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가 사실, 떨거지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잖아요. 참회와 재활.
제가 나이 마흔에 포커를 처음 쳤어요. 좀 엉뚱한 얘기 같지만,
쳤는데 돈을 많이 잃었어요. 그래서 분해서 왜 졌을까를 생각을 해봤어요.
그래서 서점을 갔어요. 우리는 먹물들이라 뭘 모르면 이론에서 찾아야지.
그래서 책을 한 권 샀어요. 제목이 "포커 알면 이긴다."
요새 내 처지에 딱 맞는 책인데, 제1장의 제목이 '내가 하수임을 인정하라.'
포커를 배우려면 내가 하수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포커 꾼으로서 발전할 수 있는 전제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오늘 떨거지 특집인데, 오늘 우리들의 모든 논의는 "나는 떨거지다."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떨거지들이 모여 고담준론을 펴고 백날 아이디어를 내봤자 누가 떨거지들의 말을 들어주겠냐는 거에요.
그 점이 중요하고 모든 앞으로의 정치 일정, 또는 제 개인의 행보, 제가 속한 당의 행보를 생각할 때 기본 전제는 "우린 떨거지다." 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서 출발하자 이게 오늘 하고 싶은 얘기고요.
그 담에 오늘 두 분(노심) 말씀이 예전보다 진도가 엄청 많이 나간 말씀인데요. 몇 가지 우리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생각해야 할 명제들이 있다고 봐요.
1. 나는 떨거지다.(부정할 수 없다..)
2. 비정규직 해결, 반값 등록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보건 분야 공공성 확대 등등 진보 정치 세력이 지금까지 수십 년간 주장하고 노력해왔던 많은 의제들이 있어요. 근데 그 하나라도 바꿔 봤느냐는 거예요. 권력을 못 잡으면 아무것도 못 바꾼다, 이걸 확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정규직 관련 법안 한 조항이라도 바꾸려면 거기에 동의할 수 있는 세력이 국회 과반이 되어야 하고 정권을 잡아야 해요.
그러니까 이 얘기는 정치는 결과로 말한다. 결과를 내지 못하면 자격 없다. 그게 저는 굉장히 무겁게 다가옵니다.
3. 국민들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거나 행동하지도 않는다. 국민들은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우리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들이 내가 그러기를 바라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바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기대하거나 또는 그것을 전제로 정치할 권리가 없다.
요즘 저의 머리를 사로잡고 있는 몇 가지 생각들인데요.
진보통합 문제도 이 관점에서 보자는 거죠. 진보통합이든 대통합이든 이 모두가 논의되는 이유는 권력을 교체하자는 거죠. 그리고 이 권력을 교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사라져도 되고, 정계 은퇴를 해도 되고, 당을 해산해도 되고, 그리고 통합을 해도 되고, 뭐를 해도 다 된다고 생각해요. 순임금도 불리하면 독장사를 하고.
지금 진보 정치가 당면한, 저를 포함해서 - 전 요즘 진보로 반쯤 인정받은 거 같아요. 등급 심사 통과해서 -
정체성 중요하죠, 자존심 중요하죠, 자기 세력 중요하죠, 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정치인에게는 무엇보다도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만약 2012년에 의회 권력 교체와 정권 교체를 못 한다면 내가 아무리 잘난 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진보통합에 접근하는 저의 기본적인 입장은 어떤 통합도 좋다 입니다.
그것이 실제로 권력을 교체하고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사회를 개조해 나가는 데 확실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하지 못할 일은 없다.
진보 통합과 관련해서 보면 이런 거에요 좀 시원시원하게 하자.
국민들이 요구하는 거는 당신들이 힘을 모아서 권력을 바꾸라 이거에요. 나머지 문제는 니들이 알아서 해결하고, 이걸 해야 대중이 비로소 저들이 자기를 위하는 정치, 자기들의 꿈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소망을 이루어주기 위한 정치를 하는 사람이구나를 인정하게 되고, 국민의 지지는 그때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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