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아는 한국친구를 통해 일본인 유학생을 소개 받은적이 있는데. 얘가 나랑 동갑이었는지 한살 적었는지 몰겠지만 캐나다 알버타주 어느 시골 농장에서 6개월간 일하며 홈스테이 하면서 영어 배우다가 벤쿠버로 이주해온 늠이었는데 농장에서 배운 영어 덕분인지 아주 생소한 단어를 구사했고 예를 들면 배추종류, 콩종류, 무우종류 등등을 다 알고 농기계류 이름이나 노가다 언어들 다 알고; 뭐 실생활에 별 도움 안되는 그런 영어를 배우다가 벤쿠버에 다른 문화를 느끼러 온거야.
일본서 오사카대학 핵공학인가 뭔가 전공하다 휴학하고 첨 외국에 나온거지. 아무튼 똑똑한걸 봐선 수재임엔 틀림없다. 얼굴도 나처럼 좀 잘생겨서 아주 호감가는 친구였는데^^ 하루는 이 늠이 저녁때쯤되서 우리집에 불쑥 놀러 온거야. 대부분 일본인들은 미리 연락 주고 허락 받고 오는데 임마는 그냥 띵똥~ 하면서 왔다. 오자마자 밥안먹냐고 배고파 죽겠다고 밥먹자고 희한한 늠이다, 빈손으로 온 주제에 뻔치도 좋지.
요리 해줄까 생각하다 귀찮기도 하고, 코리안 라면 끓여 먹자고 하니 좋단다. 자긴 한국라면 첨 먹어 보는데 도전해 보겠단다. 무슨 도전100곡도 아니고; 신라면 두 봉다리 뜯어서 파좀 썰어넣고 계란 하나 깨서 같이 먹었는데 도데체 한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습니까? 쩝쩝
하고 묻는데 지랄한다 니 미워서 라면 끓여준거다 자슥아 할려다가 우리 한국 사람들은 입이 고급이어서 그래^^ 하고 웃어주었다. 식은밥 말아먹기 까지 가르쳐 줄라 하다 참았지.
혼또니 딜리샤스. 그레이또~ 스파이시 벗 그레이또~ 하면서 잘 먹더구만,,
그러다 티비 좀 보며 놀다가 집에 간다면서 하는 소리가
아까 그 남은 국물 좀 싸주시면 안되겠습니까?
그래서 통에 담아줘서 보냈다. 혼자 사니깐 밥이라도 제때 챙겨 먹겠나 싶더라구.
그리고 그 담날 그 라면 이름과 파는 곳을 가르쳐 달래서 한국수퍼나 일본수퍼가면 빨간거 있다 그거 사면 된다고 가르쳐 주고
한 보름 됐나 또 만났는데 자기는 매일 저녁을 코리안라면으로 먹는데 그 낙으로 산다고,, 아침에 일어나면 저녁에 먹을 라면 생각으로 하루가 즐겁다고,, 난 한국라면의 참맛을 알아 낼테다! 하는데 이쯤되면 오덕후 기질을 보이는거지.
그러다 한 두달쯤 지나서 또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가게에서 파는 한국라면은 다 먹어 봤어. 직접 한국에서 공수 해 온 라면들도 한국 친구들 통해 얻어 먹어 봤고, 근데 수출용과 한국 현지에서 파는 라면 맛이 다르더라, 이런거 까지 알아낸거야,, 그러면서 라면으로 할수있는 요리 방법이란 방법은 다 써가며 어떻게 하면 가장 맛있는 라면을 끓여 먹을수 있을까?? 그 시간 동안 고민했다더군,, 자슥이 코리안 군대의 라면맛을 알겠나 싶었다 ㅋㅋ 라면에 겨자넣어 끓이기, 계란 후라이해서 얹어먹기, 된장, 카레가루, 가쓰오부시도 넣어보고, 각종 채소들 넣기, 물 양조절 등등등 여튼 별 희한한 방법으로 완전 연구를 했던거야.
몇달이 더 흘러 이 친구가 일본으로 돌아갈때가 됐는데 일본가면 못 보니깐 마지막으로 친구들 다 같이 저녁 먹자고 초대했더랬다. 캔맥주에 데낄라 한병 사들고 집에 찾아갔지,
혼자 뭘 자꾸 만들고 있던데 어디서 많이 맡아본 냄새가 나는거야. 라면 끓이고 있는거지. 종류도 다양하게 스프물에 얼음 동동 띄워서 냉라면도 만들고 라면 사리 미역에 식초 넣고 스프 뿌려 버무리고(이건 뭥미) 하다못해 팅팅 불게 삶아서 치즈 뿌리고 오븐에서 갓 구워낸 라면빵도 있더라.
야 임마 우리 라면 먹으러 온거 아니야~ 재패니즈 푸드를 다오!
여튼 니글거리는 속을 데낄라로 달래면서 배부르게 잘 먹고 한가지 물어 봤다.
그래 니가 여태껏 먹어본 라면중에 어떻게 끓인게 젤 맛있디? 하니깐
잠시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하더니 자기는 한국라면맛의 완성판을 알았데,,
그건 바로 봉지 뒤에 명시하고있는 래시피를 완벽하게 지키고! 라면에 그 어떤 해꼬지도 하지 않으며! 면과 스프만 넣고 끓여 먹는 것이다!
하며 삶에 진리를 터득이나 한 듯 우쭐해져서 눈밑이 촉촉 해질라 하더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자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
니가 드디어 한국라면의 참맛을 알았구나 ㅠㅜ 같이 울뻔
그 후로 이 친구는 일본으로 돌아갔고 한 동안 메일 주고 받고 했는데 방학땐 한국까지 가서 분식집으로 라면 먹으러 다녔단다. 이젠 딴 사람이 끓여주는 라면맛까지 안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도 먹고 있는진 몰겠지만 그 늠의 탐구 정신과 한국 라면 사랑은 가히 세계 최고라 자부함. 세상엔 참 별 희한한 사람들이 많다,,
앤드기자글 보고 번개같이 지나가는 기억을 붙잡아서 숟가락 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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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임마 우리 라면 먹으러 온거 아니야~ 재패니즈 푸드를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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