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주말이면 찾게되는 내 친구의 집, 저녁차림은 갓 무쳐 온기가 체 가시지 않은 각종 햇나물들과 함께 정성스레 옷입혀 튀긴 해물들을 비롯 어느새 무르익은 술자리에서 자칫 간과되기 쉬운 영양을 마저 채워주는 신선로의 배려까지 상다리가 휠 정도의 융숭한 대접을 자랑한다. 주는 거 없이도 나를 불러주는 친구가 감사하고, 또 싫은 내색하나 없이 늘 아름다운 저녁으로 천마디말을 대신하는, 실로 너무도 정숙한 친구의 아내에게 더 없이 감사하는 날들이다. 음식을 통해 말없이 전해지는 그녀의 따뜻한 마음위로, 차마 할 수 없었던 몇가지 말들을 <박봉팔닷컴>생활방을 빌어 대신하고자 한다.
1) 데니크레인 : 이만하면 충분해요. 제수씨도 어여와 앉아요. 정숙한친구아내: 네..거기 차가운 곳에 앉지 마시고...자부동 위에 앉으셔요.... 데니크레인 : 음..........
*역: 자부동(ざぶとん) 일본의 가옥문화인 다다미(마룻바닥)에 필요한 방석을 뜻하는 일본어. 방석깔고 앉아 술마시는 고급요정집을 '자부동집'이라고 일컬었으며, 군사정권 시절 대통령이 노인들을 위해 “자부동 가져와! 자부동!”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뉴스에 그대로 나와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중앙일보, 2011.10.1
2) 데니크레인 : 제수씨, 저 상관 없으니 저것 버리시고 새거 하나 사셔요. 정숙한친구아내: 아네요..누가 사주신 건데요...함부로 버리겠어요.... 단스는 적어도 20년은 써야죠. 데니크레인 : 음..........
*역: 단스(たん-す) 장롱, 옷장 내지는 문갑을 나타내는 일본어. 일제시대 어르신들의 영향을 받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3) 데니크레인 : 신선로 육수가 참 맛나네요. 정숙한친구아내: 아네요..감사히 잘 드셔주시니...제가 더 고맙죠. 육수가 부족하네요, 마오병에 든 육수 가져 올께요. 데니크레인 : 음..........
*역: 마호병(まほうびん) '마법'이란 뜻의 일본어 마호(魔法)를 뜻하며, 말그래로 '마법의병'을 뜻한다. 역시, 일제 식민지 시대 어르신들의 영향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며, 오늘날 한국에서는 '보온병', '포탄', '폭탄' 내지는 '안상수'를 뜻하는 말로 흔히 사용되고 있다.
4) 데니크레인 : 정말 덕분에 또 잘 먹었습니다. 상은 제가 들겠습니다. 정숙한친구아내: 아..괜찮아요...괜찮은데....그러시면.... 저쪽 정지 에 그냥 아무렇게 두시면 고맙겠습니다. 데니크레인 : 음..........
*역: 정지(凈地) '부엌'을 뜻하는 경상도 방언. ‘솥이 걸린 부엌’이란 의미의 ‘정주(鼎廚)’에서 변화된 말. 16세기 <신중유합>의 불교설화에 의거, ‘정지(鼎地)’로 보기도 한다.
5) 데니크레인 : 어..취한다..친구야 잘 먹었다. 제수씨 너무 고맙습니다..꺼억. 정숙한친구아내남편: 새끼야, 요 앞에 노래방가서 한잔 더빨자. 내 방잡아 놨다. 정숙한친구아내 : 여보...데니크레인님, 많이 취하신거 같은데.... 만다그랬어요? 데니크레인 : 음..........
*역: 만다 '뭐한다' '뭐하느라' '왜'를 뜻하는 의문 대명사로 사용되는 경상도 방언. 영어로 표현하자면 'so what' 'what for''why' 'oh, jesus' 등과 유사한 의미로, 영어 사용시에 'oh, shit!'과 같은 감탄사와 함께 쓰면 더욱 의미가 근접해진다.
이 글에 정치적 의도나 손익계산 따위는 없다, 그래서 생활방이다. 고품격 따위도 없다, 내가 쓰는 글이 다 그렇지뭐. 그저 아주 조금이라도 웃길수만 있다면 내 몸쌀을 팔겠다.
*역: 쌀을 판다. 지주와 소작농에 얽힌 역사적 관점으로 보자면, 소작인들을 통해 쌀을 걷는 지주들은 늘 쌀이 넘치기 때문에 쌀을 사야하는 이유가 없었으므로 쌀을 판다라는 의미는 남아돈 쌀을 내가 팔 정도로 부유하다라는 관점에서 해석되고 있다. 부유하고 넉넉함을 상징하는 반어법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화폐가 없었던 시기의 쌀은 물물교환으로서의 대단한 지위를 얻었던 사실은 널리 잘 알려진 사실이다 - 네이버의 어느 지식인-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2-05-02 04:52:40 월간박봉팔닷컴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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