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가?"
우리 집에는 이제 엄니랑 나랑 둘 뿐이다.
(참,사랑스런 고냥이, 뽀미도 있군!)
오전 중에 치료차 서울에 한번 다녀오면,
오후는 별일없는 한 엄니와 둘이 지낸다. 매일매일이 별로 다르지 않다. 소위 죽는다는 병에 걸리고 나니,
나는 오히려 정돈되고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그 느낌이 싫지만은 않고...
근데.. 엄마와의 관계는 잘 풀리지 않았다. 엄마는 어느 순간 너무 예민하고, 어떤 순간엔 딸이 아프다는 걸 아예 잊어버리신듯,
별 것도 아닌 것에 잔소리를 그치지 않고 막무가내 거칠어지셨다.
그러면서도 '엄마는 영원한 엄마다. 니가 엄마 맘을 어떻게 알겠니? '를
진리처럼 한번씩 강조하셨다.
그런 엄마가 밤에 둘이 앉아 TV를 보다가
내가 화장실이라도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영락없이 '어디 가?' 하신다. 그러면 나는 짜증이 훅 올라오곤 했다. 아씨.. 집구석에서 가면 어딜 간다구...
그런데 이삼일 전에는 "어디 가?" 하며 쳐다보는 엄마의 눈길에서
갑자기 한 아이를 봤다.
사직한 이후,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엄마와 내가 부딪히곤 했던 이유.. 엄마는, 아직도 날 꼼짝 못하게 요리(?)하려고 하고,
나는, 이 나이에 이젠 제발 어른 취급 좀 해달라는 지점에서
부딪히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엄니는, 의지하고 있던 딸을 이제 놓쳐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표현된 것이었고
나는, 내가 이렇게 중한 병인데 무조건적으로 엄마가 돌봐줘야지..
하는 마음이 충돌하곤 했던 거다. 서로의 관계에 있어서는 둘 다 아직 과정에 있었던 거다. 성숙을 위한..
마음이 급부들부들해졌다..^^ 엄마가 시시콜콜 상황에 맞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는 얘기를 길게 길게 늘어놓으셔도, 난 이제 엄마 안에 있는 아이를 느끼며, 마치 내가 엄마의 엄마가 된 듯이 착하게 웃으며 엄마와 눈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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