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매혈이 없어 졌지만 내가 어렸을 적에만 해도 대학병원(당시 명동의 성모병원, 카토릭재단)에서도 피를 사고팔았다. 얼굴이 누렸게 뜬 사람들이 줄지어 앞 사람의 허리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있었는데 새치기를 막고 힘없는 자기 몸뚱이를 의지했다. 우리도 어쩌면 그런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직업으로써 글쟁이도 자기 피를 파는 매혈자라고 생각한다. 글이 술술 잘 나오는 사람은 아니겠지만 대게의 글쟁이들은 피를 쥐어짜듯이 글을 뽑아낸다.
좋은 글이란 어떤 것일까? 글이란 꼬인 순서와 복잡한 정황을 잘 나열만해도 그럴 듯하게 보인다. 하지만 그것으로 부족하다. 글 안에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이해를 돕기 위한 적절한 비유는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살펴보면 역설적 표현과 그 안에 통찰력, 또한 비유의 대가는 예수가 아닌가 싶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하나님을 누구보다도 잘 믿는다고 자부하는 바리세인들이 예수를 함정에 몰아넣기 위해 당시 로마의 식민이었던 유대민족이 로마에 세금을 내는 것이 마땅하냐고 했다. 여기에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면 로마 총독에 고해 바쳐서 죽이려고 했었다.
이에 대해 예수는 로마의 황제 가이사가 새겨진 동전 하나를 꺼내게 하여 “이게 누구의 것이냐?” 물었다. 민중들은 “가이사의 것”이라고 대답했고 예수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의 것” 이라고 했다.
글과 말은 현학으로 재주를 피우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실체적 사실을 숨기거나 왜곡한 글은 이미 글이 아니라 독극물이다. 함석헌 선생의 글은 때론 단언적이고 너무 강해서 읽은 이로 하여금 거부감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거부감 속의 내면은 단지 불편함이 아니라 외면하고 싶었던 자신의 비겁을 까발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박봉팔의 글도 우리의 비겁을 험악한 욕설과 함께 사정없이 후벼 판다. 이를 점잖지 못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상의 주류는 그런 식으로 말과 글을 쓰지 않는다. 저질들이 하질이라고 한다. 하질!
예수는 거룩한 언행만 하지 않았다. 예루살렘 성전에 올라갔을 때 그 곳에서 하나님 팔아 장사하는 사람들의 가판을 발로 차고 채찍을 휘둘러서 다 내쫒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이 독사의 자식들아!”
당시에 하나님을 믿는 자들에게 이 욕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가장 험악하고 악질적 욕의 서른 배는 더한 독한 욕이었다. 난 박봉팔이 이보다 더한 욕을 한 적이 없다고 확신한다.
그만 할 란다. 너무 빨아 주면 오해 받기 때문이다. 그저 박봉팔 닷컴의 오프닝 축사로 알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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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