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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박봉팔닷컴이 오프라인에서 구현된다면 가장 가까운 실체가 윤구병 선생님의 변산공동체가 아닐까 생각한다. (07년 자료: 흙 위의 자유인, 윤구병.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787629) 전 ‘뿌리깊은나무’ 편집장, 전 충북대학 철학과 교수, 어린이 창작 그림책 및 출판 기획자, 문명 비평가, 변산 농부, 실험학교 교장 등등... 시대의 표상이자 차라리 혁명가라 부를만한 윤구병 선생의 이력이다. 선생의 울림이 각별하고 뼛속 깊이 다가오는 것은 당신의 앎과 삶이 일치하는 보기 드문 치열한 진정성 때문이다.
내가 그 분이 운영하는 변산공동체를 처음 찾은 때는 노짱께서 민주당의 대통령후보선출대회에 출마하시기 전이었던 것 같다. 당시 선생과 저녁 식사 후 그곳 식구들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며 다가올 대통령선거를 소재로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경제적으로 가정적으로 큰 위기에 처해 있었다. 아이들은 일곱 살과 아홉 살 정도였는데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뭔가 내 삶에서 획기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다 마침 시간 여유가 있어 평소 새로운 삶의 한 모델로 매료되어 있었던 그곳을 직접 방문하여 경험하기로 결정했다.
그곳에서 맛본 충격은 두 가지였다. 육체적인 충격과 문화적 충격. 그곳에서는 찾아오는 사람의 과거를 묻지 않으나 누구나 2박3일 함께 생활하면서 밥값을 해야 하는 규칙이 있다. 물론 사람 사는 세상이기에 체격이나 체력에 따라 하는 일을 분담하기도 했지만 어떤 일 하나 쉬운 게 없었다. 평소 하는 운동이란 옷에 땀 밸 정도로만 집앞 운동장 트랙 다지기가 전부이고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에게는 2박3일 실습기간이 참 길기도 길었던 것 같다.
사람이 육체노동을 하면 정신이 맑아진다. 이것저것 잡생각이 사라지고 한 번에 하나의 일 또는 한 가지 생각만 자리 잡는다. 그런 공동노동 속에서 옆 사람의 사는 방법이 날것으로 드러나고 내 생활태도가 다른 식구들에게 그대로 노출된다. 주둥이로 고매한 철학과 지식을 자랑하지 않아도 몸이 스스로 내가, 니가 어떤 놈인지를 만방에 고하는 것이다.
문화적인 충격은 윤구병 선생님이 ‘방향을 잡’은 그들만의 생활방식에 처음 뛰어드는 순간에 즉각적으로 느꼈다. 방향을 잡았다고 한 것은 그 분의 성향상 누구에게 이렇게 해라 지시했다는 말 들어보지 못 해서다. 그냥 당신의 생각을 식구들에게 있는 그대로 말씀하신다. 당신 앞에 있는 연놈들이 서울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생이든 서울역 노숙자든 그냥 편한 한국말로 당신의 생각을 까놓는다. 식구들이 알아 처먹으면 처먹은 거고 모르쇠하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거나 더 좋은 방향이 제시되면 당신 역시 흔쾌히 그 걸 따르는 걸 보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문화적 충격 두 가지만 이야기한다. 하나는 아기들을 아랫도리를 입히지 않고 키운다. 케이블 TV에서 가끔 보는 퍼니스트 홈 비디오인가 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그 넘들은 애기들 빨가벗고 노는 영상 나오면 반드시 하체를 모자이크 처리해서 내보낸다. (우리나라 방송넘들도 그런지는 모르겠고.) 처음 변산공동체에 가서 거기 식구들과 모두 만나 인사한 게 식사시간이었다. 식사 때나 돼야 모두 만나는 게 그곳의 특징이기도 했다. 그때 두 명 정도의 아기들이 있었는데 한 녀석은 분명히 (^^) 딸내미였다. 사실 굉장한 충격이자, 역겹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아무리 어린 아이였지만 모두 타지의 외부인들로 구성된 게젤샤프트적인 공동체에서의 그런 육아 형태가 상상이 가는가? 게다가 이 녀석이 식탁 사이를 뛰어다니다 갑자기 딱 멈추더니 똥을 싸기 시작했다. 그것도 내 정면에서. 그냥 헛웃음이 나와버렸다. 나중에 그곳에 있는 한 친구가 지나가는 말로 그러더라. “옛날에 다 그렇게 키웠대요. 선생님은 그게 맞대요.”
두 번째 충격은 식구들간의 무차별성이다. 한 사람이 그냥 딱 한 표의 투표권만 행사할 수 있는 그런 사회라고 할까? 한 예로 그곳은 식사시간이 엄격히 정해져 있어 그때에만 밥을 먹고 각자 알아서 설거지를 하고 식사를 끝낸다. 식당은 그곳의 회의실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먹자고 살기에 (맞나?) 그곳의 생활은 각 끼니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심지어 윤구병 선생님도 끼니때를 놓쳐 식사를 하지 못한 장면을 목격했다. 당시가 초여름인지 어떤지 좀 더운 날이라 개를 한 마리 잡았다고 했는데 선생께서 좀 늦게 오셨던 것이다. 힘겨운 오전 일과를 끝내고 들어온 젊은 남녀 식구들에게 개 한 마리가 뭐 많기나 했겠냐만 선생님의 식사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식사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마침 찬밥이 남아서 선생께서 아쉬운 표정을 지으시며 훌훌 식사를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그곳은 2박3일로 방문을 하던 말뚝을 박고 살던 거기에서 한 끼 밥을 얻어먹는 자는 노동으로 제 밥값을 하고 거기에는 예외가 없는 생활이다. 사시사철 일거리가 떨어지지 않는 생활. 나와 우리를 동일 선상에서 고민해야 되는 공동체. 윤구병 선생님의 변산공동체가 그래서 박봉팔닷컴의 오프라인 모습으로 기억된다.
아, 설거지. 거기에서는 큰 대야 두 개에 물을 받아놓고 설거지를 한다. 식후 각각 자기 식기를 갖고 가 첫 번째 대야에서 일차 설거지를 하고 두 번째 대야에서 헹구는 걸로 설거지를 끝낸다. 가끔 기름기가 나오는 식사 때는 비누를 사용한다. 내가 지금 씻은 식기가 다음 식사 때 또 내가 사용할지 아니면 다른 식구가 사용할지 모르니 다들 깨끗이 설거지를 한다. 자기 순서의 설거지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면 한 사람이 그냥 주질러 앉아 계속 하기도 한다. 주방장은 돌아가면서 한다. 식사의 품질이 들쑥날쑥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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