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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 스스로의 치유가 먼저 필요한 『안철수의 생각』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황 장 수
1. 우리 사회에는 최근 온갖 부분에 『힐링』이라는 말을 갖다 붙이고 있다.
여행, 콘도, 팬션, 요가, 마사지, 테라피 등에도 힐링이라는 말이 약방의 감초처럼 붙더니 이제 TV 예능 프로에 『힐링캠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프로는 애초 연예인을 비롯한 사회유명인을 불러 한때 그들이 가졌던 좌절과 콤플렉스를 토로하고 이를 통해 일반 대중이 동병상련을 느끼고 위안을 삼는 것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박근혜, 문재인이 잇따라 등장하더니 급기야 법륜 스님이 두어 달 전 등장하였고 마침내 오늘밤 안철수를 등장시킨다고 한다. 이 프로의 진행자 중에는 안철수 사단(?)의 멤버 격인 김재동도 들어있다. 최근 문재인에 2위를 추적당하며 코 밑까지 쫓긴 안철수는 내 추측대로 지난주 대선출마를 암시하는 시동을 걸기 시작했고 이는 힐링캠프 출연과 대담집 출간으로 나타났다.
2. 어제 서점에 책(대담집 아니다)을 사러 가니 계산대 앞에 『안철수 대담집이 표지 디자인 변경하는 출판사 측의 사정 때문에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는 공문이 붙어있었다.
19일 출판된 책이 어제까지 12만부나 매진되니 다시 인쇄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지난 주말 한 신문 서평란에는 『이 책이 16일 밤 10시에 초고가 넘어와, 17일 서문, 사진이 들어오고 밤샘 교정, 교열, 표지 디자인을 거쳐 18일 새벽 인쇄소에 들어가 두 권에 나누어 찍었고, 19일 오전 9시 제본을 끝내고 19일 11시 출판사에 들어가 언론에 배포되었다』는 번개불에 콩 구워먹는 출판과정이 보도되었다.
역사상 기록적인 59시간 만에 뚝딱 만들어진 이 책은, 그 출판과정 조차도 안철수식 신비주의와 모호함 속에 갖은 구설수를 낳고 있다. 애초에는 에세이였는데 정책구상을 담은 대담집으로 내용이 급히 바꾸어져 사흘 만에 나왔다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 그 과정이야 어떻든 책 하나로 장안의 화제가 되고 절판이 되어 독자의 항의에 출판사가 공문을 서점에 보내야 할 정도라면 그는 벤처든, 주식이든, 책이든, 무엇이든 행보 하나로 천문학적 수입을 올리는 재주는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이 와중에 그는 18일 『힐링캠프』 녹화까지 마쳤다고 하니, 현대사회에서 경쟁에서의 승부의 생명줄인 『속도』 하나만큼은 광속에 가까운 장점을 가졌음은 분명하다.
3. 문제는 그의 지지도 추락이 시작되고 염증이 느껴지는 지점에서 다시 지지율 부상을 황급히 시작하는 이런 기획된 행동들이 도대체 무슨 『healing이고 청춘에 대한 위로』인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힐링이라 함은 세상은 다 잊고 떠난 초연함 속에 느리게 살아가는 철학과 관련된 것이 기본 아닌가! 59시간 만에 나온 책과 녹화 5일 만에 나온 『예능 힐링』이 도대체 우리를 어떻게 위로하고 기성 정치의 비상식과 다른 것인지 의문이다. 11개월간 들어온 지겨운 말 장난을 또 듣고 우리의 병이 치유되고 있다고 자기 최면을 걸어야 하는 것인가?
4.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는 정치, 사회, 경제분야에 대한 그의 사고와 인식이 이전 보다는 다소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정책에 대한 대부분의 내용은 그간의 민주당, 진보당, 시민사회, NGO의 사고와 거의 흡사하고 비슷하다. 기껏 이런 수준의 독창성 때문에 11개월이나 뜸을 들이고 정치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가 국민의 선택, 즉 자신의 지지도에 달려있다고 국민에게 협박성 책임전가를 해온 것인가? 이 책 내용 대로라면 굳이 안철수가 정치를 안해도 섭섭한 국민은 없을 것 같다. 이 정도 생각이면 굳이 민주당이나 진보당에 입당해 정치를 하면 되지, 그가 여야 기성정치를 특별히 자신과 다른 세력이라고 구별하고 비난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있다면 딱하나 기성 정당과 정치인은 이미 정치를 해서 공과의 결과를 남겼고 자기는 하지 않았기에 흠결이 없다는 차이뿐이다.
그는 자신에 대해 『일부 정치인들』(아마 강용석과 나, 그리고 박봉팔 닷컴으로 추정된다)이 터무니 없는 애기를 만들어 퍼뜨린 것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일이 대응하다간 오히려 『날개』를 달아 주는 꼴이 된 것 같아 그냥 무시했다고 말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으며 검찰과 국세청에 말도 안 되는 건으로 고발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자신이 문제가 없으니 당연히 아무 일도 없이 모두 종결되었다고 했다.
또 그는 공정성을 거론하며 중학교 때 1학기 반장을 했던 친구가 전교 부회장(유명한 치마바람 엄마의 자식)도 겸하고 있었는데 2학기 때 자기가 반장이 되자, 담임 선생이 선거를 취소하자고 했다고 언급했다. 보육문제를 거론하며 애를 돌보고 사람한테 맡겼는데 집에 오니 애는 울고 있고 돌보미 아줌마는 무심히 목욕을 하고 있더라고 언급했다. 또 그는 TV <무릎팍 도사> 때 『전 직원에 주식을 무상으로 줬다』는 부분이 『직원에 다 나눠주고 나왔다』라고 오해가 생긴 부분을 전적으로 타인들의 거짓말에 의해 생긴 부분으로 전가했다.
5. 그의 사고 체계는 자신의 인생 스토리는 무협지나 레전드 수준으로 승화시키고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나 자신의 잘못은 전부 거짓, 오해, 음해라고 한다.
『공소시효가 끝나서 사실관계를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검찰의 말을 존중해 『아무 일이 없으니 종결되었다』고 말한다. 그가 BW 의혹제기 등에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은 대응할 논리와 사실관계에 자신이 없어서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 음해라면 사실이 아닌데, 음해하는 사람들에게 왜 날개가 달릴 것인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힘이 센 그가 이길 것 아닌가? (그는 책에서 대검, 국정원 등의 자문위원을 하기도 했다고 자랑한다. 그 인맥이 얼마나 넓은 것인가?)
화가 나는 것은 그에 비해 아무런 힘이 없고 대응능력이나 사회적 영향력이 없는 중딩 때 같은 반 친구엄마, 딸 돌보미 등을 굳이 자신의 책에서 거론한 점이나 이들을 『공정성과 육아』 문제의 『나쁜 체험 사례』로 굳이 소개해 망신을 줄 필요가 있었는지 그의 정신사고가 의심스럽다. 그의 사고방식에는 자신의 『신화구축』을 위해서면 무슨 말이든 할 수 있는 『잔인함』이 상식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반면 책에서 그는 포스코 사외이사와 이사회 의장 경력을 자랑한다. 이때 『포스코 정준양 회장』 선임 관련 외압의혹이 등장했고 그가 언론에 나서 『그런 것이 없었다』고 무마한 유명한 일이 있다. 이 일에 대해 그는 한마디도 없이 그의 캐리어 자랑으로 일관하고 있다. 나아가 그의 기부재단 설립에 대해 구체적으로 자랑한다. 그러나 좋은 일 하려면 정치하기 이전 순수하게 하지 왜 정치권 전면에 등장해 그의 주식이 4배 이상 뛰었을 때, 절반을 기부해 사실상 남 돈으로 재단을 만들고 자기지분 시세총액도 애초보다 늘어났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는 항간의 배후 의혹을 의식했는지 모처럼 MB 정부를 처음 구체적으로 비난했다. 4대강과 재벌개혁을 거론해 비판적으로 말했는데 이는 이제 이미 역사적 사실관계이지 굳이 비판의 대상도 되지 못하는 문제들이다.
그가 야권의 정책과 유사한 입장을 밝히고 4대강 문제를 지적했다고 해서 그의 배후에 대한 의혹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책에서 그가 가장 먼저 했어야 할 말은 제3당을 창당하든지,야권과 단일화에 나서겠다는 사회일반의 상식을 충족시키는 것이어야 했다. 또 『지지하는 혹은 기대하는 시민들의 열광에 부응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그 분들 뜻을 정확히 파악해야』는 식의 말장난은 그만했어야 했다. 그냥 향후 두세 달 지지도 더 보고 출마할 지 결정하겠다고 쉽게 말했어야 한다(요즘 우리사회에 쉬운 말 어렵게 하는 현상 중 상당수가 그의 책임이다) 지지도 여부에 따라 출마하겠다는 사람 대통령 시켜서 될는지 모르겠다.
또 그는 재벌개혁 문제에 대해 재벌오너와 그의 회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답답함을 느꼈다며 우호적 메시지를 보낸다. 어떻게 재벌회사와 재벌 오너는 분리하고 실체와 이미지를 분리시켜 사람은 미워도 그 사람의 회사는 미워하지 말자고 희귀한 곡해와 말장난을 하는가? 100년 뒤 소유와 경영의 분리 뒤에나 가능한 말을 지금 애써 하는 이유는 무슨 속셈인가?
인터뷰어 라는 사람은 안에 대해 불리한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안의 그럴싸한 말을 끄집어 내는 장단 맞추고 실마리 구실만 일관하고 있다. 이런 게 무슨 인터뷰인가? 그냥 혼자 떠들면 되지… 책 쓰기도 싫으니까 미리 기획에 맞추어 놓은 내용 짜집기 한 것인가? (재판 본에는 부디 입가에 손 깨물고 있는 사진이나 뺄 것을 조언한다)
6. 힐링캠프는 『정치캠프』가 되어 가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MB 당선이 확정되어 가자 오토바이 동원해 청계천 당선 환영장까지 MB 차량 쫓아가며 생중계 한 방송이, 이번 대선에 대선주자 예능에 불러 재미 보려 하는가? BH 비서실장도 자사 사장 보내놓고도 종편들로 인해 방송사가 위협받자 예능을 빙자한 『정치 쇼』를 통해 또 재미 보려 하는가? 두어 달 전 야권 2위권 대선주자 측근이 와서 하는 말이, 자기 후보가 『힐링캠프』 출연하려는데 도저히 『더 이상 정치인 출연이 없다며 안 시켜 준다』고 하소연 하는 것을 들었다. 왜 하려 하는지 물으니까 거기 출연하면 지지도가 5% 정도 뜰 것 같고, 이미 출연한 정치인 다 떴다고 말했다. 내가 볼 때 이 프로는 앞서 출연한 박근혜, 문재인은 다 양념이고 안철수가 『메인디쉬(main dish)』인 프로이다. 작년 연말 BH에 (이 방송 사장이 비서실장 갓 임명된 시점) 법륜 불러 『청춘 콘서트』했고 5월말에는 이 프로에 법륜이 출연했다. 그리고 김재동이 고정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이 연결고리만 봐도 이 프로는 오직 『안철수』 하나를 꽃 피우기 위해 지난 연말부터 그토록 분위기를 조성해온 것이다.
김두관, 손학규, 김문수는 출연이 허락 안되고 안철수는 되는 이유, 애써 안철수가 아직도 정치인이 아니라고 우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선관위와 방송통신위는 당장 이 수상한 『지지도 조작 프로』에 대해 선거법 위반과 공정성 위반으로 조사를 하여야 한다. 모든 시사프로에 찬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면서 이 예능을 빙자한 사이비 시사프로는 왜 방치하는가?
7. 이번 주에 여야당은 내부 경선을 시작하는데 그 직전과 주초에 안철수는 자서전을 찍고 『힐링캠프』에 출연한다.
여야의 흥행에 재 뿌리고 아슬아슬한 자신의 지지도를 고양시켜 특히 야권의 대선주자의 지지도를 흩뜨려 놓기 위한 목적임을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장담하건데 안의 부상을 위해 또 하나 추가로 필요한 부분은 여야에 여러 추가적 비리연루 의혹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야 모든 『계획』이 완결될 수 있는 자락이 깔리는 것이다.
안은 이번에 힐링캠프까지 등장하고 또 당분간 올림픽, 여야 경선 빙자하며 쑥 들어가 9월까지 잠잠한지 모른다. (일정 지지도가 유지된다는 전제하) 따지고 보면 안은 자기와 스폰서(?)의 수준에서 최선의 게임을 하고 있다.
문제는 안의 존재를 제 나름대로 해석해 이용해 먹으려다 당황하고 있는 멍청한 정치권에 있다. 게임의 규칙도, 심판도, 공정성도 없는 개판 한국 대선은 속는 사람이 멍청한 것이니 굳이 남 탓할 것도 없다.
8. 딱한 것은 권당 만 삼천원 하는 이 책을 사러 과거 반기문 자서전 때처럼, 서점에 줄을 서는 국민들이다.
『안철수의 생각』에는 안철수만의 생각은 거의 없다. 무협지적 영웅담과 초인의 성공담 외에 색다른 건 하나도 없다. 기존 민주당, 진보당, 시민사회(일부는 새누리까지)에서 수도 없이 해온 이야기이다. 다만 힘없는 몇몇 그에게 찍힌 서민과 그의 비판자들이 안주로 씹히고 있다. 같은 이야기가 스토리 텔러만 달라지니까 새로워 보이는 것이 저작권 문화가 없는 한국의 한계이다.
원숭이는 나무를 잘 타니까 나무에서 떨어지기도 하는 것이고 광대는 인기를 먹고 살다 인기가 떨어지면 폐인이 되기도 한다. 모든 일은 끝이 있는 법이고, 안철수 자신 말대로 많은 사람을 오랫동안 속일 수는 없는 것이다. 졸지에 음해를 한 사람이 되어버렸는데 음해 여부는 그의 말이 아닌 모든 사실관계가 가려진 뒤에 밝혀질 문제이다.
이제 내가 책을 써야 하는가? 아무리 읽어보고 생각해 봐도 지금 『힐링』이 필요한 당사자는 국민이 아니고 『정치캠프 방송』과 『안철수의 생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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