번 써봤다.
유료로 획득한 나의 권리(글쓰기)를 한번 정도는 챙겨 먹어야 하니까.
추천같은 건 바라지 않는다. 환영이라도 해다오. 내 용기가 가상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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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