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연리가 도둑질을 했다. 그리고 딱 걸렸다. 안방청소를 하다가 애엄마가 장롱 밑에서 뭔가를 찾아냈다. “앵그리버드 시계” 시계줄이 플라스틱 자석으로 되어있어서 일자로 쫙 펴졌다가 손목에 탁 놓으면 저절로 감기는 요새 유행하는 신상품인가 보다. 애엄마가 시계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 연리를 불렀다. “이 시계 ... 어린이집에서 연리가 가져온 거야?” “(급당황) ... 어, 그 시계 ... 혜린이가 줬어 ...” “혜린이가? ... 왜? ... ” “ ... 그, 그냥 ... 선물로 줬어 ...” “ ... 내일 혜린이한테 고맙지만 됐다고 다시 돌려줘 ... 혜린이 부모님께서 사주셨을 텐데 ... 부모님께서 속상하시겠다 ...” “ ... ” 그리고 애엄마가 슬쩍 떠본다. “내일 엄마하고 같이 어린이집에 가서 혜린이한테 시계 돌려주자 ... 어때?” 연리가 ... 사색이 됐다. “ ... 그냥 ... 혜린이한테 말 안하고 ... 사물함에 넣어놓으면 안될까?” “ ... 혜린이가 연리 줬다면서? ... 왜 말을 안하고 돌려줘? ...” 연리는 눈물과 함께 자백을 했다. “ ... 엉엉엉 ... 내가 ... 엉엉엉 ... 너무 갖고 싶어서 ... 엉엉엉 ... 혜린이한테 말 안하고 ... 엉엉엉 ... 가져왔어 ... 엉어엉 ... 으엉엉엉 ... “ 꼬리를 잡힌 범인은 수사관(엄마)한테 안겼다가 ... 다시 떨어져서 울었다가 ... 엄마가 뭐라고 한마디 하면 다시 울면서 안겼다가 ... 난리도 아니다. 취조받는 피의자가 저렇게 수사관한테 안겨도 되는가? ... 항의를 하려다 잠자코 지켜보기로 했다. “내일 ... 혜린이한테 가서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직접 물건 돌려줘 ...” “... 엉엉엉 ... 혜린이 사물함에 몰래 넣어놓으면 안될까 ... 엉엉엉 ...” “안돼! ... 그건 또 거짓말하는거야 ...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시계 돌려줘” “엉엉엉 ... 그러면 혜린이가 선생님한테 말할지도 모르고 ... 그러면 친구들이 다 알게 될텐데 ... 엉엉엉 ... ” 물건을 훔친 것이 친구들한테 알려지면 챙피하고 쪽팔린 것도 있지만, 도둑이라고 친구들한테 낙인이 찍히면 참 ... 저도 어린이집에서 사회생활을 해야하는데 ... 골치 아프겠지. 연리는 거실에 나가 엉엉엉 울고 있고 ... 애엄마랑 어떻게 할 지 잠깐 의논을 했다. 1.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남의 물건에 손대는 버릇(?)을 잡자. 2. 연리가 직접 혜린이한테 사과하고 시계를 돌려주게 하자. 3. 혜린이한테 확실하게 사과하고 시계를 돌려줬는지 확인하자. (사과가 힘들어서 혜린이 사물함에 시계를 몰래 넣어놓을 수도 있으니까) 4. 확인과정을 위해 선생님께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되, 반 친구들까지 다 알게 돼서 연리가 너무 상처받지는 않도록 하자. 거실에 나가보니 연리가 엎드려서 울고 있었다. 한마디 안할 수가 없었다. “연리야, 옷 입어라 ... 아빠랑 경찰서 가자! ...” 연리의 울음소리가 커졌다. 사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필통에서 연필깎기가 나왔는데 못 보던 물건이어서 애엄마가 어디서 났느냐고 물었다. 연리가 자기 물건이랑 친구 연필깎이랑 바꿨다고 얘기해서 ... 살짝 미심쩍었지만 ... 어린이집에서 친구들끼리 서로 학용품 바꾸는 게 유행이라는 선생님 말씀을 들은 적도 있어서 ... 더 이상 추궁은 못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딱 걸린 거다. 연리는 시계를 훔쳐와서 장롱밑에 숨겨두었다가 ...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도둑질 ... 나 역시 어렸을 때 남의 물건을 훔친 적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짝꿍이 아빠가 사다주신 거라며 샤프펜슬을 가지고 와서 자랑을 했다. 샤프펜슬을 살 형편이 안됐던 나는 너무 너무 부러웠다. 어느날, 교실 바닥에 짝꿍의 샤프 펜슬이 떨어져 있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 슬쩍 가방에 집어넣었다. 그때부터 가슴이 콩닥콩닥 ... 심장소리가 들릴까봐 숨도 제대로 못 쉬고 ... 근데 이 친구가 그날 하루종일 샤프펜슬을 찾는 거다. 옆에서 그걸 보고 있자니 ... 들킬까봐 걱정도 되고 ... 물론 나도 옆에서 샤프펜슬 찾아주는 시늉을 했다. 집에 갈 때 까지 샤프펜슬을 찾아 헤매는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내가 가져갔다고 말하고 싶어질 지경이었다. 화장실도 안가고 슬퍼하니 ... 다시 돌려줄 틈조차 없었다. 집에 와서 몰래 샤프펜슬로 글씨를 써봤다. 걍 쓰무쓰하게 잘도 써졌다 ... 그날밤 누군가에게 쫓기는 악몽을 꾸고 ... 다음날 ... 짝꿍이 화장실 간 틈을 타서 짝꿍 책상 다리 부근에 슬며시 놓아두었다 ... 다른 친구들이 혹시 볼까 가슴이 콩닥콩닥 ... 짝꿍이 화장실에서 오자 샤프를 가리키며 저거 네 샤프 아니냐고 친절하게 알려주기까지 했다 ... 아마, 짝꿍은 샤프를 찾아줘서 고맙다고 했던 것 같다 ... 도둑놈이 물건 돌려주고 고맙다는 인사치레까지 받았다 ... (아, 뭘 그런 걸 가지고) ... 그럼 그 뒤로는 도둑질을 하지 않았을까? 한 번 더 했다. 5학년 무렵 ...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사다가 갑자기 스릴(?)을 한 번 만끽하고 싶어서 ... 츄파츕스 한 개를 몰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 완전범죄라고 생각했는데 ... 주인아저씨가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는지 감쪽같이 알고 ... “학상 ... 주머니에 방금 집어넣은 거 뭐여? ... ” ... 츄파춥스 다시 토해내고 ... 개쪽을 당했다. 그 뒤로는 ... 물건을 훔친 기억이 나지 않는다 ... 기억이 ... 나지 ... 않는다. 아, 물론 생각해보니 그 뒤로도 훔친 적이 있다. 수많은 여인들의 ... 마음을 ... 
혜린이 사물함에서 시계를 몰래 가지고 올 때 가슴이 얼마나 콩닥콩닥했을까? ... 샤프펜슬 사건을 생각해보면 ... 같은 전과자입장에서 ... 연리가 몰래 사물함에 넣어놓겠다고 말하는 심정이 이해는 간다. 하지만 도둑질한 것을 엄마, 아빠가 안 이상 몰래 넣어두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빠도 너처럼 물건을 훔친 적이 있다고 말할까 하다가 ... 내가 직접 사과를 한 것도 아니고 ... 내 도둑질 스토리에 무슨 교훈이 있는 것도 아니고 ... 쪽 팔리기도 하고 ... 암말 안했다. 잠자기 전, 연리가 뽀뽀를 하러 왔을 때 ... 뭐라고 한마디 할까 하다가 ... 애엄마한테 야단을 맞은 것도 있고 ... 또 1년 동안 흘릴 눈물을 하룻밤 새에 쏟은 통에 살짝 파김치가 돼 있어서 ... 그냥 안아줬다. “아빠는 연리 믿는다 ... 다시는 남의 물건에 손대지 않을거지? ...” “(끄덕끄덕) ...” “바늘소둑이 무슨 도둑된다고 했지? ...” “... 소도둑 ...” “시계도둑은 그럼 무슨 도둑이 될까? ...” “(도리도리) ... 무슨 도둑이 되는데? ...” “ ... 음 ...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놈 ...” ... 글쎄, 이게 마지막 도둑질일까? ...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 도둑질한 벌로 애엄마가 저녁마다 읽어주던 동화책도 읽어주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읽어달라고 졸랐을텐데 지은 죄가 있어서 찍소리 못하고 ... 닭똥같은 눈물만 흘리다 ... 잠이 들었다. 동화책에서 도둑질한 사람들의 말로가 어떻게 됐는지 잘 알텐데 ... 우리 연리가 왜 그랬을까? ... 아이들이 남의 물건에 손대는 것은 홍역처럼 한 번 겪어야 할 일인 모양이다. 물론 평생 단 한 번도 도둑질을 하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연리와 나 ... 닮았다 ... 도둑적 부녀 ... 부디, 연리가 ...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 아니, 소도둑이 되지 않기를 ... “연리야 ... 아빠도 훔쳐봐서 아는데 ... 훔쳐서 좋은 건 ... 사람의 ‘마음’ 뿐이란다 ...”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2-11-04 06:49:18 생활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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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박봉팔닷컴 - http://www.parkbongpal.com/bbs/board.php?bo_table=B03&wr_id=76224
찌르르하다..... 연리가 너무도 이해되고 가슴 아플라한다.
어릴적 나도 울집 가게에서 사과를 훔친 적있거등.
물론 부모몰래 삼촌, 친구 등한테 이것저것 많이 훔쳐 주기도 했지만...
우짜든 내가 먹을라고 훔쳤다가 들통이 난 건 처음이었지.
지금도 사과는 미치도록 좋아하는디... 그때 사과가 비쌌거등.
훔쳐먹을요량으로 식구들 밥묵는 걸 보고 난 얼릉 비어있는 가게로 가선 하나 슬쩍~
근디, 그걸 동네 얄미운아저씨가 보고선 큰소리로 '여기 딸래미가 사과 훔쳐가요! 도둑이요!'
고래고래 외치는 거야.
울아부지 날 꽁꽁 묶어선 바다에 던져뿔라하드라니깐
평생 맞아야 할 매를 그때 다 맞았고,
늘 헤엄치며 놀던 바다가 그리 무섭게 느껴진건 또 첨이었어.
그뒤로 어쨌냐고?........ 그리 동네 개쪽을 당하고 수치심에 몸을 떨었는디
울집꺼니깐 봐줘도 되는 거 아닌가?하는.... 어린맘에 부모가 야속하고.. 딱 죽고싶더라고
다시는, 네버, 절대, 훔치지 못했지. 너무 끔찍해서.....
커가면서 그런 부모한테 고맙더라........... 내가 너그러운 거지?? 응??.....ㅋㅋㅋㅋ
연리의 울음이 생각보단 깊게 패일거야..
하지만 그래서 더 단단해지고 현명한 판단을 해나갈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