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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중에는 가족이 자주 찾아오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특히 보호자가 멀리 타지역에서 생업을 할 경우엔 명절때나 되야 가족을 만날 수 있다. 그래도 한번씩 가족들이 오고 간 이후엔 확실히 할매들의 얼굴이 환해져 있다. 적지만 몇푼이라도 용돈을 쥐어준 날엔 나에게까지 요양병원공식음료수인 요구르트와 두유가 몇병 생긴다. 처음엔 이런걸 얻어먹는게 괜히 미안했는데 잘 받아 꿀걱꿀걱 마셔주는게 할매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것임을 곧 알게 되었다. 요즘은 회진돌고 나서 상납된(?) 요구르트가 없으면 괜히 섭섭하다.
환자중에 학교선생님을 하다가 뇌졸중이 와서 왼쪽상하지를 쓰지 못하여 거의 와상생활을 하는 50대 중반의 아저씨가 있다. 그런데 이 아저씨가 아마도 여기 환자중에 가장 행복한 환자일 것이다. 그의 부인이 거의 매일같이 아침마다 오토바이를 타고 면회를 오기 때문이다. 아줌마는 똥똥하고 당당한 체격에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얼굴과 남부럽지 않은 기미들, 그리고 작은 눈이 약간 위로 째져 있어 누가봐도 미인이거나 좋은인상이라 하기 뭐한 얼굴이다. 그런데 아줌마가 찾아오면 아저씨는 언제나 "왜왔냐, 오지마라"하고 타박한다. 물론 누가봐도 애교부리는 것이다. 둘의 대화는 경상도 사람들답게 거칠고 투박하다. "오지락지(무우말랭이의 경상도 사투리) 해다주까?", "말라꼬", "그럼 치우든지", "일단 해와봐라, 근데 니 할줄아나?", "엄마한테 해달라하지 뭐", "니는 그것도 할줄 모르고 뭐했노", "됐다. 묵지마라", "그럼 팍 죽을삘꺼다" 이러고들 있다. 옆에서 보면 솔직히 어이없다. 나름 닭살이다. 이 아저씨가 여기 온지도 벌써 몇년이 흘렀는데 상하지 마비상태가 꽤 완고하다. 침대에 누워서 생활하다보니 대장도 무력해져 똥누기도 힘들고 당뇨도 있어 영양상태도 좋지 않다. 아저씨는 빨리 회복해서 퇴원하는게 꿈이겠지만 장기간 지켜봐도 완고한 마비상태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침을 놔도 거의 반응을 느끼지 못한다. 한약을 먹어보면 어떨까? 불가하다. 한약은 비보험이라 100% 본인부담이다. 이런 시골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은 한달 병원비 1~2만원 차이에 병원을 옮길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몇십만원 하는 한약 몇제 먹으면 낫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없다. 시도해 볼순 있겠지. 그러나 이런 시도는 여기 환자들에게 현실과 동떨어진 딴나라 이야기일뿐이다. 한 집안의 가장이 이렇게 누워있는 경우에 그 가계살림은 안봐도 뻔하지 않는가. 이 아저씨 뿐만 아니라 여기 환자 대부분이 해당되는 얘기다. 병은 돈이다. 그럼에도 이 아저씨는 여기 요양병원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임은 틀림없다. 사랑은 병을 낫게 해줄 수 없어도 삶을 행복하게 할 순 있다.
내가 있는 한방과장실은 6층 꼭대기층에 있는데 여기층 환자들은 간병사 없이 혼자서 생활이 가능한 사람들이다. 그 중에 할매와 아들이 같이 입원해 있는 병실이 있다. 할매는 80이 넘었고, 아들은 60을 바라보는 나이다. 원래 성별에 따라 병실이 나누어지므로 따로 병실을 사용했지만, 지난 겨울 아들이 감기가 심하게 걸리고 어지러움증을 느껴 같은 병실을 쓰게 되었다. 백발인 할매는 허리가 심하게 굽어 거의 90도로 걸어다니다보니 허리도 아프고 무릅도 아프고 손목, 어깨도 아파서 침을 매번 맞는다. 아들은 중풍이 와서 좌측 상하지가 조금 불편하고 어지러움증상을 종종 호소한다. 근데 할매의 아들 걱정이 좀 과하게 보인다. 맨날 "우리 아들이 어지럽다니 우째야 합니까?", "아들이 어깨가 아프다는게 침맞으면 좀 낫겠습니꺼?", "우리 아들이 밥맛이 없다는데 소화가 잘 안된서 그런교?"하고 아들을 걱정한다. 자세한 사정이야 나도 모르지만 솔직히 보기가 쫌 그렇다. 내가 보는 아들 상태는 쉽진 않겠지만 사회생활을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아들은 이것 저것 아픈데를 호소하며 의지가 없어보인다. 할매는 그런 아들을 보살피는데 여념이 없다. 여기 아침마다 폐지를 수거하러 강아지와 함께 오토바이 타고 오는 아저씨가 있는데 이분도 한쪽팔과 다리를 잘 못쓰고 거의 끌고 다닌다. 그럼에도 폐지와 재활용품을 한쪽팔과 다리로 현관문도 열고 닫고를 혼자서 다하면서 리어카를 붙힌 오토바이에 실어 나른다. 이 폐지 아저씨에 비하면 그 아들은 아주 사지멀쩡한 것이고 운동에 제한이 없다. 왜 이런차이가 있을까?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할매가 아들을 너무 과보호하는게 아닌가 한다. 이미 60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내가 보는 아들은 할매 앞에서 투정부리는 아이처럼 보인다. 할매의 얼굴엔 병든 아들을 내가 보살펴야 된다는 모성본능으로 가득차 있다. 이 또한 사랑의 한 형태이겠지만 씁쓸하게 보인다. 가까이 하는 것만이 사랑은 아닌것 같다. 때론 멀리 보낼 수 있어야 진짜 사랑이다.
오늘도 요까이^^
짤방설명: 봉닷컴 사진영상방 주준호기자의 사진 차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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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흑.....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