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는 대한민국 역사상 2주에 100만 국민서명을 받겠다는 시도도, 생각도, 결과도 없었다며 100만 서명 달성이라는 결과는 동네약국이 항상 국민들의 곁에 있었다는 사실의 반증이라고 평가했다.
경기도약은 18만5653장의 서명을 받아 회수율 91.1%를 기록했다. 인천시약도 3만4291장을 받아내 회수율 73.2%로 집계됐다.
반면 서울시약은 13만095장을 회수, 회수율 54%로 전국 16개 시도약사회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190%의 회수율을 기록한 부산시약은 무려 14만2551장의 서명지를 제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나머지 내용 생략. 기사 전문은 제목 클릭~)
내가 8월 5일에 서명 관련한 글을 올렸더라.( http://umz.kr/04lUP) 이 서명 운동에 동참해준 봉팔러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저 기사 댓글에도 나오지만 100만명이면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숫자이다. 여름 휴가 기간이었고 학생들 방학이었던 걸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라 아니할 수 없다.
개정 약사법은 내일까지 입법 예고를 한다. 국회에 제출하면 먼저 보건복지 위원회 법안 소위에서 심사를 하겠지. 위원장이 의협 회장 출신이며 한나라당 소속인 신상진이라 기분 나쁘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에게 기대를 한다. 상황이 그렇게 되었다.
나도 이런 저런 소리 들어가며 엄살도 부리고, 살짝 협박성 발언도 하고, 진실을 알라며 아는 척도 하면서 서명을 받았다. 처방 조제하면서 서명 받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안내문만 써놓고 알아서 자발적으로 서명해주십사 해서는 한 달이 지난들 열명도 못받았을 것이다. 말이 통할 것 같은 사람한테 서명지를 손으로 가리키며 서명을 부탁해야만 "이게 뭐에요?"하며 반응이 오는 것이다. 그만큼 무관심하기도 하고 내용을 잘 모르기도 하다는 것이다.
동료 약사들 얘길 들어보면 고객이 주로 어떤 세대층인가에 따라 반응이 다른 것 같았다. 나이 드신 분들에겐 약을 수퍼에서 판다는게 비상식으로 들리기에 정부에 대해 같이 화를 내주고 성토하는 분위기였고, 나처럼 비교적 젊은 애기 엄마 아빠들이 주고객층인 곳에서는 역시나 '수원 깍쟁이' 소리가 절로 나올 분위기였다. 거주지로 본 차이점도 분명했다. 비교적 중산층 이상이 사는 아파트 거주민과 재개발 지역 인근에 사는 사람들의 서명 참여도가 달랐다. 그들은 나에게 따지기도 했다. 주로 두 가지였다. 그래서 내가 반박문을 써서 읽어보라고 대기 의자에 뒀다. 읽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았지만, 따지는 사람 많으면 바쁠 때 일일이 설명을 못하니까 그걸 읽어보라고 할 참이었던 거다.
이래서 약국 외 판매를 찬성한다고요?
1. 밤늦게나 주말, 공휴일에 문을 열지 않잖아?
==> 그럴 때 집 앞 슈퍼에서 약 사고 싶으세요? 미안하지만 법이 바뀌어도 일반 슈퍼에서는 약을 팔기가 어렵습니다. 24시간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만 팔게 될 겁니다. 동네 슈퍼가 약 팔기 위해 24시간 근무하고 시스템을 갖출 정도라면 약국들이 약사를 고용해서라도 24시간 문을 열겠죠. 인건비는커녕 전기세도 안 나오는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국민들이 ‘불편, 불편’ 말하지만 과장된 면이 있으며 실제로 수요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인식전환이 필요합니다. 왜 꼭 밤에 약국이 열려 있어야 한다 생각하나요? ‘상비약‘이라 함은 갑자기 일어나는 일에 대비하는 거니 미리 갖추는 것이고요(불난 뒤에 소화기 사러 가는 거 아니잖아요?), ’응급상황‘에는 약국이 아니라 병원에 가야 하는 겁니다. 밤에 병원 가려면 비싼 ’응급실‘을 가야 하는 게 정당합니까? 우리가 건강보험료를 내는 것은 이런 불편함을 없애 달라고 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다면 정부에 요구해야 합니다. 밤에도 갈 수 있는 병원을 만들어 달라고요. 아니면, 동네 의원과 약국이 같이 당번제를 하도록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요.
이런 걸 안하고 단편적 사고로 ‘약국 문 닫아서 불편하니 24시간 문이 열려있는 편의점에서 약을 팔자’고 하는 것은 소 잡는 칼로 닭 잡는 꼴이고,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일입니다.
밤이나 휴일에 필요한 약은 얼마 되지 않으나 24시간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약을 사게 되면 동네 약국들 상당수는 폐업해야 합니다. 국민들은 낮엔 약국에서 약 사고 약국이 문 닫는 시간엔 편의점에서 사면 좋겠다는 계산이겠으나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편의점이 꼭 필요한 겁니까, 약국이 꼭 필요한 겁니까? 일반약 약국 외 판매를 찬성하시는 여러분들은 지금 본인의 건강을 위해 약국 대신 편의점을 선택하시는 겁니다. 현명한 선택 맞습니까? 2. 복약지도도 안하는데 약국에서 사나 편의점에서 사나 똑같잖아?
==> 복약지도가 필요한가요? 언론은 이미 정권 나팔수가 다 되었습니다. 언론에서 일반약 약국 외 판매를 부추기려 빌미를 찾느라 ‘복약지도’란 것을 끄집어냈고 약사들의 약점을 찾아 부각시키느라 혈안이 되었는데 순진한 많은 국민들은 그게 진실인줄 알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고 통탄할 일입니다.
이전에 복약지도 안 받아서 치명적인 사고가 자주 있었습니까? 그것도 처방약 말고 ‘일반약’에서 말입니다. 솔직히 약국에 와서 “뭐 주세요” 하는 분들, “왜 드세요?”라고 질문하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 않았나요? ‘달라면 줄 것이지 왜 물어? 내가 원하는 거 말고 다른 걸로 바꿔 주려고 묻는 거 아냐?’ 이런 표정 아니었나요? 그런데 지금은 “내가 뭘 달라 할 때 왜 먹냐고 물어보는 약사 하나도 없더라”며 불만 폭증을 드러냅니다. 그런 거 원하신다면 “뭐 주세요”가 아니라 “제가 이러 저러해서 뭐 먹으려 하니까 주세요”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반약 복약지도란 건 “제가 어디가 어떻게 불편한데 뭘 먹으면 좋을까요?”라고 물을 때 약을 선택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특정약을 지명해 달라고 하면서 그 약에 대한 궁금증이나, 본인이 다른 약을 먹고 있는데 같이 먹어도 되냐는 것 등 궁금한 것을 질문했을 때 설명해주는 것을 말하는 거지, “뭐 주세요” 했는데 “왜 먹냐? 이 약은 어떻고 저떻다”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란 겁니다.
그러니, “달라는 거 아무 말 없이 그냥 주면서 뭐 잘했다고 약은 약사만 팔아야 한다고 그러냐?”고 화낼 일이 아닙니다. 본인이 필요해 잘 알려진 진통제 한 통 사는 거야 어디서 사든 상관없겠지만, 다른 약과의 상호작용이나 궁금한 것이 있을 때 편의점 알바에게 질문하면 대답해 주겠습니까, 약사에게 질문하면 대답해주겠습니까? 이 이유 역시 그저 순진한 국민을 상대로 감정적 선동을 하기 위한 언론의 얄팍한 주장일 뿐입니다.
그러나 찬성하는 이들은 이 글을 읽고도 "그건 견해 차가 있지만..." 이러며 내 주장에 절대 수긍하지 않았고 서명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영리병원 얘기를 해줘도 절대 놀라지 않았다. 아무튼 '나'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주의의 전형을 보았다.
하지만, 서명을 받으면서 분명 죄송스럽고 염치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면도 없잖아 있었다. 해서 나는 약사들이 보는 어떤 게시판에 이런 글을 썼었다.
오늘 다시 서명 받기 시작하면서 사진처럼 했습니다.
솔직히 처음부터 서명지 내용이 좀 아쉬웠었습니다. 국민은 불편한 점이 분명 존재하기에 정부가 시작하니 '얼씨구나 좋다' 하며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약사들은 그런 정부 비난만 하고 정부 탓만 하고, 정부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글이니까요.
물론 이 정부가 미친 정부이고 철학과 상식이 부재한 정부 맞습니다만, 국민이 약사에게 품는 불만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제시한 대안(해법)은 [휴일심야의 약 구입 해소는 지역보건의료센테(보건소 등)가 해법입니다]라며 그건 정부 책임이라고만 했죠.
국민에겐 아직 먼 얘기이니 바로 와닿을 수가 없을 겁니다. 국민이 가장 많이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심야와 휴일에 약국이 모두 문을 닫는 것과 언론의 선동용이긴 했지만 복약지도에 대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눈 앞의 일이라면 공공진료 얘긴 십리 아니라 백리 앞의 얘기인 셈이고요. 그러니 우리는 눈 앞의 문제에 대해 먼저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고 그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사진에서처럼 1. 당번약국 제대로 실시하고(약국마다 당번 약국 안내문 확실히 부착하고), 2. 복약지도를 좀 더 충실히 하겠다고, 그렇게 노력해 가겠다고 하면 될 일입니다.
어쨌든 국민이 보기엔, 원인 제공을 약사가 했는데 약사는 아무 것도 하겠다는 말이 없이 서명만 해달라하니 염치없게도 보일 수 있지요. 약사 입장에서야 많이 억울하고, 정부의 정책과 제도의 오류 속에 희생되는 것 같지만 일반인이 보기엔 약에 대한 독점으로 밥그릇만 유지하려 하는 탐욕으로 비칠 수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우리는 위기감을 느끼며 변하고자 하잖아요. 우리 반은 당번약국 하자며 조까지 짜놓았고, 수원시약만 해도 복약지도 토론방 개설 등의 실천을 하고 있으며 데일리팜에는 복약지도 스티커를 만든 분회 기사도 있지요. 이런 우리의 의지, 반성에 대해 알릴 필요도 있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제부로 서명 받기 운동을 마감하면서 조금의 후회와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이 되었다. 후회는, 나의 능력있는 옆지기한테 "진작 나한테 서명 받아 오라 했으면 내가 500명도 받아줄 수 있는데"라는 말을 들어서였고(하지만 회사 문제로 머리 아파 할 때였고, 여름 휴가 기간이 겹쳐서 부담주기 싫었음) 내 나름 노력을 해서 목표치 이상의 서명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 결과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있다.
동시에 떠오르는 의문이 생겼다. 도대체 '이기적, 이타적, 자기합리화'란 것의 경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약사인 우리는 약에 대한 안전성과 기타 배경 등을 내세워 이 개정법을 반대하고 있으며, 서명 안하는 사람들을 '뺀질이'니 '깍쟁이'니 부르면서 이기적인 사람으로 몰기도 하고, 서명 운동에 동참하지 않는 문전약국이나 층약국 약사들을 향해 '내부 적, 이기적, 새머리' 등의 단어를 동원해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이기적이지 않은 걸까? 우리의 생존권이 달려 있기에 솔직히 밥그릇 지키려는 노력의 일환인 면도 있는 건데 이건 이기적이지 않을 걸까? 이런 이유도 있지만 더 큰 공공의 이유를 내세워 자기 합리화를 하는 건 아닐까? 이기적인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민 건강을 위한다는 이타심의 발로라고 스스로 합리화하면서 나는 정당하고, 이에 협조하지 않으면 이기적인 것으로 모는 것은 아닐까?
아무튼, 앞으로 약사들에겐 많은 숙제가 주어진 것 같다.
약사법이 개정되지 않고 잘 지켜진다면 봉팔러들은 정부에게 강력히 요구하기 바란다. 유시민 제안 내용과 같은 공공진료체계를 마련하라고. 또, 당번의원제와 당번약국제를 강력히 시행하라고. 당번약국제만 해서는 안된다, 꼭 같이 하라고 해야 한다. 야간과 공휴일의 진료 공백은 약국만 문을 열어선 해결이 안된다. 맹장염으로 배아픈데 진통제만 사먹고 병을 키울 순 없지 않은가! 응급실 이전에 1차 의료기관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
이 정부는 '선진화'란 이름을 내세워 공공 보건 시스템을 망가뜨리려 하고 있다. 우리 이웃에 있는 약국과 의원인 1차 보건의료 시스템이 풍전등화의 순간에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경제 논리로 풀어서는 안되고, 대기업과 대자본의 손에 넘겨서는 안된다. 국민 스스로, 자기 건강과 안전에 대한 방패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이 미친 정부의 삽질로부터 지켜야 한다. 시민의 수준만큼 그 사회의 정치, 문화와 권리, 제도가 주어진다.
긴 글 써서 미안하고, 다시 한번 서명해준 국민에게 감사드린다. 9월 정기국회에서 약사법이 통과되지 않도록 끝까지 관심 갖고 지켜봐주고, 시간이 되면 야당에 압박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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