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얼마 전 올린 외노자 문제에 관한 글을 시점으로 해서 외노자들에 대한 여러 글들이 하루 사이에 올라오고 있다. 좋은 일인 것 같다. 경제학 적인 면에 입각한 의견도 있었고, 현실 세계에서의 사회적 현상을 토대로 한 의견도 있었다. 각론으로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고, 총론으로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다. 옳다고 생각되기도 하면서,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 내가 잘 모르는 부분도 있었는데 새롭게 배우게 되는 점도 많았다. 내가 쓴 글에 대한 반박의 내용으로 대충 이랬다. 1. 현재 상당수 외노자의 임금은 국내의 노동자들과 큰 차이가 없다. 2. 국내 노동자를 고용하고 싶어도 사람이 구해지지 않기 때문에, 외노자들을 쓸 수 밖에 없다. 3. 국내의 숙련공을 구하려면 임금상승을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기업의 채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산 공장들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해외로 이전해 버릴 위험이 있다. 이는 무역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한국에 치명적이다. 4.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는 필요하다. 하지만 외노자를 모두 배제하면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 것이다. 그리고 그걸 누가 감당하는가? 그리고 궁극적으로 피해자는 노동자가 될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아닌가? 우리가 태어나서 보고 배워왔던 자본가들의 논리다. 노동자의 적은 자본가라 반박하면서, 사용하는 근거가 결국에는 자본가들의 논거라니.
사실 노동자들의 진정한 적은 자본가가 맞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깨닫거나, 깨닫더라도 실천할 수 없다. 그렇기에 결국에는 노동자의 적은 또 다른 노동자가 되어버린다.
노동자의 총연대로써, 자본가를 압박한다는 말은 허무맹랑한 말이다. 우매한 민중을 일깨우는 계몽으로의 이상은 진즉에 패배하였다. 타자간의 진정한 유대, 연대야 말로 저 밤하늘에 찬란히 빛나는 별과도 같지만, 결코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기에, 나는 노동자들이 새로운 생각의 전환을 이뤘으면 한다. 연대하기 귀찮으면 그저 자신의 욕심에 충실해라는 것이다. 허울 좋은 위선 따위는 벗어버리고 말이다. 자본가들은 자신만의 부를 쌓고, 이익추구를 위해서 그토록 발버둥 치는데, 순해빠진 노동자들은 자기 앞가림도 못할 처지에 놓여 있음에도, 자본가, 위정자들의 이데올로기에 감화되어 회사걱정, 나라걱정에 바쁘다. 그래서 자신의 한 몸 희생하고, 자본가들의 논리에 쉽게 수긍해버린다. 회사의 이익 걱정부터 시작해 거시적인 국가경제까지 신경 쓰지 않는 곳이 없다.
심지어 노동자들에게 나눠주는 떡고물도 없이 회사 오너가 혼자서만 자본을 엄청나게 축적할 때 조차도, 노동자들은 회사 운영진의 경영권방어에 필요한 행위라고 알아서 감싸주고 옹호하면서, 자신들의 모든 것을 내놓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자기 배때지만 배부르면 될 것을 오지랖이 넓기도 하다. 참으로 성자 나셨다.
200만원의 일자리가 있으면 감지덕지하고 받아야지, 그 놈의 대졸자 근성 때문에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사람들은 욕한다. 그래서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외노자들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 모두가 쉽게 수긍해 버린다. 왜 월급을 올려달라고 말하지 못하는가?
월급을 올리면 세계 시장에의 가격 경쟁력이 사라져서 생산 공장이 모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중국, 동남아시아와 같은 해외로 이전하게 될 것이라고 노동자들 스스로 걱정하고 알아서 자신의 몫을 포기해버린다. 한국이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들 한다. 왜 대기업이나 자본가들보고 사회정의를 위해 너네들 몫 좀 더 줄이고 조금 더 희생하라고 떳떳이 말하지 못하는가? 왜 우리는 패배주의에 휩싸이게 되었을까.
바로 교육 때문이다. 교육은 좁은 의미의 의무교육을 넘어서서, 책, 언론, 사회생활 심지어 가족으로부터도 받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배우고 자라왔다. 인간은 처음부터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구축된 시스템에 의해 철저하게 구성되고 만들어진 존재다. 우리는 자본가들의 논리에 철저히 휘말리게 된다.
가령 회사생활 하는 사람들의 예를 들어보자. 나이 많은 직원들은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이 두렵다. 자신의 자리를 빼앗을 까봐. 나이 어린 직원들은 고참들을 넘어서야 한다. 그래야 자기 자리를 쟁취할 수 있으니깐. 우리는 왜 일자리 자체가 정해져 있어 같은 입장의 노동자들끼리 싸워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다. 왜 회사 오너는 돈이 그렇게 많으면서도 일자리를 더 늘려주지 않을까에 대한 불경한 의심도 결코 할 수 없다. 지금의 틀에서 이러한 의심은 신성모독과도 같은 행동이라고 뼛속 깊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틀을 뛰어넘어야 한다. 의심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 배를 더 불릴 생각을 해야 한다.
글 중간에 계몽의 이상은 패배하였다고 서술했다. 그럼에도 난 다시 노동자들에게 모든 것을 의심하고 깨어나 계몽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말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또한 맞는 말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이 깨어있지 않고서는 결코 노동자의 진정한 적이 자본가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가 없다. 또한, 계몽은 패배하였고, 우리는 언제나 그들의 논리에 휘말려 살게 될 것이기 때문에, 노동자의 적은 자본가가 아닌 또 다른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현재 상황에서 그 새로운 적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될 것이다.
그래. 좋다. 그럼 우리가 진정 깨달을 수도 없고, 연대할 수도 없다면 자기 배때지나 불리자는 거다. 외노자들을 불쌍한 존재로만 바라보는 신파를 극복해서 우리 배를 불리고, 우리 월급 올려달라고 징징대고, 자본가 니네들은 그만 좀 해처먹고, 우리 일자리 뺏아가는 외노자들 좀 줄이자고 말이다. 가끔 이런 이기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행동이 사회에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지금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고.
앞의 글에서 나는 정치가들에게 틀을 뛰어 넘는 상상을 하기를 요구하였고, 그것이 힘들고 그럴 능력도 없다면 적어도 지금의 자본주의체제를 최대한 유지, 보수 할 수 있는 정책들을 만들어내기를 요구하였다. 지금의 틀, 체제를 유지하는 첫 번째 발걸음이 나는 외노자의 단계적 축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미래를 위한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할 때다. 그렇기에 정치가들은 손 놓고 구경할 때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적어도 내가 평안하게 생활한 뒤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는 큰 혼란 없이 이 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말이다. 내가 죽고 난 뒤에는 내 알 바 아니다. 난 이기적이니깐.
노, 사, 정의 ‘굉장히 높은 수준의 합의’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높은 수준을 합의하는데 있어 나는 더 강력하게 나가기를 원한다. 설마 이 정도가지고 마르크스 주의의 재림이라고 비판하면 그 사람은 이 글의 요지를 모르는 사람이다. 그냥 해나갈 수 있는 것부터 하자. 내수 진작을 떠들지만 말고 직접 실천하기 위해, 그리고 사회정의를 이루기 위해 국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온정주의적, 혹은 자본가들에 논리에 휩싸여 지금의 체제가 조금씩 망가져가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도 겁에 질린 채 당장의 고통이 무서워 아무것도 행하지 않거나 땜방수준의 조치에 그친다면, 이 시스템은 드러난 극단적인 모순으로 인해 결국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때 우매한 노동자들은 자신보다 약자인 외노자들에게 필연적으로 칼날을 돌리게 될 것이다.
한국은 가뜩이나 애국심이나 단체성에 호소하는 선동적인 전략에 약한 면을 자주 보여 왔다. 그렇기에 한국사회는 인종 차별, 억압, 조금 극단적이지만 악마적 인종청소까지 자행되는 디스토피아의 세계로 치닫게 될 지도 모른다. 더 끔찍한 것은, 그 때 조차도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적들을 정확히 깨닫지도 못한 채, 꼭두각시처럼 행동할 것이라는 점이다. 슬픈 운명이지만 우리는 결코 계몽될 수 없기에, 노동자의 적은 노동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외노자 단계적 축소부터 시작해서 먼 미래에는 외노자들이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져 주는게 우리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고, 외노자 자신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지금 해야 한다. 일이 터지고 난 뒤 뭔가를 수습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들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2-07-29 02:43:34 정치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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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